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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구독하다, 연결하다, 개방하다

- 대학도서관과 전자저널

전자저널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가? 과제를 하거나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 번쯤 DBpia나 RISS 등에서 관련 학술논문을 참고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온라인상에 있는 학술지나 학술기사를 전자저널이라 한다. 전자저널은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비싸고 번거롭기에 대학도서관에서 일괄적으로 전자저널을 구독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곤 한다.
한편 지난해 12월 DBpia, KISS의 무리한 구독료 인상 때문에 한동안 전자저널을 이용하지 못한 기억이 남아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전자저널 공급사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대학도서관의 예산은 한정돼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 이용할 때는 편리하지만 언제 보류될지 모르는 대학도서관의 전자저널의 구독 환경을 알아보자●


이제는 필수적인 전자저널

대학은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다. 즉 그 구성원인 대학생, 대학원생 및 교수들은 교육의 주체이자 연구자다. 이때 연구결과물인 학술정보가 연구자들로부터 생산·평가된 후 다른 연구자나 정보이용자들에게 전달되고, 보존되는 순환적인 체계를 ‘학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연구자의 연구 수행에 있어 원활한 학술 커뮤니케이션은 연구자, 대학 및 국가 차원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그간 연구자들은 연구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종이로 인쇄된 학술지를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더 빠른 출판과 배포가 가능한 전자저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자저널은 하나의 논문을 보기 위해 한 권 전체를 살펴야 하는 인쇄저널과 달리 한 편씩 입수가 가능하며 전자형태로 저장돼 자료 소장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학술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해 연구자 간 의견교환을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한다.
본교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개발과 국외 Web DB 담당 김미혜 씨는 “특히 의학, 자연과학 등의 분야에서는 상당수의 저널이 전자 형태로만 발행된다”며 “공학 분야에서도 촌각을 다투는 특허기술이 전자저널로 발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현재 전자저널은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보편적인 학술정보 획득 수단이 됐다. 본교 이종욱 교수(사회대 문헌정보)는 “연구자들에게 전자저널에 대한 접근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연구 결과에 대한 파악이 늦어지고,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개별 연구와 학술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 대학도서관 내 전자저널 제공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구독과 라이선스 그리고 5,000원

구독은 신문, 잡지, 학술지와 같은 정기간행물을 일정기간동안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정기간행물의 일종인 전자저널도 구독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실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인쇄저널과 달리 전자저널은 실물을 구매할 수가 없다. 이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저작물 사용에 대한 이용허락인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전자저널을 연구 및 교육자료 등 비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을 허락받게 된다.
개인도 전자저널이나 전자저널의 모음집인 Web DB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Web DB 기준 1건 당 약 5,000원을 지불해야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해외 저널의 경우 그 가격은 논문 당 30,000원에 달한다. 개인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러 분야의 수업을 듣는 학부생이나 활동 외에 수입활동이 어려운 연구자들에게는 저널을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학도서관은 전자저널을 이렇게 구독한다

본교를 비롯한 각 대학도서관은 도서관 웹페이지를 통해 전자저널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은 전자저널을 무료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저널은 일정기간(대개 1년)마다 구독료를 지불하는 구조이므로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또 전자저널 구독이 중단되면 해당 저널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으며, 라이선스 계약 조건에 따라 복사나 배포에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대학도서관은 전자저널 출판사나 어그리게이터(aggregator)와의 계약을 통해 전자저널을 구독한다.
출판사와 계약 시, 전자저널을 출판하는 기관과 직접 협상하게 된다. 이 경우는 저널에 대한 저작권을 출판사가 소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용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하지만 볼 수 있는 자료는 해당 출판사가 출판하는 전자저널에 국한된다. 다른 한편 소형 출판사는 인력이나 예산의 부족으로 폭 넓은 이용자에게 저널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직접 출판하지 않는 대신 전자저널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지고, 다양한 출판사에서 발행된 전자저널을 단일 인터페이스와 이용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어그리게이터가 등장했다. DBpia, EBSCO, ProQuest Central 등 전자저널 검색을 위한 단일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DB가 대표적이다. 다만 어그리게이터가 전자저널에 대한 저작권을 완전히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그리게이터가 일부 저널에 대한 라이선스를 상실하면 이용자들도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출판사와 어그리게이터는 모두 전자저널 저작권 및 이용권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규모가 크고 독점적으로 운영된다. 이 교수는 “전자저널 구독 비용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가파름에도 불구하고 대학도서관의 협상력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대학 차원의 관심도 낮아 해마다 연구자들이 무료로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학술정보의 양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과점에 대처하기

