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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저수지의 개들>로 보는 리얼리즘과 리얼리티,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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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서 리얼리즘이란 사물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리얼리즘의 개념이 현 세계의 모사라는 예술적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은 근대 이후이다. 당대의 실증주의로 표방되는 경향은 사실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당연하게도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켰고, 예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리얼리즘은 한계에 부딪혔다. 예술 속 세계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진이 발명됨에 따라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회화는 경쟁력을 상실해갔고 수많은 화가들은 도대체 무엇이 사실적인 그림인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오늘날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리얼을 찾아가는 여정 속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타란티노는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에서부터 보다 리얼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는 리얼리즘과 리얼리티를 구분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섞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저수지의 개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검은 정장 차림을 입고 있다. 게다가 가느다란 넥타이를 매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의 옷차림은 멋지고 세련된 느낌이 있으면서 왠지 우리를 찜찜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현실적인 면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강도들이 범행할 때 서로 비슷비슷한 옷을 입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검은 옷에 검은 복면 등등. 사람들의 기억에 쉬이 각인되지 않기 위해 입는, 그래서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물으면 보통 다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영화에서 리얼리즘이 아닌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장면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폭력적인 장면이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남자가 총을 맞고 누워서 신음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배에 총상을 입었고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을 관객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불편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는 이유는 단지 이런 상황을 한두 문장으로 끝내고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폭력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만화 같은 폭력이다. 영화 <러셀 웨폰>에 나오는 폭력처럼 오로지 재미를 위한 폭력이다. 두 번째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폭력이다. 진짜 인간에게 닥치는 폭력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이 타란티노가 추구하는 리얼리티이다. 
두 번째로 쓸데없는 수다 장면이다. <저수지의 개들> 도입부는 범죄시행에 앞서 모인 7명의 범인들이 마돈나의 히트곡의 의미에 대해 분석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플롯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인데도 주의를 끌어당기고 자연스럽게 캐릭터 간의 관계를 묘사한다. 이는 영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기존의 영화 시나리오에서 배우가 내뱉는 말이라는 것은 서사를 위한, 서사에 충실한 절제되고 기능적인 역할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영화의 장면처럼 쓸데없는 잡담이 태반이지 않는가. 
흔히들 타란티노를 B급 감수성의 선두주자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의 감수성 속에는 이러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 진짜 인간에게 닥치는 사건을 다루는, 그 속에서 예술미와 현실미를 적절히 혼합하는 그의 능력이 오늘날 대중을 열광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권오현(인문대 고고인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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