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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침몰하지 않을 진실, 끌어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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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법학전문대학원 105호에서 ‘세월호 참사, 1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35회 복현 콜로키움이 열렸다. 이 날 콜로키움에서는 단원고 2학년 4반 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 씨와 한양대 국어국문과 이도흠 교수가 발제를,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가 사회를 맡았다. 콜로키움을 시작하면서 이형철 교수는 ‘생활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성격 장애’라는 ‘사이코패스’의 사전적 정의를 들며, “이 시각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생활 전반에 걸쳐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 이런 생활 형태에서 못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후 1년이 지나면서 유가족들에게 ‘그만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무슨 진실 규명이 더 남았느냐’, ‘지겨우니 이제 좀 그만해라’, ‘돈을 그만큼 받았으면 된 것 아니냐’고 말하며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짧게 깎은 머리에 진실 규명을 바라는 의미가 담긴 노란색 재킷을 입고, 아들의 학생증을 목에 건 동혁 어머니 김성실 씨. 휴대폰 케이스 뒷면에 노란 리본을 붙여 둔 동혁 아버지 김영래 씨.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의 모습이었다. 구조를 돕겠다는 손길들을 뿌리친 해양경찰청,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은커녕 증거를 은폐하려는 정부, 처음부터 ‘전원 구조’라는 막대한 오보에다 현장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아 온 언론… 계속해서 비상식적인 일들을 겪은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직접 말하겠노라고 여러 곳을 다니며 간담회 등에 나가고 있다. 반상회 자리라도 불러주면 나가서 그들이 겪은 것들을 그대로 이야기하겠다는 게 유가족들의 절실함이다. 『세월호 참사 대구 시민 대책 위원회』의 길정혜 씨는 “직접 유가족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지고 있던 오해나 의문이 풀린다”며 “평범하신 학부모분들이 어떤 연사보다도 말을 더 잘 하신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을
보고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죄입니다.

이렇게 나서서
얘기하는 것은 이 마음을
이해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을
두드리기 위함입니다.

 

 

4.16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까?
동혁 어머니 김성실 씨는 “모든 분들이 지난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라는 말로 입을 뗐다. 김 씨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많이 들었다. “지겹지 않느냐”고, “이제 좀 그만하라”고. 김 씨는 이에 이렇게 답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로서는, 이제 겨우 1년 지났다”고. 사람들은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을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는 하루가 일 년 같고, 일 년이 십 년 같다. 김 씨는 “그 시간을 지켜보는 사람과 직접 그 상황에 있는 사람과의 온도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이도흠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대한민국 현대사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갈라질 것이다’라는 말들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수사로 그치고 말았다”며 “1년이 지났지만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사람과 안전보다 돈과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규제 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돼 온 안전장치의 완화와 폐기,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의 형식화, 안전 규제 업무의 민영화, 관피아 등으로 상징되는 감독 기관과 피감독 기관의 유착 구조와 관행, 무책임한 낙하산 인사 정책, 국가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의 부재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 원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참사에 대한 올바른 진상 규명과 책임 처벌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든 ‘제2의 세월호’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힘든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정치적인 것, 순수한 것
김 씨는 ‘종북’이라는 말을 4.16을 겪으면서 처음 들었다. 그는 “그런 단어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로 사실은 정치에 관심 없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시인하며 “그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좌파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결국 제 안의 이 문제는 정치를 떠나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주권을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사하지 않았고, 그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제일 귀한 것을 잃고 이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도 두려웠다. 어떤 단체에 가서 잠깐 발언이라도 하고 오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 때는 연약했었고 두려웠었다. 그러나 삭발을 한 이후로 ‘엄마들’ 마음속에 단단한 분노가 생겼다.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이들은 사실 이 참사의 피해자였다. 김 씨는 “과연 이게 정치와 무관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밥을 먹고 싸고 공부하러 다니는 이 생활 전체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데 무엇 때문인지 어떤 이들은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 되어라’, ‘순수해라’고 합니다. 그 순수가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순수는 올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고,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순수한 국민이고, 순수한 자유인이고, 순수한 엄마·아빠들, 그리고 순수한 어른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4ㆍ16세월호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우리가 흔히 ‘세월호 특별법’이라고 말하는 이 법안의 이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김 씨는 “저희들이 지금 외치고 다니는 것은 사실은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부모로서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없고 ‘죽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저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자 하므로 단순히 그들의 죽음만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국가가 변하기를 바랍니다. 바뀌고, 새롭게 태어나고, 새롭게 우뚝 서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할 때 국민이 설 곳은 과연 어디인가, 그것은 분명히 생각해볼 일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김 씨는 동혁 군의 새엄마다. 동혁 군과 만난 지 2년 만에 동혁 군을 떠나보냈다. 참사가 일어나고 처음에는 뒤에 숨어 있으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반 학생이 찍은 영상 속 동혁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혁이는 엄마와 아빠, 동생을 찾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새엄마임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 새엄마에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니 뒤에 숨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죗값이라고 느껴졌다. 이제 김 씨의 목표는 내 새끼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알리고 위로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르는 척 넘어간 사람들이 더 큰 죄인들이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나서서 얘기하는 것은, TV를 보고 우리들의 이 마음을 이해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을 두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나서는 거라고요”

유가족들은 아침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이 힘겹다. 그저 빨리 진실을 밝혀야 된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일부 사람들이 주는 사회적인 지탄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김 씨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고, ‘나 혼자 나가 이렇게 미친 듯이 삭발하고 뛰어든다고 해서 될까? 사람들이 지겹다고 하는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학부모들이 나서서 계속 노력한다면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서너 명이 모여 몇 백 명이 되고, 그렇게 조금씩 전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부모가 어떤 건지 정부에게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다. 김 씨는 콜로키움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여러분들도 이 길을 같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고, 혹시 어떤 분들이 유가족을 오해 하실 때 저희를 위해서 한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곧 여러분도 부모가 되고 여러분도 사랑하는 자식을 가질 거잖아요. 그게 결국은 여러분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고 여러분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사가 올바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그에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김 씨는 “유가족들은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끝날 때까지 싸울 것”이며 “대책위원회 등 시민 단체 등에서도 계속해서 잊지 않고 활동하며 유가족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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