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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

이창희 교수
(자연대 생명과학)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 합성을 하지 않고 숙주 세포에 기생해서 번식하는 기생체이다.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을 포함한 숙주를 활용하여 생존,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터득해 왔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급성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인류의 능동적·수동적 노력 등으로 박멸돼 지구상에서 사라져 왔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천연두 바이러스이다. 만약 천연두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낮고 급성보다는 만성적으로 질병을 유발하였다면 현재까지도 진화를 거듭하여 생존해 있지 않았을까? 이와 유사한 것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있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정되어 발병된 것은 잠복기가 짧고 감염된 환자의 경우 능동적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하여 직접 접촉에 의한 숙주 간 전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스스로가 잠복기간을 지연시켜 증상 발현 전 감염자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빠져나와 바이러스가 유럽 및 미국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는 인간의 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간을 감염시켜 현재까지 유행과 대유행을 반복하면서 생존과 진화를 거듭해왔고, 급기야는 인류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 역시 감염자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 증상 발현까지 초기 감기 유사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평균 10년 이상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만성감염으로 대인 전파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였다. 따지고 보면 바이러스는 자신들의 복제 증식을 위해 숙주를 활용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 바이러스 자신들에게는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숙주를 이용한 자신들의 번창에 유리하다면 인간에게 덜 치명적이도록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경증 감염을 유발하면서 2003년 사스 대유행 이전까지는 코로나 맥주보다도 그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 중 가장 큰 유전체를 가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 동물 종에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숙주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 미생물 진화의 우세 학설인 ‘RNA world’에 바탕해 보면 RNA 바이러스 탄생 이후 DNA 바이러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DNA 바이러스의 특성을 보유한 대형 RNA 바이러스가 만들어졌고, 이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명 ‘DNA 워너비(wannabe)’라는 별칭을 가지며 큰 유전체를 치명적인 변이 없이 유지하기 위한 교정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다른 RNA 바이러스들보다 돌연변이율이 낮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재조합이라는 특별한 무기를 장착하여 기존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spillover 즉 ‘종간전파’ 방식으로 진화해 왔으며 따라서 동물 유래에서 인간으로의 전파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기존에는 인간과 가축이라는 환경과 박쥐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이 별개였지만 인재(人災)로 인해 인간/가축 영역과 박쥐/야생동물 영역의 교집합 공간이 존재하면서 박쥐에서 중간숙주(야생동물 또는 가축)를 통해 인간으로, 또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직접 전파가 수월해지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적응 단계를 거쳐 대인전파 능력까지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이 대인전파 능력을 아직까지는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유행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병인 코로나-19(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역시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앙지인 중국 우한에서 발생 시기 12월은 겨울 기간으로 박쥐의 동면 또는 비활동기간이란 점, 그리고 2013년에 우한에서 1,300km 떨어진 윈난 지역에서 이와 가장 유사한(96% 상동성을 갖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인된 점을 비춰본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직접적이든 간접적(중간숙주를 통해)이든 어느 정도 적응기간을 거쳐 대인전파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사스의 경우 이미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유행해 중국 밖으로 나오기까지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국 광동성의 감염자가 대유행의 최초 전파자(index case)로 홍콩을 여행한 후 발병되었는데 이후 같은 호텔 투숙자는 물론 병원 내원 후 의료진을 감염시켰고, 호텔 접촉자들이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빠른 시간 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2020년 현재는 사람들의 국제간 이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우한에서 시작된 유행은 감염자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또는 외국인이 중국을 방문한 후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의 경우 사스의 학습효과로 범국가적으로 감시체계를 가동하여 유행할 바이러스를 조기에 확인하고 대응하였다는 점과 진앙지가 중동이라는 점에서 해외 여행객에 의한 전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사스와 메르스가 일반 바이러스성 폐렴 특히 인플루엔자보다 치명적인 이유는 폐(하부호흡기) 감염에 의한 중증 폐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하부호흡기 감염은 드문 대신 상부호흡기 감염이 주를 이루고 경증이 대부분이라 치료제 복용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중증을 택한 사스 및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하부호흡기에 영향을 준다. 대규모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상부호흡기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하부호흡기에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대인 전파가 효과적이지 못하다. 반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질병의 경중보다는 상부호흡기 및 비강을 선택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대인 전파를 할 수 있는 전략에 치중한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증(하부호흡기)을 선택할지 대인 전파력(상부호흡기)을 선택할지 딜레마에 빠져있지 않을까? 사스 및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 비춰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초기에는 중증인 걸로 보고되었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사례를 보면 폐보다는 상부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효과적인 대인 전파와 경증 유발이 더 일반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집단감염이라는 상황과 이에 따른 지속적 확산 하에서 선택압력에 따른 변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상부/하부호흡기를 원활하게 감염시킬 수 있는 전략을 획득함으로써 중증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재유행 및 엔데믹(토착화)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변이라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한 단계 성숙된 위생관리 및 시민의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가축 전염병의 예로 보면 아무리 백신접종이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차단방역 수칙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이에 따른 질병 발생 및 전국적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감수성 있는 숙주가 존재해야만 전파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70% 이상만 형성되면 바이러스는 감수성 숙주보다는 저항성 숙주가 만연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그 결과 면역이 형성 안 된 나머지 30%를 방어할 수 있다.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집단면역 대신 집단방역이라는 전략으로 개개인에 대한 예방 수칙을 통한 방역대를 형성한다면 감염자에서 방출된 바이러스는 갈 곳을 잃고 점차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단지 서막이라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이후에도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은 언제든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끝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대응 체계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이라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타노스’가 인류에게 하였듯이) ‘지구가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에게 경고를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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