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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내 인생의 라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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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입으로만 떠들었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그때의 초등학생은 곧 중·고등학생이 되었고 재수를 거쳐 경북대학교에 입학했다. 스물한 살에 사랑을 찾아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어쩌다 보니 사랑은 떠나가고 나만 남게 되었다. 연극은 재미없었다. 꿈은 감독이었지만 한 번도 전공서를 찾아 읽은 적도 없고, 영화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시답잖은 영화를 보고, 동아리 연극을 하면서 1년을 보냈다. 그래도 매일 연극 이야기, 연기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했으니까 뭔가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2학년이 끝날 무렵. 넉 달 뒤 입대를 앞두고, 주변의 평이 워낙 좋아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라라랜드>이다.
<라라랜드>를 보기 전, 나에게 그해 최고의 영화는 당연하게도 <곡성>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제쳐둔다고 해도, 말 그대로 관객을 장악해버리는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 하나만으로 <곡성>은 나에게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인생영화였다.
나는 밝은 영화보다는 어둡고 무거운 영화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 취향 탓에 굉장하다는 평에도 <라라랜드>에 큰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달리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나를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꿈과 사랑에 대해 다루는 영화는 꿈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고 믿는 편인데도 너무나도 뻔뻔하게 그것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도, 유치하거나 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거기에다가 매일 들어도 좋은 사운드트랙과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멋진 두 배우의 앙상블,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나로 아우르는 연출까지. 영화는 내게 감동이었다.
이러한 수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내가 이 영화를 최고로 꼽는 까닭은 마지막 플래시백 장면 때문이다. 서로의 꿈을 위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미아와 세바스찬에게, 언제나 꿈꿔왔던 것은 현실이 되었지만, 너무나도 사랑했었던 누군가는 이제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이 역설적인 상황은 가장 멋진 시네마적 경험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영화를 영화답게 하는가? 무엇이 연극을 연극답게 하는가? 답은 없다. 하지만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연출이 어우러져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라라랜드>가 생각한, 감독이 생각한 가장 영화다운 것이었다. 나의 영화다움이란 무엇일까? 나의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여섯 번 더 보았다. 그리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 이게 영화가 주는 감동이구나, 나도 이런 영화를, 나만이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진짜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라라랜드>보다 작품성이 뛰어난 멋진 영화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고 싶다. 꿈을 꾸게 하는 영화는 많지만 실천하게 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믿는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내게는 후자에 속했다.


이현민(경상대 경영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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