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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바르셀로나의 가장 강력한 테러 대응책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부에서 차량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100명 넘게 다쳤습니다. 6시간쯤 뒤, 가까운 해안 도시 캄브릴스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찔한 기운이 등을 훑고 지나갔다. 지난겨울 CK사업단 사회학과 학생들을 데리고 바르셀로나 현장답사를 다녀오며 거닐었던 람블라스 거리가 뉴스 화면을 채운다. 순간적으로 지난겨울에 다녀온 것을 살짝 안도하게 된다. 보도화면에 다시 고개를 돌리자 아득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장소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애착을 낳는다. 바르셀로나에 들를 때마다 그 도시의 매력에 마음을 뺏겼었는데… 서둘러 기사들을 찾아보고 지인 중 누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SNS도 훑어본다.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바탕 지나가자 이제 또 얼마나 많은 애꿎은 무슬림 피해자들이 속출할지 걱정이 앞선다. 바르셀로나, 런던, 브뤼셀… 이제 테러 관련 뉴스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뉴스가 되어버렸다.
9/11 이후 테러에 대한 전쟁이 선포되고 16년이 지났지만 불안과 위험은 오히려 일상화되었다. ISIS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고, ISIS를 궤멸하겠다며 민간인을 피해갈 리 없는 미사일을 갖다 부어도 뭐 도통 소용이 없어 보인다.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동안, 유럽과 북미의 무슬림들을 향한 일상적 차별과 폭력, 극우의 테러는 점점 늘어만 갔다. 테러 이후 곳곳의 모스크가 공격당하고 히잡 쓴 무슬림 여성들이 백주대낮에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일들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반이슬람 정서가 낮다는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 테러 이후 무슬림을 향한 온/오프라인 공격 및 혐오발언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ISIS가 이슬람을 참칭하며 일으키는 테러에 대해 가장 먼저 규탄 시위를 조직하고, 최전선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이들이 바로 무슬림들이다. 바르셀로나 테러 이후에도 무슬림 커뮤니티들이 테러 규탄 시위를 가장 앞장서 조직했다. “나는 무슬림이고 카탈루냐 사람이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바르셀로나 무슬림이 외친 이 구호는 그간 얼마나 우리가 무슬림 전체를 테러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인종주의적 담론에 익숙해져 버렸는지 돌아보게 한다. 근래 미국에서는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규정하면서 아예 실제 입국을 금지하는 일조차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정말로 불 끄러 다니는 소방관에게 화재의 책임을 묻는 격이다. 그런데 ISIS가 제1세계 도시의 시민들을 공격하며 노리는 바가 바로 이러한 이슬람혐오증의 확산이다. 무슬림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이 강화될수록 자신들의 세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테러를 무슬림의 일로,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문제로 여기는 이 어이없는 짓을 그만두지 않는 한 테러는 점점 모두의 일상이 될 뿐이다. 
그러나 역시 바르셀로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카스티야 중앙정부의 정치적 억압에 대항해 카탈루냐 정체성을 발전시켜 온 곳. 솟구치는 실업률과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광장의 목소리가 모여 신생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가 창당된 후, 그 포데모스가 참여한 선거연합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어 각종 정치, 사회적 실험이 진행 중인 곳. 세계 미술사의 거장들로부터 현재의 청년문화까지 역동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매력적인 코스모폴리탄 도시. 8월 26일 이 바르셀로나 시민 수십만 명이 모여 No Tinc Por(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No A La Islamofobia(이슬람혐오증 반대)를 외쳤다. 바르셀로나 평화 시위는 테러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민 통제나 공습이 아니라, 반인종주의임을, 평화라는 가치에 대한 믿음임을 강력하게 웅변했다.
이러한 정신을 따르면, 우리가 무엇을 ‘테러(공포)’로 여기는지부터 근본적으로 생각해 필요가 있다. 사실 ISIS 테러로 인한 희생자 수 중 절대 다수가 무슬림이다. 우리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일어난 테러에 경악하는 동안,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테러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파리, 바르셀로나에 대한 공격이 ‘전 인류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되고 분노를 자아내는 반면, 여전히 식민의 잔재로 고통받고 있고, 그 후과로 분쟁이 일상화되고,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도시들에서의 죽음은 뉴스의 한 꼭지도 차지하지 못 하기 일쑤다. 지구 한 편에서 흑인의 생명도, 무슬림의 생명도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고 외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목숨 값이 같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바르셀로나 사태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서 벌인 차량 테러, 그 끔찍한 혐오범죄를 함께 보고 고민해야 한다. 차별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폭력이 행위자를 갈아타며 확산될 뿐이다. 바르셀로나 평화 시위는 이 고리를 끊어내자고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육주원 교수
(사회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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