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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곤충 세계 에일리언, 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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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가 무슨 에일리언처럼 생겼고, 이름조차 생소한 이 곤충은 엄연히 한국에서 서식하는 곤충입니다. 가뢰는 딱정벌레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등장 시기가 아주 이른 편으로, 가뢰가 나타났다는 것은 진정한 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한 4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가뢰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모습이 마치 여왕개미처럼 보이기도 해서, 인터넷에 여왕개미가 아니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곤충입니다.
가뢰는 식욕과 색욕에 충실합니다. 이들의 일과는 하루 종일 밥을 먹고 교미하는 것입니다.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습니다. 온종일 암컷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교미하려고 애씁니다. 다른 수컷도 마찬가지라 암컷 한 마리에 여러 수컷이 업혀있기도 하죠. 암컷은 그런 수컷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온종일 먹이만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나중에 알을 낳을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뢰의 먹이는 식물의 잎입니다. 독초만 아니면 뭐든지 갉아먹으려고 하는데, 먹어치우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교미를 마친 암컷은 수천 또는 수만 개의 알을 가지게 되는데, 배가 굉장히 커지면서 그 무게 때문에 배를 땅에 질질 끌고 다닙니다. 후에 땅을 얕게 파헤치고 이 알들을 쏟아냅니다. 가뢰의 수명은 한두 달 남짓으로, 이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번식까지 모두 마쳐야 합니다. 교미를 끝낸 수컷, 모든 알을 쏟아낸 암컷은 생을 마감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아주 작습니다. 애벌레는 부화하자마자 풀이나 꽃을 찾아 올라갑니다. 가뢰 애벌레는 기생자로, 꽃과 풀에 날아오는 벌을 기다립니다. 벌이 찾아오면, 그 몸을 붙잡습니다. 벌이 벌집으로 돌아가면 가뢰 애벌레는 벌 몸에서 내려와 돌아다니며 벌의 애벌레를 찾습니다. 벌 애벌레를 찾았다면 바로 죽여버리고 방을 꿰찹니다. 그리고는 벌 애벌레 흉내를 냅니다. 일벌은 언제나 그랬듯 부지런히 먹이를 구해와 가뢰 애벌레를 보살핍니다. 성충이 되면, 자신을 먹여 살려온 벌에게 인사 한마디 안 남기고 벌집에서 도망칩니다. 벌이라는 숙주를 택하여 천적을 피하는 가뢰만의 생존 전략입니다. 
꿀벌, 뒤영벌과 같이 꽃가루를 모으는 벌들이 기생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남한테 빌붙어 사는 이 전략이 어디 쉬워 보일지는 몰라도, 성공률은 극히 낮습니다. 만약, 벌이 아닌 다른 곤충에 붙었다거나, 이동 중 벌 몸에서 떨어지거나, 천적에게 먹히거나, 눈치를 챈 벌에 의해 피살당하는 등, 가뢰의 충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가뢰가 알을 많이 낳는 이유도 바로 이 낮은 성공률 때문입니다. 알을 많이 낳으면, 얼마나 죽든간에 살아남을 개체 수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가뢰는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리 마디에서 노란 액체를 분비하는데, 칸타리딘이라는 독으로 피부에 닿으면 뜨거우며 물집이 잡히고, 저절로 터지면서 극심한 쓰라림을 유발합니다. 이 독은 소동물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천적인 새나 도마뱀, 개구리는 가뢰의 독에 닿기만 해도 쇼크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뚱뚱해서 둔한 가뢰는 겁이 전혀 없는 성격이라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데, 생명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냉혹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 계획이 있는 것입니다.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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