대학도서관에서 전자저널이나 웹 데이터베이스를 구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도서관 전체 예산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해외 Web DB ‘ScienceDirect’의 경우 연간 구독 비용이 10~20억에 달한다. 본교의 경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자저널 및 Web DB 구독비는 약 27억 원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도서관 전체 자료구입비가 약 54억 원에서 약 43억 원으로 줄어들어 도서관 예산 중 전자저널 구독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2020년 전자저널 및 Web DB 구독 예상 비용이 약 30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배정된 예산이 22억 원으로 줄어들면서 기존에 구독하던 전자저널에 대한 구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미혜 씨는 “구독 중단 시 일부 업체에는 구독조건 위반으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전체 자료구입비가 줄어도 전자저널 구독 비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인쇄자료 구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학술출판사와 어그리게이터의 전자저널의 독·과점적인 운영은 예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전자저널에 대한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고액의 전자저널을 구독하지 못하는 연구소 및 대학교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불가피하게 직접 전자저널 구독료를 지불하며 이용해야 한다. 심지어 현행 학술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저작권이 학회나 출판사로 이양돼, 저자일지라도 자신의 저작물에 구독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용(홈페이지 서비스, 배포)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학술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및 도서관 차원에서는 여러 형태로 노력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전자저널 구독을 위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자정보 공동구매 컨소시엄(Consortium)과 같은 협력 체제를 구축해 운영하기도 한다. 컨소시엄은 대형 전자저널 제공 업체의 독점구조에 대응해 전자저널을 할인된 가격이나 좋은 라이선스 조건으로 협상하기 위해 연합하는 비영리 또는 도서관 단체를 말한다. 현재 국내 국가 컨소시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 산하의 KESLI(Korea Electronic Site License Initiative) 컨소시엄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KERIS 대학 라이선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도서관연합회가 주관 및 운영하는 KCUE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KERIS 대학 라이선스의 경우 수요가 높은 핵심 해외 전자정보에 연구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대학의 예산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하며 KERIS와 대학이 30:70로 구독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한 외국학술지지원센터(FRIC)는 해외 인쇄저널을 국내 모든 연구자가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서, 본교 중앙도서관도 여기에 참여하고있다.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해외 인쇄저널을 각 기관별로 분담하여 수집한 후 이를 공유한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하는 오픈 액세스

이런 노력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개념으로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OA)가 있다. OA는 ‘학술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라는 개념으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어디서든지 각종 연구성과물을 출판과 동시에 무료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운동이다. 이는 연구자들이 수행한 연구의 내용은 법적, 경제적, 기술적 제약 없이 다른 연구자나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돼 결과가 활용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근거한 후속 연구를 통해 학문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OA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로 골드(Gold) OA는 저자가 자신의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논문을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저자가 소속된 대학이나 연구기관 또는 연구비 지원기관이 비용을 지원한다. 두 번째는 그린(Green) OA로 저자가 구독 형식의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을 출판(게재)하고, OA 리포지토리(Repository, 저장소)에 자신의 논문을 보관하는 형태다. 따라서 학술지 구독은 유료이지만 이용자는 리포지토리를 통해 논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리포지토리에 보관되는 논문은 출판사의 교정이나 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은 형태의 원고이거나 엠바고 기간을 거쳐 공개된다. 학문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 논문 가운데 20~30%가 골드 또는 그린 OA이고, 그린 OA의 비율이 골드 OA에 비해 높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OA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OA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학술지 논문을 OA 리포지토리(ResearchGate, Academia.edu 등)에 기탁하게 되면 검색 엔진(Google 등)에서의 검색 가능성이 높아져 피인용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즉 OA를 통해 연구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유통하게 되면 국제사회에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고, 국제적 공동연구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대학도서관이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물을 보존체제를 구축하고 유통에 개입하는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OA 저널은 저자가 직접 출판한 논문이거나, 출판사의 교정이나 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은 형태이기에 그 품질에 대한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일부 OA 저널는 동료 평가(peer-review)도 이루어지지 않고, 낮은 품질의 논문을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OA 저널이라 해도 엄격한 동료 평가가 이루어져 매우 수준 높은 논문을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부실한 OA 저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부실한 저널=OA 저널’이라 할 수는 없다. 이 교수는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OA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집진 구성, 동료 평가 여부, 저자 구성, 평판, 해외 색인 데이터베이스 등재 여부, 논문 게재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요소들에 대한 점검을 대학도서관에서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SCI/SSCI 급 저널 또는 SCOPUS 등재 저널’을 우수 저널로 판단하지만 이것도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마다 SCI/SSCI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학술지가 있다. 또한 국어학이나 교육학과 같이 해당 국가의 고유한 문화와 풍토를 연구하는 학문의 경우, 세계적인 기준을 적용해 평가하기 어렵다. 예산 배정이나 대학성과 평가를 위한 정량적 평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단일의 기준으로 질적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지양하고, 학문 분야별 저널에 대한 정성적 평가요소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미래 연구세대가

이 교수는 “국내 주요대학 평가담당자와 대학도서관 사서들을 대상으로 대학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인식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대학도서관 전자자원은 대학의 연구경쟁력이나 대학경쟁력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도서관의 전자자원, 특히 전자저널은 연구자가 양질의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자자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대학, 연구자 차원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이는 여러 학술지원센터나 컨소시엄이 생기고 운영되는 것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연구자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미래 연구세대인 학생들이 전자저널의 구독 환경을 이해하고 컨소시엄이나 OA 활용함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학술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정경희 (2008)
 「국내 학술지 웹DB 구독료 현황과 오픈액세스에 대한 사서의 인식」
김환민 (2018)
 「국내 연구자의 오픈액세스 논문 출판에 대한 인식 조사」


용어설명

◈전자저널(Electronic Journal)
전자저널은 기본적으로 ‘전자자료로 제공되는 학술지’를 말한다.  그 발행형태는 ▲종이로 인쇄된 학술지(이하 인쇄저널) 그대로 전자화한 것 ▲인쇄저널 중 일부만이 전자화한 것 ▲인쇄저널에 내용을 보강해 전자화한 것 ▲순수한 전자저널 등으로 나눠진다.

◈Web DB(웹 데이터베이스)
Web DB는 인터넷(Web) 상으로 제공되는 학술 DB를 의미하며 전자저널 원문뿐만 아니라 초록, 색인, 평가 등도 제공 범위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학술지 제공 서비스 중 하나인 DBpia나 해외저널을 서비스하는 Science Direct 등이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자저널 및 Web DB 구독비는 약 27억 원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도서관 전체 자료구입비는 줄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개발과 제공]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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