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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얼굴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나의 첫 인상을 물었을 때에도 그랬고,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그랬다. 손님들이 사장님에게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무섭다’고 했다고 한다.
표정이 차갑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의도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낯가림쟁이’다. 나는 ‘낯가림쟁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기방어를 하고 주변을 경계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게 되면 그 속에 끼지 못하고 혼자 겉돌게 된다. 말을 하고 싶지만, 그 용기를 내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자리는 지레 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고 나의 콤플렉스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기로 한 날이었다. 여러 친구들이 다 같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만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그런 나를 한 명씩 의식하기 시작했다. 결국엔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혹시 제가 불편하시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재학 중인 신문방송학과에서 자주 듣는 단어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필수적이다. 이것을 배제하고서는 관계를 만들 수가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고 사람들 속의 관계가 어려운 나는, 스스로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책을 한 권 읽고 이런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카시마 미사토의 『낯가림이 무기다: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낯가림이 서투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라고 한다. 낯을 가리는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사람이고, 배려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평소의 내 언행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매우 예민한 편인데, 상대방의 표정, 말투의 미묘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그때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내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오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때도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어도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받아들였다면 내게 ‘그런 말’이 되기 때문이다. 되짚어 보니 말에 대한 공포심이 나의 낯가림을 만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오히려 사교성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자진해서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곤 했었다. 예전과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많이 변했다. 혹시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계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나의 낯가림이 나를 신중하고 배려 깊은 사람으로 그리고 꼼꼼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동안 나의 단점이자 콤플렉스라 여겼던 이 ‘낯가림’을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은 한결 편해졌고, 나를 더 나로서 받아들이게 됐다. 책의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철저한 평화주의자’라는 점입니다”


감예진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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