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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아싸’도 ‘족보’가 보고 싶다

비싸지만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은 경험이 있다. “비싼 거니 다 먹어”란 삼촌의 말들이 의아했다. 이와 같은 행동을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부른다. 이는 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사용한 비용이 아까워 포기하지 못하는 걸 말한다.
우리의 주변에는 수능 점수에 맞춰서, 내신 등급에 맞춰서 원하지 않은 학과에 진학한 친구들이 있다. 꿈은 고난의 연속처럼 보였고 현실은 우리를 더욱 현실적이게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을 펼쳐서 공부할 때면 옆자리 다른 과 학우가 부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12년 동안 사용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미웠던 전공서적이 어쩔 수 없는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지금은 학교에 없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간 친구들을 생각해본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실 앞에 당당히 섰던 그들을 응원해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 교수는 후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새내기 배움터에서 발칙하게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을 맡은 기억은 밤마다 이불을 아프게 만들지만 그 덕에 얻은 새로운 인연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역을 다시 맡을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얻은 것도 많으니까’ 하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고 우리를 괴롭힌다. ‘하지 않은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공상의 세계에서 ‘만약 했다면’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나를 찾아온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애틋한 건 우리들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더 큰 여운을 느낀다는 증거가 아닐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시골 섬 미역 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이 분명하다며 시골에 공사를 시작했다. 나도 내가 원하는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무척’ 괴로워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도, 그러지 못할 때 ‘매몰비용의 오류’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자율전공부 2학년이 되는 것이 너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한 일에 대한 후회’로 이불을 괴롭혀도 난 내가 한 선택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음, 그래도 막대한 시험의 파도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같은 과 학우들이 나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주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보자. 그러면 그들은 감동받아 “내가 아는 선배가 준 건데...” 하고 뭔가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김문호
(자연과학자율전공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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