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가가 청년에게 지급하는 ‘청년수당’이 있습니다. 혹자는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나?” 생각하기도 하고, 혹자는 “청년들 표심 잡으려고 예산을 아주 펑펑 쓰는구먼”이라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려는 진정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서울의 청년제도부터 앞으로 진행될 대구형 청년수당까지, 그 시작과 진행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1. 청년이면 받을 수 있다고요?

서울특별시는?

서울시는 2015년에 ‘서울시 청년보장제’를 발표하며 ‘청년수당’ 제도를 한국 사회의 화두로 던졌다. 청년수당 또는 청년활동지원금이라 불리는 이 정책은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등장했다. 2013년에 서울 청년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정책이기도 하다.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 중 중위소득이 150% 미만인 미취업자, 졸업 후 2년 경과자를 대상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매월 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구직활동의 범위’, 즉 청년수당의 사용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서울청년포털’ 사이트에는 ‘청년의 다양한 상황과 필요에 맞게 사용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김동혁 기획팀장은 “청년수당의 사용처를 학원비, 교재비 등에만 제한한다면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라고 지적했다. 청년수당을 통해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들면 그 대신 자기계발, 여가, 구직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체크카드 형태의 ‘클린카드’를 지급해 특급호텔·주점·총포류 등 일부 제외된 항목 외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현재까지 부정 사용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경기도에서는 지난 4월부터 ‘청년기본소득’, 즉 청년배당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배당의 지급 조건은 서울시보다 그 범위가 넓다. 신청일 기준으로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있으며 해당하는 나이(신청 분기별로 기준이 다름)를 충족하는 청년이면, 누구든 신청하고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배당을 신청한 청년들은 분기별로 25만 원, 1년 동안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받는다. 경기도청 청년복지정책과 전은경 청년정책팀장은 “청년기본소득은 행복추구, 삶의 질 향상, 건강 수준 향상 등 청년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지원하는 경기도형 기본소득제도”라며 “청년들에게 정기적인 소득 지원을 통해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로써 사회활동 촉진 및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렇듯 서울시와 경기도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의 공통점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말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시간을 벌어주고,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악용될 가능성은 없을까 등의 우려를 제시하기도 한다.

2. 청년수당은 개인과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청년수당은 포퓰리즘?

청년수당은 시행 이후 꾸준히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현실성 없는 과도한 복지를 남발한 결과로 나타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뼈 빠지게 벌어서 낸 세금이 젊은 사람 유흥비 대주는데 쓰이다니...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돈을 주는 지자체나 받는 청년이나 한심하다”(뉴데일리, 2017년 8월 12일자 ‘청년수당? 유흥수당? 퍼주고 욕먹는 서울시, 왜 논란 자초했나’), “‘눈먼 돈’으로 청년을 타락시키고 포퓰리즘으로 청년을 오염시키는 것을 어떻게 청년 지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한국경제, 2019년 4월 17일자 ‘청년수당 살포, 취지도 방법도 잘못됐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최유리 상임대표는 “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청년수당 정책은 사회 진출에의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서라기보다,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공정한 출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본교 박상우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일자리 창출이 청년들의 취업과 관련한 근본적 해결법은 맞지만, 당장에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기간은 늘어나는 데에 반해 생활·경제력은 그만큼 갖추지 못하는 상태인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공백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청년수당이라는 말이다. 지난달 3일 서울에서 진행된 ‘청년정책 발전을 위한 전국 합동포럼-청년수당을 중심으로’ 행사에서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청년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저성장-고령화-디지털화가 전면화한 2019년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청년에 대한 편견을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나 청년수당의 평가 잣대는 ‘얼마나 취업을 했는가’,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가 아니라, ‘이 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게 되었는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젊고 건강한 청년에게 왜 세금으로 현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최한수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청년단독세대는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노령가구, 편부모가정과 함께 하위 3가구 유형에 속한다”며 “하위가구 유형 중 청년단독세대만 유일하게 직접적인 현금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현 교수(사회대 사회복지)는 “무책임하지 않은 포퓰리즘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청년들이 학업에서 직장으로 가는 이행기에 그 두 사회를 연결해주는 통로이며, 투자이고, 청년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라고 말했다.

