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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꽃 냄새가 솔솔 나는 아까시나무

박상진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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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우리에게 잊어버린 고향의 정경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박화목의 동요이다.
 우리와 너무 친해져 버린 이 나무는 언제부터 우리 땅에 꽃향기를 풍기기 시작하였을까. 1891년 일본인이 경영하는 인천의 무선회사 지점장 사가끼란 사람이 중국 상하이에서 묘목을 구입하여 인천 공원에 심은 것이 시초였다. 미국을 고향으로 하는 이 나무는 그 후 1910년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강토의 구석구석을 일제의 점령군마냥 누비게 된다. 콩과식물이라 토사가 흘러내릴 정도로 황폐해진 민둥산에도 금세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잘라 버려도 금세 싹이 나오므로 연료로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광복 후에도 여전히 아까시나무 심기는 이어져서 한때는 우리나라에 심은 전체 나무의 10%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동요 ‘과수원 길’처럼 고향의 정경을 복사꽃 살구꽃보다 아까시나무 꽃향기로 더 쉽게 느끼게 됐다. 우윳빛으로 치렁치렁 달리는 꽃의 군무群舞와 코끝을 스치는 그 매혹적인 향기에, 우리는 유년의 꿈과 낭만을 가져다 준 나무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자칫 우리 땅에서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10여 년 전부터 갑자기 찾아온 ‘황화병’은 전국의 아까시나무를 시름시름 죽어가게 하고 있어서다. 여름날 잎이 노랗게 단풍이 들어버리는데, 나라의 나무학자들이 모두 달라붙어도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공해라느니 바이러스라느니 기후온난화 때문이라는 등 가설은 많지만 정설은 아직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가는 이 땅에 아까시나무가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 나무를 죽으라고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토종 우리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리를 마구 내리는 특징이 있어서다. 새싹의 생장이 너무 왕성하여 한 번 심어두면 주위의 다른 나무를 제치고 혼자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무엄하게도 조상의 묘소를 뚫고 들어가는 망나니짓이다. 햇빛을 너무 좋아하는 녀석이라 널찍한 산소 곁도 가리지 않고 찾아갈 뿐이다. 미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제침략과 함께 들어온 탓에 일제가 우리의 산을 망치려고 의도적으로 심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당시의 헐벗은 우리나라 산의 상태로 보아서는 최상의 선택일 따름이지, 일제가 다른 못된 짓을 하였다고 아까시나무까지 같은 도마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를 그렇게 미워할 필요는 없다. 왕성한 생장도 어릴 때뿐이고, 자라면서는 토종나무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는 염치도 있다. 또 ‘향긋한 꽃 냄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벌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수와 같다. 우리나라 꿀 생산의 70%를 아카시아 꽃에서 딸 정도이다. 다음은 나무의 쓰임새다. 빨리 자라는 나무답지 않게 단단하고 강하며, 최고의 나무로 치는 느티나무 비슷하게 노르스름한 색깔이 일품이다. 그래서 원산지에서는 힘을 받는 마차바퀴로 쓰였고 오늘날은 고급가구를 만드는 재료로도 없어서 못쓴다.
아카시아 종류의 나무는 열대지방에 주로 자라는 진짜 아카시아(Acacia)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미국 원산의 아까시나무(Robinia)가 있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나무는 아까시나무라고 해야 정확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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