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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학력주의 사회와 불공정의 르상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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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이는 답하는 이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이란 맥락을 고려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만남’을 행복의 조건의 하나로 꼽는 데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 만남은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수다 떨고 술 한잔하는 ‘찐한’ 만남일 수도 있고 과 동기와 지루한 수업을 듣고 그저 그런 학식을 먹은 후 낙엽이 다 떨어져버린 교정을 가로질러 각자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일상적 만남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말을 섞고,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며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을 얻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러한 정서적 안정감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문가들은 경제와 마찬가지로 감정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음을 지적한다. 함께할 가족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행복과 만족도의 차이가 갈수록 커간다는 것이다. 요컨대 혼자 있는 사람들은 더 외로워지기 쉽다. 
물론 그 만남이 반드시 오프라인일 필요는 없다. 코로나 이전부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혹은 유튜브나 틱톡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와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을 찾고 그와 연락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더 쉬워졌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약간의 검색과 몇 번의 클릭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만남의 변화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져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가? 1시간, 2시간?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스마트폰과 하루에 평균적으로 4시간 이상 접촉한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온라인상으로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더 행복해졌을까? 선뜻 ‘예’라고 답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 때문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상의 소통은 자주 쉽게 오해로 이어지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왜 그럴까? 이는 온라인 소통의 한계 때문이다. 나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달린 댓글로는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누군가가 나의 어떤 글에 “화가 나요”라고 적었다면 나는 그것이 나에게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주장에 공감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내 앞에 있다면 나는 그의 말 이외에 제스처, 그리고 후속 대화를 통해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은 그럴 수 없다. 또 수많은 온라인 솔로몬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엽적 정보로 모든 것의 심판관이 되려 한다. 그것이 유독 온라인상에 잦은 ‘키베’가 일어나는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로 랜선 대화는 실제의 대화보다 더 자주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온라인상의 몇몇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나는 그것을 계속해서 엿본다. 이를 통해 나를 늘 남과 비교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비루하고 단조로운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스타에서는 누구나 필라테스를 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예쁘게 꾸며진 자신의 집에서 산다. 인스타에 올린 셀피 한 구석에는 벤츠와 루이비통의 로고가 보인다. 생일날 지인들로부터 수많은 선물들을 받고 룸을 빌려 파티를 하며 ‘#미리 말할게요 #폭풍 업데이트 예정 #생파’와 같은 해시태그가 붙는다.  
남과의 잦은 비교는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아주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2001년 가을 노르웨이에서는 친구나 친척, 그리고 유명인의 납세기록을 온라인 상으로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사이트는 시작 직후 유튜브 수준의 방문객을 갖게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페친’들을 소득세 수준에 따라 자동정렬해 주는 앱도 생겨났다. 
문제는 이와 같은 비교의 결과이다. 놀랍게도 소득이 낮을수록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그 이전에 비해 29%나 증가한 것이다. 자신이 소득의 사다리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알고 나의 옆집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를 알게 됨으로써 나는 과거에 비해 더 불행해졌다고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교를 특징으로 하는 온라인상의 소통이 왜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삶의 행복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나 역시 행복해질 수 없다. 그것이 코로나 19 때문이든, 온라인상의 소통방법에 기인하든 소통은 어렵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다. 삶은 그런 것이다. 





최한수 교수
(경상대 경제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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