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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록관-우리가 몰랐던 경북대 이야기

8. 누적된 변화의 흔적, 경북대학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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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말이 없다. 그래서 건축가의 의도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나마 형태와 공간감 같은 직접적인 경험 정도가 가장 쉽게 받아들여지는 건축의 언어일 것이다. 서울 상암의 월드컵경기장의 형태가 방패연을 닮았다고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 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수많은 층위의 고민은 모두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마치 건축의 목적이 무언가를 닮게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단순해져 버리기도 한다.
우리 캠퍼스 내에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건축에 관한 속설은 박물관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지금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원래 도서관이었다는 사실조차 오래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잊혀진 이야기를 증명하듯 원래 이 건물은 책을 펼쳐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을 따라 W자의 평면으로 만들어 도서관을 상징하였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가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조감도’에서나 분명하게 확인되는, 즉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인지되지 않는 무언가를 닮은 ‘평면의 형태’가 곧 설계의 의도라는 관점은 매우 낡은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책-W자 평면의 관계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해서 정설처럼 회자되곤 하였다.
지금의 박물관 건물은 1956년에 처음 건축되었다. 지금과는 달리 2층까지만 있었던 도서관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위로 한 개의 층을 증축하여 3층의 일부를 임시적으로 박물관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이 건물과 박물관이 인연을 맺은 시작이었다. 개교 13주년이었던 1959년 5월 28일의 일이었다. 경북대학교 박물관은 (구)대구시립박물관으로부터 1,312점의 소장품을 인수하여 기존 소장 유물과 함께 전시를 시작하였다.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는 박물관의 연혁을 살펴보면, 1961년에 도서관의 서편을 증축하여 박물관이 이전 개관하였고, 1964년에는 박물관 조직이 도서관으로부터 독립하였다.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1984년 현재의 도서관을 신축하면서이다. 
1961년의 도서관 서편 증축에 이어 1967년는 동편을 증축하였다. W자형의 책 모양 건물은 이때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1961년 이전에는 완만한 V에 가까운 평범한 건물이었던 것이 두차례의 증축을 거쳐 신축으로부터 11년이 지나서야 W자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도서관을 상징하기 위해 W자로 건축하였다는 것은 수정되어야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대학기록관에 소장된 옛 사진을 통해 1959년 3층 증축 이후 서편 증축에 이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건물의 안팎을 밝은 눈으로 살펴본다면 시간의 흐름과 필요에 따라 변화가 누적되어 온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열악하였지만 중요한 역사의 장면이었던 개교 당시의 건물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고작 빛바랜 사진 몇 장으로만 남아 있다. 경북대학교 대구캠퍼스가 차곡차곡 그 모습을 만들어가던 1960년대를 전후한 시절을 물리적 실체로 기록하고 있는 건물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제1과학관(구 신과학관), 사범대학 본관(구 사범대학 신관), 농대1호관(구 농화학관), 공대2호관(구 공학관), 교양과정동 등은 대학 본관 및 박물관과 함께 우리 대학의 역사를 증명하는 소중한 건축자산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건물들이기도 하다. 불편함이 있는 건물일 것이나 없애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생각하여야 한다. 이 건물들이 품고 있는 시간의 두께, 그 무게감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몫이다. 


▲서측부 증축 당시의 박물관 건물. 원래부터 W자의 모양이었던 것이 아니다. 증축의 시점과 기록관 사진의 연도는 잘 맞지 않는다. (1963년. 대학기록관 자료)

조재모 교수
(공대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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