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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획

과거의 흔적을 조각 맞추어 시대상을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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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고학이라고 하면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낀다. 그래서 ‘고고학’이라 하면 막연히 ‘인디아나 존스’ 를 떠올리곤 한다. 가령 황금이나 보석을 도굴하거나, 숨겨진 유적지를 찾거나, 어드벤쳐 등을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 진짜 고고학을 전하고 싶다는 본교 곽승기 교수(인문대 고고 인류)를 만나봤다●




Q. 먼저 교수님의 전공 분야에 대해 소개해달라

A. 고고학은 크게 선사고고학과 역사고고학으로 나뉘는데 그중 선사고고학을 전공하고 있다. 선사고고학은 구석기-신석기-철기 등 흔히 알고 있는 시대 구분의 한 범위를 이야기한 것이며, 그중에서도 신석기와 청동기 고고학에 관심이 많다.
고고학 같은 경우에는 넓게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발굴된 자료를 꾸준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학문에 비해 전공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고, 먹는 음식이 어떻게 변했으며, 그 원인은 뭔지 등을 당시의 사회적 현상과 연결해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Q. 지금의 전공을 선택한 계기는?

A. 처음부터 먹는 것에만 집중해 연구하려던 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시대 구분을 하는 데 있어 옛날 사람들이 “오늘부터 신석기, 내일부터 청동기”라고 정한 건 아니지 않나? 시대를 구분해주는 확실한 뭔가가 있을텐데 그게 뭘지가 궁금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먹는 것’이더라. 시대가 흐르면서 변하는 게 참 많다. 그중 대표적으로 의, 식, 주를 손꼽는다. 예를 들어 오늘날 현대 한국인들의 의, 식, 주 모두 서구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그중 먹는 것은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전통성을 지켜오고 있다. 말하자면 먹는 것에 있어선 보수적인 셈이다. 인간에게는 본래의 입맛을 지키려는 특성이 있다. 그게 신석기와 청동기를 거치면서 많이 변했다. “주변에 있던 것들을 수렵 채집을 통해 소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식량의 생산자가 되었는가”가 궁금했고,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전공을 선택한 계기였다.

Q. 고고학만의 매력이라고 하면 어떤 게 있나?

A. 다른 학문에 비해 다학문적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 요새는 융합의 시대라 대부분의 학문이 다학문적 연구를 지향하곤 한다. 말하자면 학문을 큰 바운더리 안에서 다른 학문을 가져와 결합하고 발전시켜 연구하는 식인데 인문사회과학에서는 고고학이 그런 성격이 강한 것 같다. 고고학은 과거 인간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지 않나? 그러나 과거의 인간을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물질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물질문화를 연구하면서 그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거에는 그렇게 연구했지만, 앞으로의 연구, 최근의 연구는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남긴 물질문화에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쪽으로 고고학의 흐름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다른 인문학에 비해 다학문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용하는 방법론 중에는 자연과학 부분도 있고, 통계적인 방법도 이용하고, 전통적으로 인문학과 관계하지 않을 것 같았던 분야의 이론이나 방법론들이 활용된다. 그런 것들이 잘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연구자로서 마음가짐이나 다짐이 있나?

A. 연구자로서 연구함에 있어 기준을 세우기에는 아직 연구 경험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사실 그런 거창한 건 없다. 내가 하는 방법이 한국 고고학계에선 희귀한 방법이라 말하자면 소수의 연구자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 들어오면서 연구를 해나가는 데 한계점이 많았다. 대부분의 한국 연구자들은 나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구하고 계셔서 그런 분들에게 내가 하는 연구방법에 대해 처음부터 신뢰를 보여드리기가 어려웠다.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하는 방향과 연구가 틀림없이 한국고고학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연구하는 방법을 계속 유지할 때 다른 분들과 마찰이 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본다. 왜냐하면 연구자라면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기가 하는 게 절반 이상은 옳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흔들리게 되면 연구자로서 자기 연구와 방향에 활발하게 되기 어렵다. 특히 신진 연구자일수록 말이다. 그래서 자기 연구에 믿음이 강하게 있어야 한다.

Q. 사람들은 고고학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A. 사실 이건 고고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고고학이 어떤 학문인지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대중들에게 내용이 잘 전달되기도 하고 연구자가 많아 소통할 기회도 많은데 고고학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게 가장 일차적인 원인이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상당히 매력적인 학문이고, 물질문화를 바탕으로 과거와 인간을 이어줄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이다. 그렇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학문임에도 고고학계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다 보니, 그리고 대중들은 인디아나 존스 같은 것으로만 접하다 보니 고고학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Q. 보통 연구는 어디에서 진행하나?

A. 다양한 장소에서 하는데, 연구 종류나 기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저는 음식, 요리와 관련한 연구를 하는데, 우리나라 토양 특성상 유골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음식물들도 유기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다 없어진다. 현장에서 채집하고 수습해서 조그만 흔적을 찾아낸다. 그렇게 찾아낸 증거들을 가지고 국내에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연구실에서 분석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일부는 해외에 가져가서 분석하기도 한다. 올해 2월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연구하기도 했다. 분석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여러 실험실에 흩어져 있어 분석 방법에 따라 실험실을 오가며 분석을 한다.

