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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나랏말싸미’, 각색인가 왜곡인가



지난 7월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개봉 전부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실력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나랏말싸미 역사왜곡’이 가장 먼저 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랏말싸미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세종(世宗)은 새로운 문자를 창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자를 연구하지만 새로운 문자의 형태를 두고 연구가 막힌다. 세종은 중전의 추천으로 승려 신미를 만나고 범자(梵字, 산스크리트어를 적는 인도의 문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해답을 얻는다. 이후 세종은 신미에게 새 문자 연구를 맡기고 아들 둘을 보내 배우게 한다. 그 과정에서 유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세종은 눈병을 핑계로 행궁으로 내려가 연구를 계속한다. 마침내 세종과 신미는 새 문자를 창제하지만 불교의 융성을 바라는 승려 신미와 유학자들의 왕 세종은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문자를 모두 완성한 신미는 새 문자만 남기고 떠난다. 이후 중전의 죽음으로 세종과 신미는 서로를 이해하며 신미는 자신이 새 문자의 창제에 관여했음을 숨기고 세종은 훈민정음을 반포한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이전까지 한글 창제에 대해 여러 설이 있었다. 나랏말싸미는 그 여러 설 중 하나인 범자기원설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영화이다. 현재 한글은 세종 단독 창제설과 집현전 학자 공동 창제설이라는 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세종이 우리말의 언어체계를 고안하여 만들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영화는 이미 사장된 학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신미라는 인물의 역할을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우려가 됐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세종이 한글 창제에서 신미에게 새 문자 창제를 명령할 뿐 실제로 창제과정에서 맡은 역할이 없고, 마지막에는 새 문자를 오래 사용하게 한다는 이유로 신미가 만든 한글을 뺏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글 창제과정을 다룬 영화임에도 세종이 아닌 신미가 주인공으로 느껴졌다면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이런 역사 왜곡은 역사를 사극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역사를 극으로 다루는 경우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 영화나 드라마 등 사극에서는 약간의 각색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각색된 극을 본 사람들이 각색본을 진짜 역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각색이 많이 이루어진 사극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시작 전에 각색을 거쳤다고 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를 관람했을 때는, 영화 전후로 경고문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세종이 한글을 단독으로 창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어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다룬 사극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정사로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이 저마다 자신이 본 매체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직접 공부하여 정사와 각색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또 직접 공부한다 해도 독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매체를 만드는 주체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치고 각색한 부분은 매체 시작 전에 자세히 고지해야 할 것이다.


조선희
(인문대 사학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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