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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으로 바라보는 살아있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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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국내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희곡 <심판>이 출판됐다.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가는 사후세계에서 충실하게 살았는지 심판받게 된다는 이 희곡은 과연 충실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또한 심판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 과정은 우리가 실제로 심판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며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면 <심판>에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서 충실한 삶이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자.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죠?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형...
 아니, 다시 말해 삶의 형을 구형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꿈꿀 것이다. 직업적인 성공, 금전적인 성공, 명예적인 성공 등등. 여기, 우리 기준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삶을 산 ‘아나톨 피숑’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피숑은 자신을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고, 좋은 가장, 좋은 가톨릭 신자, 좋은 직업인>으로 멋지게 살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후세계의 심판에서 최고의 형벌을 선고받는다. 검사는 피숑의 평가에 대해 왜 좋은 인생이 아니었는지 죄목을 낱낱이 밝힌다. 우리가 몰래 저지른 사소한 잘못들까지도 위에서는 다 보고 알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좋지 않은 결과들이 벌어지게 된 것들 또한 죄의 목록에 포함된다. 그리고 그가 최고의 형벌을 받은 것은 자신의 재능과 사랑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연기의 재능이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마음에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다.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그걸 여기(천국)서는 아주 좋지 않게 보죠!



그는 나름대로의 최선의 선택들을 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연기의 재능을 선택할 수 없었고, 고백을 못 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실패의 두려움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들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열심히 피숑을 변호해보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처음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왜 이 수업을 들어야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순히 해야 하기 때문에 해왔는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눈빛이 반짝거리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졌고 그 후 방황하는 시기를 겪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모든 걸 버리고 뛰어들어봤다. 그 속에서 울고, 웃고, 화내고,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지금은 열심히 그 일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방황중이며 또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질 때는 기꺼이 그곳에 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하면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무언가를 목표하고 이루면서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충만한 삶의 끝자락에는 반드시 운명의 순간이 와요.
그때 무대에서 퇴장할 줄 알아야 해요.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렇기에 모든 선택들이 소중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무대 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대를 떠났을 때 무대 위에 반짝이는 조명이 아니라 열렬한 땀들이 남아있으면 좋겠다.

서준혁(IT대 전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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