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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록관-우리가 몰랐던 경북대 이야기

14. 1955년의 경북대 신입생이 2021년 봄 백양로를 걷는다면? - 경북대 동아리 활동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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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찾아오는 캠퍼스의 3월, 봄이 왔음을 느끼려면 일청담과 백양로 일대로 가면 된다. 경북대학교의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수 있는 그곳에서 동아리 가두 모집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체육, 문예, 학술, 사회, 종교 등 다양한 동아리 분과에서 선배들은 산뜻하고 시원한 빛깔의 천막 아래에서 새내기를 맞이한다. 다양한 취미와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싶은 새내기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평생의 벗을 만날지도 모른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국면에서 위축되기는 했지만 내년부터는 아마도 이와 같은 활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경북대학교의 초창기 동아리 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만약 1955년 무렵의 신입생이 시간여행 장치를 타고 현재로 온다면 무엇이 낯설고 신기할까?
우선 그는 동아리 활동이 다양하다면서 놀랄 것이다. 볼링과 검도, 스킨스쿠버와 인라인&보드 등 체육 분과 동아리들, 밴드와 사물놀이, 댄스와 힙합 동아리 등 문예분과 동아리를 보면서 2020년대 학생들은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발명이나 창업 동아리, 앱 개발 동아리, 진로 설계 동아리 등 학술분과는 물론 환경보호와 텃밭 동아리, 외교&봉사 동아리 등 사회분과 동아리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그가 학교를 다니던 시대에도 ‘서클’이라고 하여 종교 관련 서클, 친목 동호 서클, 계몽 봉사 서클, 학술 연구 서클 등이 있었지만, 대학 생활의 중심은 무엇보다도 학회 활동이었다. 당시 사범대와 문리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학회를 꾸려서 연구발표회를 가지거나 교내 웅변대회, 현지답사 등을 실시했고, 학회지를 발간하는 데에 힘썼다. 이는 농생대의 농학회와 수의학회, 법정대학의 정치학회와 경제학회, 의과대학의 실험실 중심의 연구발표회 등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한국 사회를 다시 일으켜야 했던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학술적 지식이 필요했겠지만, 2021년 백양로 일대의 동아리 가두 모집 풍경은 학생들의 취미와 관심사가 생활 문화는 물론 전지구적 차원의 문제까지 다양해졌다는 점을 그에게 말해주었을 것이다.
한편 무성한 플라타너스 나무 터널 밑을 지나 백양로의 끝자락에 도달한 그가 백호관 건물을 발견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준공 지연이나 공간 배치, 설계시 학생 참여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백호관은 동아리를 매개로 하는 경북대 학생들의 자치 활동의 역사를 되새겨 보기에 좋은 장소이다. 지금의 학생들은 좀처럼 믿기 힘들겠지만, 한때 학생들의 자치 활동은 극심한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1972년 10월 유신 이래, 학생 자치 기구 신설이 허용된 1985년까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학생처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지도교수의 통제도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군사정권이 설치했던 학도호국단을 제외한 동아리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기는커녕, ‘서클룸’조차 배당받기 어려웠다. 상황이 이러했던 만큼, 1985년 5월 학생 자치 활동이 일부 허용된 이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동아리 학생들의 자치 활동 기구의 본격화가 필요했다. 총동아리 연합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문화예술, 봉사, 종교, 체육, 학술, 의치대 등 분과별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는 한편, 투명한 임원 선출 제도를 수립하는 등 문화적인 자치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1년 봄, 드디어 동아리 활동 전용 공간인 백호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옛 수의대학 건물, 복현회관, 그리고 신학생회관 등으로 흩어져 있던 각종 동아리들이 백호관으로 입주하게 되었다. 당시 학생들의 심정을 기록한 글을 보면 ‘새 건물이라서 깨끗하고 따뜻’하지만, ‘방들이 너무 작아서’ 각 동아리들이 의자를 모두 버리고 백호관으로 이사 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새 건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가 부럽다는 반응도 보인다. 서문 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어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1985년 이래 학생들이 그토록 바랐던 자치 공간이 2001년 드디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백호관의 의미는 여전히 음미해 볼 만하다.
1955년의 그가 입학한 3월에는 아마도 산수유와 매화, 개나리와 목련, 그리고 벚꽃이 차례로 피고 졌을 것이다. 그러나 2021년의 봄, 경북대 캠퍼스에는 꽃들이 한꺼번에 피고 순서 없이 졌다. 마찬가지로 1955년의 그가 전후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학술 지식에 관심이 많았다면, 2021년의 새내기들은 개인적 취미나 직업 문제, 나아가 전지구적 차원의 복잡한 환경 문제까지, 그 관심사는 폭넓다. 그렇지만 동아리 활동에 대한 꿈은 다르지 않다. 그가 누구든 동아리 방에서 항상 생활하는 ‘죽돌이’ 한 명쯤은 만날 것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래서 그 별명이 ‘촌놈’이든, ‘곰’이든, 아무튼 그 친구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경북대학교 새내기였던 당신은 일청담과 백호관 사이에서 그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환하게 웃을지도 모른다. 


▲2019 동아리 가이드북 표지


이원동 초빙교수
(교양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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