Q.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조금만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A. 가장 최근에 한 건 신석기-청동기의 음식과 관련한 유물연구이다. 음식 그 자체는 유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음식과 관련된 물질자료인 토기를 연구한다. 과거에는 음식을 조리할 때, 토기에 식재료를 넣고 물과 함께 끓였다. 이러한 조리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어서 당시에 가장 많이 쓰였다.
물이 끓으면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 라면 끓일 때 고추기름이 뜨듯이 말이다. 오늘날의 스테인리스는 유약처리가 돼 있어, 식재료 성분이 냄비에 남지 않지만, 토기는 다공질이어서 토기에 물이 침투할 수 있어 숨을 쉬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식재료 성분들이 토기 내부에 침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조리 활동을 통해 식재료에서 추출된 미량의 기름 성분이 토기에 침투한다. 일단 토기 내부로 침투하면 주변의 환경(토양의 성분이나 산성도)과 관계없이 고정되기 때문에 토기 안에서 미량의 성분들이 수천 년의 세월을 버티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화학적으로 추출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과거의 기름기를 추출하는 작업이다. 그 후에 여러 가지 장비를 통해 그 음식물이 뭔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통해 일정 지역에서 먹는 음식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인간은 무엇을 먹었는지, 주로 먹는 음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Q. 유물을 발견하면 그게 언제적 유물인지 어떻게 아나?

A. 그것을 ‘편년’이라고 한다. 경험이 있는 고고학자들은 외관상으로도 얼핏 확인이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한다. 출토사례가 많고, 유물들이 많이 모이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것은 밑에 있고, 최근 것은 위에 있다”가 전제이다. 역전층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오래전 것일수록 밑에 있고, 밑에 있을수록 나중에 발견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요새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대표되는 연대측정법이 있기 때문에, 절대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토기의 연대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방법이나 기술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토기와 같은 층에서 나온 불탄 나무에서 시료를 채취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측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연구 자료가 쌓이고 눈에 익으면 대략적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편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나?

A. 사실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기술이 발달해 좋은 장비가 나와 오차를 최대한 줄인다 해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장비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기술과 장비가 많이 발전해 과거보단 범위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더 좋은 장비가 나오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오차를 가장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유물의 연대를 많이 측정해 오차범위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다. 연대를 알고 싶은 유적에 대해 연대를 많이 측정하는 것이다. 그 연대를 배열해서 많이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오차를 줄여가는 것이다.

Q. 우리나라에서 고고학 연구하기에 유물은 충분한가?

A.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 기준 대비 유물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면적이 작지만,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 등 삶의 양식이 끊긴 적은 없다. 물론 유기물 자료 같은 것이 제한적이지만 면적 대비 출토량은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서구 국가들보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늦게 들어온 편에 속하는데, 면적 대비 방사성 연대측정치가 서양 국가들(미국, 캐나다 등)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높다. 우리나라 토양의 특성상 유물이 많이 남아 있진 않지만 겹겹이 있는 경우도 있다.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 유물까지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살기에 적절한 장소를 찾는 것을 ‘입지’라 하는데 그 적절한 장소라는 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고학을 연구하면서 우리나라는 흥미롭다.

Q. 최근 흥미롭게 보고 있는 유물이나 유적이 있나?

A. 제주도의 고산리 유적을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토기가 나온 곳이다. 고산리 유적에서 발굴된 토기를 분석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고산리 유적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고산리 유적을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해 추정하면 그 연대가 9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신석기 초창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과거 사람들이 어떤 걸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유적이다. 이 유적이 특히 중요한 것은 신석기 시대 시작인 만큼 구석기 시대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구석기 시대의 전통이라고 한다면 채집과 사냥을 주로 했다든지 돌을 갈아 썼다든지 하는 등의 생활 양식이 있다.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단계, 구석기의 최말기와 신석기의 최초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토기’라는 특이점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토기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신석기 시대의 표지물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매우 흥미로운 유적이라고 볼 수 있다.

Q. 한국에서 고고학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참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나라 고고학계는 다른 학계보다 연구자가 적다. 아무래도 고고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어렵게 인식하는 만큼 한국에서 마이너한 학문이라 그렇다. 대학내 전공 교수님들만 해도 다른 학문에 비해 적다. 고고학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비관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다. 심지어 고고학이 왜 필요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연구할 건 많다. 그래서 연구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구자가 많아지면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을 것이고, 기존의 연구 자료를 더 많은 사람이 다뤄야 더 많은 연구 방법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종사자가 많아야 학문이 발전한다. 새로운 시각과 생각이 많아지면 학문이 발전한다. 종사자가 한정적이면 소위 ‘고인물’이지 않느냐. 그래서 연구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고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일조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Q. 앞으로의 연구계획이 있으신지?

A. 지금 연구하는 것은 선사시대의 삶의 모습을 파악하는 건데, 그중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업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점은 손에 잡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 너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엇을 먹었는지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내 논문은 거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부끄럽다. 먹는 음식이 A에서 B음식으로 바뀌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회현상과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발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기에 숨어 있는 현상을 찾아내는 데까지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Q. 지향하는 수업의 방향성이 있나?

A. 학생들로부터 괜히 수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수업을 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절대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말한 것들을 학생들이 본인의 주관을 갖고 들었으면 좋겠다. 보통 교수님들은 각자 주관에 따라 수업을 계획하신다. 그래도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하고 싶다.

Q.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A. 코로나19가 발발한 올해는 우리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겠나? 이런 상황에 올해 입학하신 분들은 대학생이지만 대학생인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우리가 사이버 대학에 가려고 공부해서 경북대에 진학한 건 아니지 않나. 학습능률이 오르기 어려운 조건인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험 있고 능력 있는 여러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해주실 것이다. 학생 여러분들의 능률을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분과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하나씩 깨닫고 성장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다른 선생님들처럼 더 준비해 수업할테니 열심히 공부해 학기 잘 마치시길 바란다.


임건이 기자 lgy18@knu.ac.kr
편집 진수별 기자 jsb19@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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