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성 경찰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시민과 남성 경찰의 도움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돌연 여자 경찰들의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므로 여성 경찰이 필요 없다는 ‘여경무용론’과 ‘여성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떠돌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저지른 실책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이 공무집행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이나 취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경찰 무용론’이나 ‘경찰제도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성 경찰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자 ‘여경무용론’과 ‘여성할당제’ 폐지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경찰은 여성 경찰의 체력 검정 절차를 보완한다는 대응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여성 경찰의 체력이 아니라 공권력 경시가 문제돼야 할 사건이다. 인권이 신장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서 공권력 경시 풍조가 생겨났다. 이런 공권력 경시가 어떻게 여경무용론이나 체력 검정 절차 강화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혐오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10년대 이후의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에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에 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혐오 표현의 유형은 차별적 괴롭힘, 차별 표시, 공개적인 멸시, 모욕, 위협, 증오 선동 등으로 분류된다. 이런 혐오 표현의 근저에는 상황을 고정관념에 의해 판단해 형성된 차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서가 깔려있다. 성별을 이유로 한 혐오에는 가부장제에 기초한 성차별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

이번 논란 역시 언론이 초기 보도과정에서 이 사건을 ‘여경’이라는 표현으로 남녀 갈등 프레임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2016년)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접하는 주된 매체가 인터넷 65.8%, 대중매체 16.5%, 일상생활 7.2%, 사적 모임 3.8% 순이라고 한다. 응답자의 70.9%가 언론에서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 온 ‘ㅇㅇ녀 사건’ 식의 호명이 여성혐오와 연관 있다고 받아들였다. 여성 관련 사건을 남녀 갈등 프레임으로 다루는 방식에는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의 차이가 없었다. 가부장제에 기초한 성차별주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남성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언론의 남녀 갈등 프레임은 2015년부터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메갈리아-워마드’가 줄기차게 재생산한 남녀 혐오 표현과 연계되어 있다. 남성들은 혐오 대상으로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차별, 불안, 공포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생각도 없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폄훼하는 여성혐오는 남성을 우월한 존재로 상정하는 가부장제적인 집단적 학습의 산물이다. 또한 여성을 소극적이고 제한된 성역할의 틀에 가두어 성적 대상화해 남성주도의 사회를 유지하는 억압의 수단이 된다. 캠퍼스 내에서도 외모 평가와 성적 비하 등 남성들의 여성혐오 표현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고, 총여학생회장 후보에 나서려는 사람이 없어 대부분의 대학에서 여학생회가 사라졌다.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을 분석한 일련의 연구들은 개인의 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젊은 남성들의 절망과 불안이 여성혐오로 치환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여성혐오를 표출하는 남성들은 자신들보다 자원이나 기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여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정규직 취업을 향한 무한경쟁의 고통에 더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데 따라 가부장제에서 남성으로서 누렸던 다양한 기득권을 체감하지 못한 젊은 남성들이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가는 여성을 향한 분노로 표출된다는 설명이다. 경찰, 소방관, 군대 등 기존 남성 위주의 직업군에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반발(backlash)이 여경무용론으로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취업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남성들의 몫이던 일자리에 여성들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반발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 방식은 사실에 부합할 수도 있고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무용론이 등장하는 현실이 결국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성차별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은 확실하다.

최근 들어 여성혐오 대항 담론이 형성되고 여론화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를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특정 사건들은 언론에서보다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와 관련되어 있음이 먼저 인식되고 문제로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성들이 SNS를 활용해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여성혐오 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는 그만큼 사회 전체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노진철 교수

(사회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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