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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코로나 19, 감염 못지 않게 무서운 건 인간성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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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사랑
기아, 전쟁과 함께 전염병은 인류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였다. 전염병은 병원체가 포함된 공기나 물, 음식을 통해 전해지거나 작은 동물과 벌레에 묻어서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쥐 혹은 인간 스스로가 매개체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자로 만들기도 했다. 고대 아테네를 몰락시킨 장티푸스와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 단일질병으로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망자를 낸 천연두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에 대한 투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인류는 과학과 의료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병균을 그럭저럭 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질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노화로 죽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낙관적인 순간도 잠시 오늘날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병에 의한 위협이 여전히 실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는 3개월 만에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휩쓸며 다시 한 번 인류를 팬데믹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어느새 외출 필수품이 된 마스크와 악수 대신 하는 팔꿈치 인사는 흑사병의 상징이 된 역병의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중세 유럽과 흑사병을 생각할 때 역병의사를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 후손들에게는 마스크가 21세기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고 자율주행 도입이 초읽기에 접어든 첨단과학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질병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를 휩쓸며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코로나바이러스는 각국의 문화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식습관 역시 급격하게 바꿔 놓았다.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한 냄비에 담긴 찌개를 각자의 수저로 퍼먹으며 유대감을 다지던 습관도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처럼 우리는 남이 아니지만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기 때문이다.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 국자로 찌개를 덜어 먹는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이젠 전통적이라 여겼던 음식 문화에 대한 기준과 인식 자체도 바뀌는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정말 무서운 것은 그로 인해 비롯되는 인간성의 상실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이나 전염병의 창궐 같은 극한의 상황은 인류에게 육체적 죽음뿐 아니라 지성의 붕괴까지 초래해 왔다. 이러한 지성의 붕괴는 자신이 속한 국가와 민족, 종교 정체성 외부의 타자를 향한 폭력성으로 치달았고 이교도와 이민족, 유대인에서 LGBT(성 소수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시켰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고 한다. 호주 슈퍼마켓에서는 휴지를 두고 칼부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마스크와 의료물품 등 필요한 물자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 서로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쌓인 것이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는 소설의 화자인 리외가 소설을 쓰기로 한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 페스트에 희생된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 아니 적어도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와 폭력에 대해 추억만이라도 남겨놓기 위하여, 그리고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 것만이라도, 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두기 위하여, 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김화영 옮김, 책세상, 1998.)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인류가 300만 년 넘는 동안 계속된 시간의 시험에도 살아남아 역사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경멸할 만한 부분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과 연대, 협력이라는 가치가 남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발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218개국을 휩쓸고 누적 확진자 3000만 명을 바라보는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의연하게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수많은 의료진과 개인의 일상을 희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쓰는 시민들이 있다. 역사를 이끄는 것은 언제나 폭력과 증오가 아닌 사랑과 연대였다.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인간성을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코로나와 싸우다 숨진 의료인의 수가 7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순간이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이동건
사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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