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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코로나 시대, 되돌아 본 학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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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경북대학교였다.’
소설 <설국>(雪國)의 주인공이 눈으로 뒤덮인 니가타현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처럼, 2015년 경북대학교에 처음 발을 내디딘 나의 심정을 표현하자면 위와 같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를 해왔지만 대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확실히 달랐다. 어렵지만 유익한 전공수업을 들으며 전문성을 쌓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교양수업을 찾아 들으며 정말로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캠퍼스를 거닐었다. 
그러나 마지막 학년인 4학년 과정을 앞두었을 때 초유의 전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고, 남은 대학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업은 비대면 원격 강의로 전환되었으며, 텅 빈 강의실은 하염없이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나름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다는 Y세대의 일원이었지만, 화상 프로그램을 통한 실시간 수업은 낯설기만 했다. 이는 교수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원활하지 않은네트워크 환경까지 더해지니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예 수업을 포기하고 학습자료와 과제로 수업을 대체하는 교수님들도 계셨다. 이 때문에 학교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서는 부실한 수업 내용을 성토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연일 울려 퍼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강의내용에 대해 더욱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당시에 나는 <매체와 시공간>이라는 전공수업을 들었었는데, 교수님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 식당, 학교처럼 물리적으로 구분되어있던 ‘공간’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사람의 의지와 활동이 결합한 ‘장소’를 새롭게 재편한다고 설명하셨다.
처음에는 당최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보다 몸으로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고, 교수님이 말한 변화를 체감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4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나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다행히도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치료를 위해 일주일 정도 머물렀었는데, 평소였다면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없었겠지만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공간을 통해 무리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주위에 크게 알리지 않았던 탓에 대부분은 사고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다가 정작 2학기 때 학교 도서관에서 수업을 들으려다 잠시 와이파이 공유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탓에 수업을 듣지 못할 뻔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서울 시내에서 스마트폰을 끄면 그곳이 절간이고, 절에 스마트폰이 작동하면 그곳이 서울’이라는 교수님의 농담 아닌 농담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이 학교 도서관보다 강의실에 가까웠던 셈이다.
어느덧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한 지도 일 년이 지났지만 당장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늘 답을 찾아내 왔고, 백신접종과 거리두기를 필두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서 언급된 환경의 변화는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학교의 네트워크화를 좀 더 앞당겼을 뿐 결국 언젠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나만 하더라도 일 년 동안 온라인 수업을 듣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있었다. 학과에서 새 방송 장비와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 수업의 질도 한껏 상승했고,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편하기도 했다. 조별 과제 팀원들과는 한 차례의 대면 모임 없이도 발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온라인상에서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대면으로 시험을 치르는 수업이 많았긴 했지만, 이 역시 시간문제일 뿐 화상 캠코더 송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 비단 코로나 확산방지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비대면 강의를 선호한다는 의견 역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전의 시절이 그리웠던 것은 학교가 단순히 학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선 새내기 시절 아직 어색한 사이였음에도 교재를 깜빡한 나를 위해 선뜻 교재를 보여준 친구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백양로와 일청담에는 축제기간에 볼거리를 즐기며 함께 거리를 거닐던 낭만이 깃들어 있었다. 나에게 학교는 수많은 사람과 쌓아온 관계의 추억이 녹아있는 장소였다.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장소가 세상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20세기 수강신청의 풍경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은 손으로 직접 작성한 수강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컴퓨터가 갓 보급된 이후에는 학교 내 전산원을 사용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여전하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담소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던 장소의 추억은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내가 절대로 느낄 수 없으리라. 
경북대학교에서 4년간의 학사 과정을 끝마친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를 떠나는 나에게 남은 것은 졸업장과 학위만이 아니다. 어떤 강의에게서도 배울 수 없을 사람들과의 관계와 경험은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입학했음에도 아직 캠퍼스가 어색한 20학번 학생들과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21학번 새내기들. 그들에게 경북대학교가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기억될 날이 얼른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오정록
(사회대 신문방송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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