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일)

  • 맑음동두천 27.9℃
  • 구름조금강릉 26.2℃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많음대전 27.9℃
  • 흐림대구 29.3℃
  • 구름많음울산 26.3℃
  • 구름많음광주 27.5℃
  • 구름많음부산 26.1℃
  • 구름조금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1.9℃
  • 맑음강화 23.5℃
  • 구름많음보은 26.8℃
  • 구름많음금산 28.0℃
  • 맑음강진군 29.2℃
  • 구름많음경주시 28.7℃
  • 구름많음거제 25.8℃
기상청 제공

문화기획

백두대간을 사진에 담다 ‘로저 셰퍼드’

URL복사

▲지난달 27일 도서관 카페 ‘블루포트’에서 로저 셰퍼드 작가(가운데)와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로저 셰퍼드(Roger Shepherd, 뉴질랜드)
로저 셰퍼드는 남북 백두대간을 종주한 첫 외국인으로 산악인이자 사진작가다. 2006년 휴가차 한국을 찾아 가벼운 트레킹으로 시작해, 백두대간을 올랐고 한반도 지도에서 백두대간을 상징하는 붉은 선을 보고 백두대간에 빠졌다. 셰퍼드 씨는 “한반도 중앙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붉은 선을 보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산의 척추’라고 했고, 그때 ‘저 선을 따라 하이킹을 해보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셰퍼드 씨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에 정착해 산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에 빠져들었다. 셰퍼드 씨는 결국 뉴질랜드에서의 경찰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아예 옮겨오기에 이른다. 지리산 자락 구례에 삶의 터를 옮기고 2009년 외국인 대상 트레킹 가이드를 하는 회사 ‘하이크코리아(HIKE KOREA)’도 차렸다. 2010년 외국인을 위한 백두대간 트레일 영문 안내서를 냈고 “많은 외국인이 백두대간에 관심을 두고, 트레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부터 찍은 북한의 백두대간 사진까지 모아 2013년에 한반도 백두대간의 모습을 담은 첫 사진집을 출간하게 된다. 특히 로저 셰퍼드의 사진에는 남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두류산, 백역산, 고대산, 옥련산 등의 풍경도 잘 담겨 있다. 그가 사진가가 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자신이 본 산들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셰퍼드 씨는 “내가 본 산과 사람, 그 속에 담긴 문화를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서 저는 어떻게 해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지를 배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종주 과정에서 찍은 사진으로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 또 남북의 다양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는 등 남북의 문화교류에 힘써 왔다. 본교 도서관은 개교 75주년과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기념해 로저 셰퍼드의 ‘백두대간 사진전’을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경북대 중앙도서관 1층 라운지에서 개최했다.●

Q. 2006년도에 한국에 왔다가 정착하게 됐다고 들었다. 한국의 어떤 모습이 로저 셰퍼드 씨를 반하게 했는지 궁금하다.

A. 1999년 대구 성서에서 1년간 영어강사를 한 적이 있다. 강사를 하던 시기 앞산, 팔공산, 많은 절을 다녔다. 그 후 뉴질랜드로 돌아가 경찰 생활을 하던 2006년도에 휴가 기간이 쌓여 한국에 휴가를 왔다가 한국의 산에 방문하게 됐다. 같이 등산하던 친구가 백두대간에 관한 얘기를 했고 설악산, 지리산 등 다양한 국립공원을 방문하면서 백두대간에 관심을 두게 됐다. 백두대간은 ‘산 넘어 산’이라서 아주 아름답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저 멀리까지 산등성이들이 쭉 펼쳐져 있다. 백두대간은 산마다 있는 설화와 전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국의 역사가 매력적이다.

Q. 백두대간 여행에 관한 정보는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하다.

A. 백두대간 종주 당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정보가 공유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백두대간에 관해 정리된 책도 없어 고속버스 운전기사로부터 고속버스 루트를 받아서 이동하곤 했다. 영어로 된 정보가 없어서 한국어로 된 고속버스 루트와 버스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아 영어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천왕봉부터 시작해 백두대간에 관한 기록을 영어로 쌓아갔다. 사람들을 만나고 걸어가면서 백두대간이 한민족에게 역사적, 문화적, 생태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들이 담겨있는지 알게 됐다. 도교나 불교 등의 종교 풍수지리가 다양한 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상세히 기록한 것이 없어 아쉬웠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기록해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에 백두대간에 다시 방문한 후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산악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만들게 됐다. 백두대간과 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Q. 백두대간을 종주하다가 휴전선에 막히게 된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상황인데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남북한의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2007년에 백두대간 장정을 끝내고 북한에 이메일을 썼다. 백두대간 장정을 북한에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북한에서 아직은 백두대간 장정이 어렵다고 답신이 왔다. 이후 2011년 평양 소재 조선·뉴질랜드 친선협회의 협조로 백두대간의 북측 구간에 대한 촬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백두대간 등반을 하면서 남북한의 문제가 얼마나 안타깝고 절실한지 알게 됐다. 

