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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조가 낳은 스포츠계 학교폭력, 구조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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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의 학교폭력이 폭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다영, 이재영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무기한 출전 정지와 국가대표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폭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두 선수 이후로 남자 배구, 야구, 축구 등 여러 종목의 프로선수들이 잇따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다. 연이은 학교폭력 폭로 끝에는 가혹 행위를 저지른 선수들에 대한 비난들이 주로 남았다. “관상이 쎄했다”, “실력도 좋지 않은 데다가 학교폭력 가해자이기까지 하냐”, “가해자들만 팀에서 제명시키면 될 일이니 빨리 결단을 내려라” 등, 사건의 해결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다.

문제는 ‘가해자 개인의 잘못’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는 요즈음의 현상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상당수의 언론이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실제로 경직된 수직 구조라는 스포츠계 특성을 바탕으로 내·외부의 부조리한 일들, 심지어는 범죄마저 묵과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 1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체육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리 및 부조리 조사 결과, 단 4개월의 특별 감사 속에서 337건이나 되는 비리 사건이 적발됐다. 이들이 사업비와 후원품을 횡령하고, 학벌, 집안 등 이른 바 ‘백 있는’ 선수들의 편의를 봐 주며, 대표선수 선발 과정과 대회 심사에서 편파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동안, 피해자들은 구조에 짓눌려 피해 사실을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스포츠계 전반에는 광범위한 폭력, 구조와 개인, 개인과 개인 간 폭력이 차례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잉태된 폭력은 마치 도미노처럼 우수수 답습된다. 갑인 단체가 을인 선수들에게, 선수들 중에서도 갑인 선수가 을인 선수에게, 또 갑인 선수 선발권 혹은 지명권이 을인 체육 전공 학생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행했다. 그 끝에는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이 있었다. 물론 일차적 책임과 잘못은 오로지 가해자의 몫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강제적이고 폐쇄적인 합숙 연습 문화, 이 속에서 생기는 선수 간의 서열, 합숙하는 동안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지도자, 권력과 권위를 이용한 인권유린, 견고한 ‘카르텔’ 등 정작 스포츠계 폭력의 배경이 된 주요 요소들은 금세 흐려지고 말 것이다. 

2014년 조사 이후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설립되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는 프로선수의 폭력 가해 행위가 폭로될 경우 ‘가해자 몇 명만 쓱 치워버리면 그만인 식’ 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다영, 이재영 선수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라 ‘가해자 ○○○ 선수’가 간판이 되는 모든 사건이 그렇다. 그들의 가해 행위는 당사자들도 인정했듯 명백한 사실이지만, 여기서 대중의 관심이 가해자인 선수에 게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 당장 보이는 곰팡이 자국 몇 개를 지워낸다 해도, 이미 벽 전체에 퍼져있는 곰팡이는 어느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곰팡이를 말끔히 치워내려면 근본적 원인인 곰팡이 포자, 갑질을 용인하고 부조리를 양산해 온 스포츠계의 수직적·인습적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폭력의 시발점이었던 구조의 문제를 끌어내고 처벌의 수위를 강하게 조절하여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구조’ 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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