청년수당, 받아보니 어때?

그렇다면 실제로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시 청년수당 대상자들은 청년수당의 대부분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 중 “적극적으로 취업, 창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47.6%, “본격적인 준비 이전에 관심분야를 탐색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33.7%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청년수당의 사용용도에 대한 걱정을 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70.4%나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에는 “원자화된 개인이었던 청년을 사회로 한 발 들여놓게 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대상자 대부분이 ‘청년수당 사업을 통해 정부가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위 연구는 이에 대해 “사업 참여 경험을 가진 청년들은 과거보다는 더 정부를 신뢰하게 됐고 ‘나’를 둘러싼 동료시민들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이 세대들이 10년∼20년 후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한수 교수는 “현재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로부터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며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사회통합을 독려하고 참여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충분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 연구는 대상자들이 청년수당의 사용용도를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 “혹시라도 자신들의 실수나 오류로 인해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되지 않도록 지원금 사용 용처를 고민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태도는 동세대 다른 청년들에 대한 참여자들의 관심과 배려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이 사업에 참여해보지 않았다면 갖기 어려웠을 인식적 단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핵심은 시혜가 아닌 기본권 보장

모든 시민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청년수당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동안 사회가 청년들의 권리를 얼마나 보장해줬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복지와 포퓰리즘의 간극을 따지기 전에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의 권리가 얼마나 보장돼 왔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값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청년, 매달 수십만 원의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아무런 여유 없이 아르바이트에만 매진해야 하는 청년 등,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바깥으로 밀려난 수많은 청년들이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청년수당

대구시에서도 올해부터 청년수당 정책이 시행된다. 대구광역시 청년정책과 서미영 주무관은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진입기에 있는 청년들이 장기 니트(NEET)족**이 되지 않도록 사회진입 초기부터 활동을 집중 지원하는 ‘대구형 청년수당(사회진입활동지원금)’을 도입했다”며 “대구는 청년들의 일반대학 진학률이 높으나 대졸자 취업률은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고학력 미취업자 상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실험과 도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구시에서는 대구 청년 취업구조의 주요한 문제점을 청년과 기업 간의 ‘미스매치’라고 진단한다. 서 주무관은 “대구 청년과 기업 간에는 임금, 정보, 직능 등에서 수급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 대구형 청년수당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형 청년수당의 지원대상은 대구에 거주하는 만 19~34세 사이의 청년이며,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등의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유형은 상담연결형, 진로탐색지원형, 일경험지원형 등 총 세 가지로 나뉜다.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최유리 상임대표는 “‘상담연결형’ 청년수당의 경우 청년들의 심리적 고민, 부채·노동에 관련된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고 지속적인 서포트를 받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발조건에 맞추기 위해 청년들이 본인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구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가 청년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청년수당의 수령 조건 때문에 “청년수당을 받으려면 ‘청년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구직을 위한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신청했는데, 오히려 구직에 집중하지 못하고 청년의 시간을 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형 청년수당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와 기성세대의 청년에 대한 진정한 이해, 그리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탄탄한 사업평가가 필요하다. 최 대표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며 “청년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청년의 삶을 더 면밀히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수 교수는 “한국에서 청년수당 제도가 실행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예산이 무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며 “청년수당의 지급에 대한 효율성,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정책목표를 실제로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화폐로, 타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주로 지역 내 재래시장·학원·식당·동네 빵집·편의점 등 연 매출 1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쓸 수 있음

**니트(NEET)족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들을 아우르는 단어다.

[참고문헌]

「해외 청년보장제와 한국의 청년수당」,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분석 연구」, 이현우, 이지호, 서복경, 서강대학교, 2018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성과측정 및 효과분석 연구」, 김문길, 정은희, 원종욱, 임완섭, 김기헌, 박형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조현영 전임기자

강소현 수습기자

김도현 수습기자

이건영 수습기자

편집: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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