Q. 북한 종주를 하면서 꼭 가봐야 한다는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사람이 많은 곳보다 인적이 드문 외딴곳을 좋아한다. 강원도나 평안남도는 남한의 풍경과 비슷한 곳이 많다. 산과 해안이 공존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함경북도의 산에 올라가면 남한에서 볼 수 없는 지형을 보게 된다. 가파른 지형이 나오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고원이 펼쳐진다. 고원을 이루는 장관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고원에서 목축업을 하고 쌀 대신 감자나 고구마 농사를 짓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백두산은 정말 아름다운 산이다. 백두산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사진 보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백두산 천지에 구름이 비칠 때 사진을 찍으려 하면 천지에 구름이 비쳐 하늘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중국보다 북한 쪽이 아름답고, 자연의 풍광이 살아있다.

Q. 백두대간을 볼 때 북한의 모습과 한국의 모습이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백두대간을 모두 다녀본 경험으로 얘기해 보자면, 경상도, 전라도에서 평안남도까지 한반도 중남부는 산은 비교적 낮은데, 악산(岳山, 험한 산)이 많다. 함경남도, 양강도부터 산은 험하고 높지만, 오히려 둥글둥글하고 초원이 많다. 오래 떨어져 지낸 남북한의 사람들은 인사하는 법도 다르다. 남쪽에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북쪽에서는 ‘로저 동무’라고 하며 손부터 내민다. 하지만 예의가 있고 정이 많은 건 똑같다. 북한의 산지에서 생활하는 농부들을 보면 감탄을 하곤 한다. 세대를 거쳐 농사를짓고 살고 있지만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고 겸손하고 친절하다. 현대사회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을 그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족한다. 옛날 한국 사람들의 내면적인 모습이 농부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고원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또 다르다. 한국 사람과 비슷한 모습도 있지만, 북한의 지형과 기후에 살아가면서 표정이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북은 남한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Q. 남한에 있는 산중에 꼭 가봤으면 하는 곳이 있나?

A. 남한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많아 고르기가 힘들다. 아직 등산하지 못한 곳들을 가보고 추천을 드리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고 일이 많아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도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다. 조금만 시간을 내 주변을 돌아본다면 숨어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의 사람들은 대부분 걸어 다녔을 것이다. 산을 등산하다 보면 다양한 옛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분도 등산을 하다 보면 과거 사람들이 다니던 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Q. 당신이 가본 산 중에 가장 좋았던 산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북한의 강원도 쪽 산을 방문했을 때 해발 600m 정도에 캠핑하고 있었다. 등산하던 시기가 6월이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산을 안내해 주신 분이 ‘도새’(태풍의 방언)라고 하며 한여름에도 도새가 일어난다면 눈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여름에 갑자기 추워지는 현상을 도새라고 하는 이유는 도새가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를 날아다니며 추운 기운을 가지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Q. 북한의 일부 산림이 황폐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북한의 산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북한에 산림이 손상된 곳도 있지만, 울창한 숲이 있는 곳도 많다. 북한의 숲이 헤쳐지고 잘린 부분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에서 나무를 자르는 일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삼엄하다. 개마고원이나 백두대간의 산림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백두산에 나무가 없는 이유는 화산재가 쌓여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없는 자연적이고 지리학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 서울대에서 백두대간 보존 정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오히려 보존이 잘된 곳은 북한이고 손상된 것은 남한이다. 북한에도 산림이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정치적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황폐화된 산림 일부를 크게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상황에 대해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Q. 남북한의 관계에 있어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남북한이 나뉘어 있는 부분은 매우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분단이 일어난 때 외국의 힘으로 나뉘었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남북한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바라볼 때 역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초점을 맞춰서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들의 교류가 자유로워진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백두대간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산, 훌륭한 문화공간이다. 언젠가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은 한국인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한반도 통일을 돕는 많은 외국인이 있을 것이고, 백두대간과 함께 그 중 한 명이 되겠다.

*로저 셰퍼드 씨의 사진은 지면이나 1653호 pdf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장준원 기자 jjw16@knu.ac.kr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