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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신고리 5·6호기와 끝나지 않는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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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숙의과정에서 원전 건설의 재개와 중단 측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으며, 공론장 밖에서도 고성이 오갔던 게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공론화일 뿐이라며 비난했다. 반면에 청와대는 공론화가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는 정부가 기계적 중립만을 유지하면서 재개 측의 왜곡된 주장을 방치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3개월의 숙의 과정을 마치고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기는 하지만 탈핵 및 원전 축소라는 정책 기조를 요구했던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도 함께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공론화가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이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 언론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로 논의를 국한했어야 하는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축소라는 결론까지 제시하는 월권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반면에 중단을 기대했었던 원전 소재지와 송전탑 갈등 지역의 주민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고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 공론화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이처럼 숙의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새롭게 시도되었던 공론화는 진행과정뿐만 아니라 공표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건설 재개로 결론이 내려진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공론화 자체”의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평가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공론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던 사회적 상황과 이를 추진해나갔던 정치적 맥락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게다가 무수히 많은 공약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선거 당시 정책 소통의 창구였던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공약이 탈원전이었다. 따라서 당선 이후에 가장 먼저 이행했어야 했던 공약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이어야 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중단 기념식에서 탈원전 정책기조를 천명하며 공약을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같은 자리에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공론화라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최대 관심 사항이었던 공약을 취임 직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회 가능성을 열어놓게 만들었던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투입된 1조 6천 억 원의 비용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약속했던 대통령의 생각조차 돌려놓게 만들었던 “이미 지출된 돈”이라는 함정에서 일반 국민들이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중단 측의 환경단체와 경제학자들이 매몰비용을 털어버림으로써 미래에 추가적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6조 원 가량의 자금을 바람직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다며 강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투입된 자금 가운데 1조 1500억 원이 부적절한 알박기성 지출이었다는 보도마저 공론화가 완료된 다음 날에서야 공개되었다.
정리하자면 이번 공론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하고 원자력산업협회가 주연을 맡았으며 환경단체가 조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라고 판단된다. 즉, 청와대에 들어가 보니 막대한 돈이 이미 투입된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웠던 대통령이 공약 철회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비슷한 결정을 내려줄 국민들에게 판단과 책임을 떠넘겼던 것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계를 대변하는 찬핵 진영이라고 매도할 수도 없다. 공약을 철회하는 대신에 원전 축소라는 합의를 추가함으로써 탈원전이라는 정책기조를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현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정책수준을 정확히 반영하고, 국민들의 평균적인 소망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래로 촉발된 세계적인 에너지정책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한국 대통령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원자력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국민들을 선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무시되었던 원자력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정확히 그 수준에서는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기로 결정이 났다. 다만 앞으로 60년이 걸리는 “탈원전·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 기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정책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결정되고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론화가 끝나기는 했지만 찬핵·탈핵 진영 모두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지지를 얼마나 확대해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원자력에 대한 공론화는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진상현 교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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