본부가 행정부라면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는 국회와 같다. 평의원회는 교원·직원·조교·학생 등 학내 구성원 대표자가 모여 대학의 중요한 사항을 심의·논의하여 대학행정과 운영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구다. 지난 2017년 모든 대학에 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고등교육법이 개정돼 설치기한(2018년 5월 29일)이 확정됐다. 본교는 지난달 15일 평의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14일 평의원회 첫 회의를 앞두고 평의원회 구성 과정을 살피고, 역할을 알아봤다●

왜 평의원회지?

사립대는 이사회 및 재단이 학내 중요 사항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립대학법’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했다. 그러나 평의원회는 단순히 사안을 검토하거나 조언하는 데 그치는 심의·자문 기구로만 기능하면서 그 실효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에서 “총장 임용과정에서 대학의 의사 반영을 제한하는 교육적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내 구성원이 자체적으로 학내 중요 사항을 논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대학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강조됐다. 그 일환으로 교원·직원·조교·학생이 구성원이 돼 학내의 중요사항을 심의·자문하도록 하는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됐다. 이후 고등교육법 제19조의2(평의원회의 설치 등) 개정으로 모든 대학 내 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갈등의 시작 : 구성 비율

설치는 의무가 됐지만 그 길은 평탄치 않았다. 평의원회 구성 과정에서 각 대학 구성원이 평의원 구성 비율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교원·직원·조교·학생 간 첫 번째 갈등의 시작이었다.

지난 2017년 5월 이동섭 국회의원(국민의당)이 평의원회(이하 대학평의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부터 본교에서도 평의원회 설치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고등교육법이 제시한 평의원회의 구성원은 교원·직원·조교·학생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본교 내 단체는 ▲교수회·비정규교수노조·기금교수협의회 ▲직원협의회·공무원노조·대학회계노조 ▲교육공무원(조교)협의회 ▲총학생회 등이 있다.

그 해 11월 고등교육법으로 한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확정됐다. 한 단위가 과반수를 차지하면 다른 단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교수회 의장 윤재석 교수(인문대 사학)는 “구성단위의 최고 비율을 50%로 한정한 것은 교수들의 참여비율을 낮추고자 하는 의도”라며 “대학 운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교육·연구의 주체인 교수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2017년 당시 ‘가람’ 총학생회 부회장 이소원(인문대 일어일문 13) 씨는 “최고 비율 한정을 통해 모든 교내 구성원이 동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부터 총학생회의 부재로 평의원회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본부-교수회 ‘의결기구’ 갈등

지난해 본부와 교수회가 평의원회 구성을 논의하면서 갈등을 겪은 부분은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인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2000년 본교는 대학 내 자치보장과 총장 견제를 위해 ‘교수회 의결기구화’를 내용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했다. 이에 교육부가 총장의 최고의사결정권자로 명시된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며 교수회가 의결기구로 운영된다면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에 당시 본부는 학칙에 명시하지는 않지만 교수회의 ‘묵시적인 의결권’을 보장하며 교수회를 학칙 내 최고의결기구로 두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본부는 학칙 상 최종결정권자는 총장으로, 교수회는 심의기구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 교수회와 평의원회 둘 다 ‘학칙 제·개정’을 다룬다는 접점이 있어 평의원회 설치 시 ‘어느 기구가 상위기구’인지와 어느 기구가 ‘학칙 제·개정’ 기능을 독점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지난 2018년 초, 본교 제22대 교수회와 본부가 주도한 ‘평의원회 구성을 위한 TF(Task Force, 특별팀)가 각각 ‘평의원회 학칙개정안 및 규정제정안’을 만들고 합의를 진행했다. 두 안에서 학칙 내 교수회 및 평의원회의 구조와 기능의 분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몇 차례 평의원회 설치 합의안이 무산됐다(본지 1614호 ‘본부와 교수회 입장차 여전 평의원회 설치 무산’ 기사 참조).

이후 같은 해 5월 2일 교수회는 교원·직원·조교·학생이 함께하는 의결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입장을 다소 수정했다. 교수회 주도로 열린 ‘본교 평의원회 설명회’에서는 평의원회가 본교에서 심의·자문기구가 아니라 의결기구가 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교수회의 의결권을 평의원회로 이양할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22대 교수회 의장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평의원회는 심의·자문기구에 불과해 평의원회가 의결기구로 전환되기 전에 교수회평의회가 학칙 의결권을 잃는다면 총장에게 학내 사안 결정권을 모두 넘기게 될 것”이라며 “평의원회가 의결권을 갖도록 고등교육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교수회를 계속 학칙 상 최고기구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장 견제를 이유로 당분간 교수회의 권리를 평의원회에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평의원회 논의 중 학생은 어디에?

평의원회 구성 논의도 본부와 교수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지난해 총학생회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평의원회 논의 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작년 11월 당선된 제52대 ‘희열’ 총학생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다섯 번의 ‘평의원회 구성추진을 위한 제 단체회의(이하 회의)’에 참석하면서부터 학생비율과 평의원회 역할에 대해 주장하기 시작했다.

‘희열’ 총학생회는 학생 평의원들의 요청만으로도 평의원회가 소집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지난달 5일 공포된 본교 평의원회 규정에서는 재적 평의원 1/5 이상 요구할 시 평의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평의원회, 일단 구성

지난 2월 27일 교육부에서 ‘4월 15일까지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행정·재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본교도 평의원회 구성에 속도를 붙였다. 본교 평의원회는 고등교육법대로 학칙 상 최고 심의·자문 기구로 설치됐다.

구성은 ▲교수회 추천 9명 ▲비정규교수노조 추천 1명 ▲기금교수협의회 추천 1명 ▲직원협의회·공무원노조·대학회계노조·교육공무원(조교) 협의회 추천 각 1명 ▲총학생회 추천 4명 ▲총동창회 추천 1명으로 추천된 평의원은 지난달 15일 확정됐다.

또 본교 평의원회는 고등교육법을 준용해 ▲대학 발전계획의 수립 ▲학칙 제·개정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학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심의하고, ▲대학 교육과정의 운영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을 자문하게 된다.

이로써 평의원회가 최종심의기구로 들어서면서, 교수회를 거친 학칙 제·개정안은 평의원회의 심의를 받아 총장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오는 14일 평의원회 개시

오는 14일 평의원회의 의장·부의장 선출 및 운영방안 논의를 위해 평의원들이 첫 회의를 가진다. 이번 회의는 기획처에서 주재하지만 의장이 선출된 후에는 매년 2월, 5월, 8월, 11월에 의장이 정기회의를 소집하거나 총장 혹은 총장 혹은 재적 평의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임시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각 단위 추천 평의원들은 앞으로 평의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 논의해야 할 사안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행정·재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4월 15일까지 평의원회를 구성했다. 이로 인해 ▲평의원회 ▲구성 비율 ▲안건 상정 절차 ▲의결기구화 등에 대한 논의가 미처 다 이뤄지지 못했다. 김 총학생회장은 “학칙으로 정한 것 외에도 규정이나 평의원들이 원하는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모든 단위가 함께 학내 사안을 결정하고, 본부의 독단적인 결정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의원회 설치는 학내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학교의 중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각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정규교수노조 추천 이시활 분회장은 “평의원회가 구성된 것에 그치지 말고 설치의의에 따라 각 평의원들이 각 단위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편집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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