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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뒤틀린 시공간의 열쇠 상대성이론

지난 4월 10일 EHT(Event Horizon Telescope)팀이 세계 최초로 블랙홀 윤곽 촬영에 성공했다. 블랙홀은 매우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로,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공간이 극단적으로 휘어져 빛조차 한번 블랙홀에 빠지면 다시 나올 수 없다. 사진에서 블랙홀의 중력에 빛이 휩쓸려 블랙홀 윤곽에서 회전하며 주황색 고리를 만들고,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중심부에는 검은색 그림자가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블랙홀 사진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지난 1919년 일반상대성이론이 관측 실험으로 검증된 지 꼭 100년 만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무엇이며, 100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빠를수록 느려지는 시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승객에게는 상대 자동차가 원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승객에게는 상대가 원래 속도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빛은 같은 방향에서든 다른 방향에서든 언제나 같은 속도로 측정된다. 당시에는 많은 실험을 통해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빛의 속도가 일정한 이유는 밝혀지지 못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관찰자의 운동에 따라 관찰 대상의 시간이나 길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속력이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니 관찰자의 속력이 변해도 빛의 속력이 변하지 않으려면 시간이나 길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와 B가 일정한 높이의 천장으로 동시에 레이저를 쏜다고 생각하자. 두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동시에 천장에 도달할 것이다. 이번에는 A가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고 생각하자. A와 B가 방금처럼 레이저를 쐈을 때, B의 레이저는 전과 마찬가지로 직선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나 A의 레이저를 B가 관측했을 때 엘리베이터의 움직임 때문에 B의 레이저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해 천장에 닿는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고 거리는 더 길어졌으므로 B의 관점에서 A의 시간은 본인보다 더 길게, 즉 천천히 간다고 느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관측자 입장에서 속도가 빠른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또 시간이 느리게 가더라도 빛의 속도는 일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동해야 할 거리도 짧아져야 한다. 그래서 B의 관점에서 A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는 높이가 짧아진다. 이렇게 관측자의 속도에 따라 측정되는 시간과 공간이 달라진다는 이론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력에는 빛도 굽는다

아인슈타인은 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상대성이론을 계속 연구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전시킨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트램펄린을 생각해보자. 트램펄린 위에 골프공을 놓는다면 트램펄린은 골프공을 중심으로 움푹 파인다. 이 주위에 구슬을 놓는다면 구슬은 골프공 때문에 파인 구덩이로 굴러간다. 그러나 골프공과 먼 거리에 구슬을 놓는다면 구덩이의 경사가 구슬의 위치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구슬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무거운 볼링공을 트램펄린 위에 올려놓는다고 생각하자. 볼링공은 골프공에 비해 훨씬 무겁기 때문에 구덩이가 파이는 정도도 훨씬 크다. 구슬을 트램펄린 위에 놓으면 구슬은 더 빠른 속도로 구덩이에 빨려 들어간다. 구덩이의 크기 역시 커지므로 더 먼 거리에 있는 구슬까지 빨아들일 것이다.
이는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주를 트램펄린으로 가정하면 별은 골프공, 볼링공 등 우주에 구덩이를 만드는 천체가 될 것이다. 또 구덩이로 인해 주위 물체들이 구덩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 힘을 중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별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도 커지고 그 영향력도 넓어진다.
빛도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 별 주위를 지나가는 빛은 별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 그래서 별에서 시작해 직진하는 별빛도 다른 별의 중력에 의해 휘어지며 직선 경로와는 다소 벗어난 방향에 도달한다. 이처럼 중력에 의한 빛의 휘어짐으로 별의 실제 위치가 신기루처럼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중력 렌즈 현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특수상대성이론을 접목시켜 보자. 트램펄린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중력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빛 역시 중력에 의해 휘어지고, 직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관측자에게 휘어진 공간의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지구보다 질량이 약 33만 배 큰 태양에 생명체가 산다면, 그의 시간은 지구인보다 느리게 간다.
1919년 5월 29일 영국의 한 실험팀은 개기일식 관측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실험팀은 각각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했다. 태양빛에 가려진 별들이 일식이 시작되자 모습을 드러냈고, 실험팀은 이들의 사진을 찍어 별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밤에 촬영한 사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팀은 별의 위치가 밤낮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태양에 의해 별빛이 휘어지며 관측되는 위치가 바뀌는 중력 렌즈 현상을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다. 이것이 전 세계에 대서특필되며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됐다.


100년을 바꾸다

상대성이론의 정립은 지난 20세기를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과학 이론으로 꼽힌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어디에서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공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시공간의 절대성을 완전히 깨부쉈다. 또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E=mc²이라는 유명한 공식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이 공식은 질량을 막대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 등 세계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다만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원자폭탄 같은 살상무기에 쓰였다는 것에 크게 상심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오류를 고치기도 했다. 뉴턴이 생각한 만유인력은 두 물체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으로,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무한대가 되면 만유인력도 0에 수렴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공간을 휘게 만들며 생기는 현상이다. 즉 다른 물체와 거리가 무한대가 되더라도 그 물체의 중력이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설 중 이론상으로 남아있던 중력파는 지난 2016년이 돼서야 관측에 성공했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중력을 갖고 있으므로, 물체가 움직이면 중력도 파동이 되어 주위로 전파된다. 트램펄린에서 볼링공을 굴리면 굴러가는 경로 주위가 파도치듯 들썩거리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전술했듯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 연구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블랙홀을 관측해보면 블랙홀 내부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극단적으로 강력한 중력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다 아예 멈춰버린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홀 바깥의 관측자는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고, 내부에서 외부를 관측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블랙홀은 질량이 너무 커서 트램펄린에 구멍을 낸 경우로 간주할 수 있다. 구덩이에 빠져도 힘만 받으면 다시 나올 수 있지만, 구멍에 빠지면 다시 트램펄린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한 블랙홀 관측 방법을 지금까지도 연구하고 있다.
중력파든 블랙홀이든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현상을 관측했을 때 과학자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또 옳았습니다!” 세기의 천재였던 아인슈타인과 그의 대표 역작인 상대성 이론은 한편으로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위대한 과학자였는지 증명하고 있는 이론이기도 하다. 지난 100년 간 과학사를 넘어 세계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나, 아직도 과학자들에게 난제를 던지고 있는 이론이니 말이다.


▲세계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사진

유동현 기자/ydh17@knu.ac.kr
편집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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