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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가짜 뉴스와 위기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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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러모로 답답하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마스크를 늘 쓰고 다녀야 하니 숨쉬기가 힘들어 답답하다. 그리고 아파트 가격이 전국적으로 폭등하니 무주택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희망이 꺾여서 마음이 답답하고, 무엇보다도 진영논리에 갇혀서 패싸움을 보여주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소위 조국사태 이후 국론 분열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강화되고 있다. 그리하여 친한 친구들 간에 정치문제로 대화하다가 토론이 언쟁이 되고 언쟁이 몸싸움이 되어 우정이 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조국사태로 촉발된 이 현상은 심지어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말하는 기독교 내부도 목사님들과 신부님들을 갈라치기 한다. 조국 사태는 예수님과 부처님보다 힘이 세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정치문제를 갖고서 생산적인 토론이나 대화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다. 생산적인 토론이 안 되는 주된 이유는 인지편향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 때문이다. 사람들은 진영 간 패싸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 위해 소위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린다. 사람들은 그런 가짜 뉴스에 너무 자주 노출되어,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 같이 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런 세상을 리 메킨타이어(Lee Mclntyer)는 ‘탈진실 사회’로 부르고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는 2016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파스칼은 명저 『팡세』에서 ‘상상력은 항상 기만적이지 않기에 더욱 기만적이다’는 말을 했다. 가짜 뉴스 제작자들은 진실과 거짓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가짜 뉴스를 만든다. 그래야만 검증하기가 힘든, 더욱 설득적이며 기만적인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리 메킨타이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효율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어 미국 대중들에게 인종주의에 기초한 혐오감과 증오심을 ‘빛의 속도’로 퍼트린 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빛의 속도’ 라는 말은 결코 과장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요즘 세상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고, 디지털 민주주의가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문가들의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으로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기존의 미디어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등등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대중들은 이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인터넷 공간은 모든 인간들에게 있는 인지편향의 심리적 경향성을 더 강화시켜버림으로써, 생산적인 토론을 더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정치문제에 관한 한, 인터넷 공간도 철저하게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대중들은 ‘일베’니 ‘나꼼수’니 하는 정치편향 사이트들에서 유유상종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정치성향이 다른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증오심과 적대감을 드러낸다. 예전에는 정치논쟁은 사실이 확인되면 중지했지만, 탈진실사회에서는 그 논쟁을 중지시킬 진실(팩트)이 없기 때문에, 누가 가짜뉴스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어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적대세력에 대한 증오심과 혐오감과 공포를 부추기느냐 하는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미국 소고기가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생각해보라. 
만약 투표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이나 태도 혹은 감정이 팩트를 덮어버린다면, 그래서 정치에서 토론이나 논쟁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정치는 취향의 문제로 되어버린다. 특정정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특정정당에 대한 내 감정이나 느낌이 좋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사실에 근거한 어떤 합당한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안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회분위기에서는 민주주의가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치가 취향에 기초한 상대성의 문제로 전락하게 되면, 다시 말해서 나의 정치적 취향과 너의 정치적 취향은 다르며 나는 너의 정치적 취향을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식이 되면, 민주주의는 효율적인 가짜 뉴스를 통해 여론조작을 잘해서 표를 많이 얻어 권력을 장악한 다수의 독재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사실은 신성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사실에서 멈출 줄 아는, 합당한 정치적 토론문화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문성학 명예교수
(사범대 윤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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