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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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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화가 난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대신 최초로 한마디 ‘말’을 하는 순간에 시작됐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다. 이처럼, 문명의 기반은 ‘말’이다. 말은 문명을 탄생시킨 이래로, 지금까지 인간 삶을 변형시키고 발전시켜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에서 언론인에 대해 가장 엄격하고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언론 개혁을 실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과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말과 글이 넘쳐난다. 한국의 언론은 하루에 1만 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를 통해 지인이나 유명인의 소식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디지털의 발달은 우리에게 시공간을 뛰어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인지능력 또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우리는 이제 가려진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세상은 눈먼 자들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입국했을 때 무슬림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사진이 SNS에서 떠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난민을 향해 혐오적 시선을 던지고 차별적 발언을 쏘아댔다. 하지만 그 사진들은 난민과 전혀 무관한 사진들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처음 등장했을 때, 코로나19에 관한 온갖 허위정보가 퍼져나갔다. 지난 10일에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가짜사진이 퍼져 2차 가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딥페이크와 같은 정교한 AI기술은 진짜와 가짜의 구별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인지적 발전과 비례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라는 인지적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짜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인간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최대한 간단하게 두뇌의 에너지를 쓰는 인지적 구두쇠이다. 인지적 구두쇠일 때, 어떤 현상을 정확히 판단하지 않고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기 쉽다. 심각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왜곡한 허위조작정보가 쉽게 생겨나고 진실로 믿어진다는 것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사실이 다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 위에 올라탄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탈진실의 시대가 되었고, 우리는 점점 눈이 멀어져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눈뜬’자가 될 수 있을까.
허위 정보 제공자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판단하는 주체의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넘쳐나는 정보를 수용하는 우리는 비판적 인지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 이는 모든 정보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보들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자. 피해 고소인과 피해자, 미혼과 비혼이라는 용어처럼, 발화자도 인식하지 못한 언어의 오용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 언어의 미묘한 차이는 정치적 맥락과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형성된다. 언어에 대한 민감도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한 걸음씩 노력하다 보면 정보의 참과 거짓,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그때서야 우리는 조금씩 ‘눈뜬’ 자들의 도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수현(사회대 신문방송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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