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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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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걸으면 저 차가 어떤 차인지 조잘조잘 이야기하곤 하였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텔레비전을 켜고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그 중 제일은 공룡이었다.
난생 처음 본 영화 <쥬라기공원>. 네 살짜리 어린 아이는 그 후로 공룡 백과사전을 늘 품에 끼고,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기 시작하였다.
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으레 그 나이대 남자아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공룡,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까지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던 육상 대형 파충류. 약 1억 9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생물체. 공룡보다 거대한 육상 동물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거대한 존재는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학자들이 남겨진 자료를 가지고 추측한 것을 바탕으로,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떻게 살아갔는지. 상상의 매력은 어린아이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이는 그 공룡을 간직해 눈으로 담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졸라 공룡 피규어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둘 모았던 것들이 책상 한편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자연스레 아이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책상 한편은 먼지가 쌓여갔다. 그것들을 뒤로 한 채 다른 것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소년은 책상 앞을 벗어나지 않았다. 책상이 좁아질수록 소년의 머릿속도 좁아졌다. 하지만 소년은 채움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고 많이 채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더 이상 책상에는 공간이 없었다. 채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휴식이라 생각하고 숨을 쉬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잠깐의 기댐이 필요했지만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소년은 깨달았다. 채워질수록 버려졌음을. 나의 머릿속은 더 이상 공룡이 뛰어놀 공간이 없음을. 소년이 할 수 있는 상상이라곤 어서 빨리 끝내는 것뿐이었다. 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으레 그 나이대 학생들은 모두 그랬다. 
어른이 되었다. 지금 나는 남들과 다른 것 같다. 아직 공룡을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룡 피규어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공룡 스태츄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태츄는 액션 피규어와 달리 고정된 동세라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이는 자세, 동세. 이 움직임은 균형과 관련이 있다.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운동감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이고 반대로 균형이 깨어져 방향성이 생기면 그 방향으로의 운동감이 생긴다. 역동성, 조형미라고 말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스태츄를 만든 작가는 이 공룡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조형했을 터이다. 
그러한 공룡을 보며 다시 상상한다.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쓰러지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공룡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공룡들이 뛰어놀기 시작한다. 한때 지구를 주름잡았던, 강력하고 거대한 존재들은 멸종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르다.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만의 <쥬라기공원>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자연스레 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권오현(인문대 고고인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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