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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미·중 외교전쟁과 우문현답(愚問賢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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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춘투(外交春鬪)가 한창이다. 화쟁(花爭)으로 벌나비를 유인하는 꽃처럼 국가도 궁합이 맞는 상대를 찾아 짝짓기에 여념 없다. 특히 2021년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수렁과 보릿고개를 건너야 하는 시기라 더 예민하고 치열하다. 외교혈전의 선발주자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 3월 18일 알래스카에서 첫 고위급회담을 가졌다. 미국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상봉을 위한 준비회담이었다. 대결이 될지 대화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선제공격했다. 신장지역의 인권문제, 홍콩의 민주주의, 대만독립 문제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수호를 명분으로 대중국 압박전선을 형성하겠다고 공언했다. EU, 영국, 캐나다 등의 동맹국들을 대오에 도열시키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고는 중국이 세계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적으로 ‘적’이라 지목했다.
기습을 당한 중국은 즉각 맞대응했다. 허를 찔린 양제츠가 원색적인 비난을 길게 토해내면서 미국의 공격을 내정간섭이라 역공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상황과 의회난입사건을 들추며 미국주도의 쿼드와 한미일2+2회담에 맞서 북한, 베트남, 러시아와의 사회주의 동맹체제 결집에 나섰다. 회담이 끝난 후 미중 양측은 서로가 우위를 점했다고 주장했지만 오십보백보 수준이었다. 
시진핑과 바이든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전개된 양국의 신경전을 보자. 알래스카 회담 직전인 3월 17일 바이든 정부의 토니 벌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다. 일본과 2+2회담을 진행하고 한국을 방문했는데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첫 화두가 대북인권압박에 동참하라는 주문이었다. 북한내 인권실태와 탈북자들에 대한 유엔의 인권보고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년 동안 서명을 미루던 문재인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북미와 중미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던 기조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주요 안건으로 주한미군주둔비용 합의 서명, 북핵,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은 문정부의 곁눈질에 대한 경고였다. 동아시아지역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핑계로 한국의 대중국견제전선 동참을 압박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길들여서 중국방어를 위한 수비대, 중국공략의 전위대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과 미국민들은 아시아국가들, 특히 중국의 부상에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아주 공교롭게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부상에 대한 질투이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동맹국들의 배신을 경고하는 위협이다. 미국내 혐중 분위기가 높아지고 황화(yellow peril)가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북한은 미국의 엄포에 미사일로 대응했다.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회담 직후 서해상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시기상으로 보면 중미 정상회담 성공과 바이든의 등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였다. 시진핑에게는 손편지도 썼다. 참으로 애교 넘치는 구애이다. 시진핑과 바이든의 상봉테이블에 김정은 자신과 북핵이 올라갈 것은 명약관화한데 그때 시진핑이 바이든의 칼질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처럼 바이든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일까? 
재미난 것은 미중 고래싸움에 끼인 한국의 상황이다. 상식적으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알고 있지만 중미외교전은 마치 혹등고래 두 마리가 새우의 수염을 잡고 늘어지는 형상이다. 지난 4월 2일 미국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초청해 워싱턴DC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를 가졌다. 같은 시간대에 정의용 외무장관은 중국 왕이 외교부장 초청으로 중국 샤먼에서 외무장관회담을 가졌다. 미국측은 북한핵,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인도-태평양 안보에 관한 공동 관심사에 협력하자고 주문했다. 공통된 민주적 가치를 기반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 패권을 위한 첨단기술공급망 구축을 제안했다. 반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과 한국경제는 고도로 통합되어 있고 이해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에 5G, 집적회로, 인공지능분야에 한국과 함께 하자”고 제안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계를 구축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모든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자고 했다.
한미, 한중 회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국외교가 드디어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웅성거렸다. 미국의 ‘변함없는 동맹’과 중국의 ‘영원한 이웃’ 사이에 볼모로 잡힌 한국이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편승하는 양다리 전략을 더 이상 구사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과연 그럴까?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까? 그러면 정치하는 어른들에게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국가가 좋으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할 필요가 없는 물음이다. 우문현답이 정답이다. 한국의 양다리 전략을 미국에게는 투 트랙(two tracks)전략, 중국에게는 양궤(兩軌)전략이라 하면 그만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미국과 중국이 갑자기 한국을 부른 것은 북핵이나 한반도안전이 아니라 반도체 때문이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한국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때문에 선택권은 한국에게 있다. 유엔헌장에 규정된 독립국가의 권리를 되새겨보자. 독립국가 대한민국은 더 유리한 선택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빠의 자상함과 엄마의 포근함이 좋아요”가 정답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좋아요”를 마음껏 누를 용기와 첨단외교기술이다.

이정태 교수
(사회대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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