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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화려한 여행보다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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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을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여행작가 리모. 본교 IT대학 컴퓨터학부를 졸업한 그의 본명은 김현길이다. 언제나 그리웠던 모교였다며 이렇게 경북대신문의 지면으로 동문들을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밝히는 그를 만났다●

 

 

Q. 다녀오신 여행의 일정을 소개해주세요.
사진 대신 그림으로 담는 여행이 목표였기 때문에, 여행지를 유럽으로 정했습니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종이에 가득 담아 오고자 마음먹었죠. 총 38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마지막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여행했습니다. 마음이 쫓기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아서, 너무 많은 도시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Q. 여행을 떠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새로운 직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떠난 여행이었어요. 공과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4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었는데,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결국 이기지 못했죠.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갑자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니, 어떤 분들은 저를 굉장히 즉흥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더군요. 하지만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저는 그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홀로 연습해 온 세월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 안에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을 포기하고 공학을 전공해 개발자의 삶을 살기도 했으니까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에 입사하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재능으로 성취감 없이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죠. 돌이켜보면 저는 그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나 봐요.

Q. 드로잉 중 가장 소개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여행 중에 정말 많은 드로잉을 남겼지만,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그린 성당 그림이에요. 골목길 벽에 등을 기댄 채 하이테크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군요. 열심히 그리고 있던 드로잉에 빗방울이 튀어서 망연자실해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빗방울이 튄 자국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어요. 혼자 그린 드로잉이 아니라 베른의 빗방울이 같이 완성한 느낌에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Q. 작가님의 책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이 작가님께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또, 그 책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제 책을 ‘사진 대신 드로잉으로 담은 아름다운 유럽 여행기’라고만 생각한다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절반 정도만 얻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유럽 드로잉 여행은 저의 내면을 좀 더 깊고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인생의 전환점에 있는 한 남자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긍정적인 자신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의 서투른 여행 기록 안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모범답안이 있지는 않지만 한 직장인이 이전까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책이 사람들에게 대단한 의미가 되길 바라기보다 그저 힘든 현실에 대한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해요.

Q. 여행을 꿈꾸지만 머뭇거리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격려의 한마디나 여행의 팁을 주신다면?
여행은 궁극적으로 낭만적인 행위입니다. 나를 아는 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작은 모험인 동시에 나의 내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세상의 모든 여행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다만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내 여행은 다른 이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해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화려한 여행을 위한 뛰어난 스킬보다는 자신의 여행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자는 유럽의 평범한 골목 속에서도 환희를 느낄 테니까요. 여러분 스스로에게 여행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주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책을 내면서 책을 집필하는 것의 성취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전시뿐만 아니라 꾸준히 일상과 여행을 담은 에세이를 집필할 예정이에요. 세상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 고민의 흔적들을 여러분들과 오래도록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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