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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돼지국밥,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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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대영동 ‘쌍둥이 돼지국밥’의 돼지국밥


친구들과 늦은 밤에 술 한 잔을 할 때나 다음 날 아침 해장을 할 때 또는 배가 고파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등 여러 상황에 생각나는 갖가지 음식이 있다. 필자는 이럴 때마다 돼지국밥이 먼저 생각난다. 따뜻하고 진한 국물, 푸짐하고 두툼한 고기, 그리고 부추 아닌 ‘정구지’가 올려진 돼지국밥에 양념과 새우젓으로 간을 해 한 술 떠서 먹으면 점점 차오르는 포만감과 따뜻함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설렁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만화 ‘식객’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설렁탕을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다”는 비유를 사용해 표현했다. 돼지국밥은 그만큼 친근하고 개성이 강한 음식이지만, 사실 우리가 돼지국밥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탕반 문화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내려져 왔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으며 북한 지역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경남지역에 정착했고 북한 지역의 향토음식인 순대국밥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후 순대가 귀해져 그나마 구하기 쉬운 돼지의 뼈와 부산물들을 이용하고 편육을 올려 지금의 돼지국밥이 탄생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일본 경제가 급격히 성장해 돈가스 소비가 늘어나 돈가스용 부위는 수출했고 대규모 축산 단지가 있는 김해지역에서 남은 부위를 먹기 시작하며 부산지역에도 전해졌다. 그리고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면서 돼지국밥이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 후 2009년에는 부산시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까지 소개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그렇게 돼지국밥은 부산인이 사랑하는 소울푸드가 되었다.
그러면 돼지국밥은 ‘부산’스러운 것인가? 사실 경상도의 여러 지역에서 돼지국밥을 먹는다. 이러다 보니 지역별로 어느 정도 돼지국밥 간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부산·경남은 다리뼈나 등뼈로 우려낸 탁한 국물에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넣어 먹다 보면 입에 진득함이 남는 깊은 맛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돼지 특유의 고기향이 나기도 했으나 타지 사람들이 점점 찾아오면서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있게 대중화됐다. 밀양식은 돼지국밥이지만 육수로 소뼈를 사용해 부산과 비교하면 좀 더 맑고 설렁탕 같은 국물이 나온다. 고기 역시 얇게 썰어 다른 식감을 주고, 파를 송송 썰어 올려준다. 가벼운 맛이 특징이어서 주로 국밥 매니아들이 찾는다. 마지막으로 대구식은 머리 고기로 육수를 내어 머리 고기의 여러 부위와 내장 등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국밥은 가게마다 특징이 있어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다를 수 있고 젊은 입맛에 색다른 메뉴로 개발되기도 한다.
지금은 돼지국밥이 전국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 음식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특색에 맞춰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지며 가게마다의 특징도 달라 ‘자신만의 돼지국밥집’을 찾을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은 국밥을 먹을 때 탁자 위에서 자신만의 조리법을 첨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돼지국밥은 자기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무뚝뚝할지라도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속마음만은 따뜻한 돼지국밥 같은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친구와 함께 맛있는 돼지국밥을 먹으며 서로를 알아보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강오 (IT대 컴퓨터학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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