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이 수치는 일본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2018년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늘어나 100%에 가까운 완전고용에 이르렀다고 자랑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부럽기만 한데, 정말 일본에서는 공학계열 외에 인문계열이나 예체능계열까지도 누구나 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이 98%라는 취업률의 의미와 조사방법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취직상황조사의 ‘취업률’이라는 것은 취업희망자 가운데 취업을 한 졸업생의 비율을 가리킨다. ‘취업희망자’란 졸업년도에 해당하는 4학년 중에 구직활동을 해서 졸업 후에 바로 취업하려는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공무원, 교원 등의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학교와 기업의 신년도가 시작되는 4월 1일 기준으로 취업을 못한 경우에는 신졸(新卒)이 아니라 기졸(旣卒)로 따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수시채용이 제한적이고 ‘신졸일괄채용’이 압도적으로 많아 졸업 후 공백기를 두면 불리해지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취업이 확정되지 않을 것 같으면 유급을 선택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업희망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대학 졸업자 전체가 아니라 취업희망자로 분모를 제한하여 취업한 비율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97년부터 늘 90%를 웃도는 높은 취업률이 나왔다. 또 이 조사는 일부 학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추출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결과를 한국의 취업률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에서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여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통계조사를 실시하는데,지난해 발표한 2017년 일반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2.6%로, 2012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비교하려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전국의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방식으로 실시하는 학교기본조사’의 결과를 참고할 만 하다. 일본 ‘학교기본조사’에서 대학생의 취직상황을 보면 2018년 3월 대학 졸업자 가운데 취업한 사람은 77.1%, 임시직이거나 취업이 안 된 경우는 전체 졸업생의 11.6%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취업자 비율은 상승하고 안정된 고용이 안 된 졸업자 비율은 낮아지고 있어, 100%에 가까운 완전고용이라는 것은 과장일지 모르지만 일본 대학 졸업생의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도 오랜 불황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2000년 전후에 대학을 졸업한 세대들은 ‘취업 빙하기’라고 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했지만, 현재는 청년 인구의 감소와 동시에 단카이세대(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 시기를 맞아 ‘채용빙하기’라고 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구직활동을 하고 있을까.

일본은 경제단체연합회가 발표한 채용일정에 따라 일제히 신입사원을 뽑게 되는데, 졸업시기인 3월이면 3학년을 대상으로 기업홍보가 시작된다. 4학년 4월부터 기업설명회에 참가하고, 6월부터 전형이 시작되어 채용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서 내정을 받게 된다. 내정(內定)이란, 기업에서 학생에게 채용하겠다고 미리 알리는 것으로, 내정을 받은 학생이 기업에 취업할 의사를 전달하면 졸업 후에 입사하게 된다.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공식적인 발표기간보다 일찍 내정하거나, 내정한 학생에게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말 것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직활동 중인 학생들은 보통 두세 군데 기업에서 내정을 받아 한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도 대기업을 지향하는 경향이 현저해서, 중견·중소기업은 채용에 고전하기도 한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에서는 외국인재나 제2의 신졸(第二新卒, 졸업 후 3년 이내 25세 이하의 구직자)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앞으로 일본 고용시장의 유연성은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청년들의 취업난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로 일할 청년 세대가 줄어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구인난으로 기업들이 채용 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며, 한국의 귀한 청년 세대가 마음껏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정 강사

(인문대 일어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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