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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기록문화의 전승 한국의 유교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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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의보감을 떠올릴 것이다. 언급된 두 건을 포함해 총 16건의 한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있다. 이중 ‘한국의 유교책판’이 본교에 전시되고 있다. <기록문화의 전승, 한국의 유교책판> 전시는 본교 중앙도서관 구관 1층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7일까지이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관심이 있거나 유교책판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중앙도서관을 방문해 조상들의 자취를 감상해보자●


한국의 유교책판

‘유교책판’이라고 불리는 이 기록유산은 조선시대(1392~1910)에 718종의 서책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책판으로, 305개 문중(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과 서원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718종 64,226장으로 돼 있다. 앞서 언급했듯 유교책판은 시공간을 초월해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며 수록 내용은 문학을 비롯해 정치, 사회, 경제, 철학, 대인관계 등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를 다룸에도 궁극적으로는 유교의 인륜공동체 실현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당시, 문중-학맥-서원-지역사회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역의 지식인 집단은 ‘공론’을 통해 인쇄할 서책의 내용과 출판 과정을 결정했다. 제작과정부터 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분담하는 ‘공동체 출판’이라는 출판 방식은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특징적인 출판 방식이었다.
오랜 기간 보존되어온 영원한 학문의 상징으로서 유교책판은 서책을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 제책(낱장으로 돼 있는 원고나 인쇄물 등을 한 권의 책으로 꾸미는것) 형태로 인출하도록 제작됐으며, 현전하는 모든 책판은 지금도 인출이 가능할 정도로 원래의 상태 그대로 유지돼 있다.


한국의 목판

목판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개발한 인쇄술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최고의 목판 인쇄물은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책을 목판으로 인쇄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유교책판은 조선시대의 유교적 이상을 보급하기 위해 유학자들의 저술인 문집을 비롯해 족보, 지리서 등을 간행한 것이다.
전시가 진행중인 중앙도서관에 방문하면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복각한 목판 등 다양한 목판 전시물을 비롯해 목판의 구조, 목판의 제작과정과 제책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의 사진들은 직접 중앙도서관 전시에 방문해 몇 가지 작품을 선정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많이 들어 친숙한 이현보의 <어부가>를 비롯해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등의 작품을 함께 살펴보자!


▲책보판
고서의 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무늬를 박아 넣는데 사용되는 목판이다. 능화(마름꽃)을 닮은 것에서 능화판이라고도 한다. 경북대학교 도서관 소장 책보판에는 만卍자, 국화, 모란꽃, 나비 등이 장식돼있다.


▲징비록
조선의 명신 서애 류성룡이 임진·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몸소 체험한 사실의 기록.『장비록』은 서애가 정계를 떠나 낙향한 이후 지은 것으로, 지난 잘못을 거울삼아 후일을 조심한다는 예기징이비후환의 명확한 저술 목적과 왜란의 기간에서 국가의 중책을 맡아 얻어진 풍부한 사료와 지식을 기반으로 하였다는데 큰 가치를 지닌 사료이다. 이 목판은 외손 조수익에 의해 1647년에 간행된 것이다.


▲석봉서판
조선의 명필 석봉 한호의 필첩(휴대용 공책)글씨를 집자하여 새긴 서판, 백졸암 류직이 글씨의 교본으로 삼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자신이 지은 5언 율시 다섯 수로 구성되어 있다.


▲도산십이곡
퇴계 이황이 지은 12수의 연시조인 도산십이곡을 새긴 서판이다.


▲농암집(어부가)
농암 이현보의 문집 책판으로 이현보가 지은 <어부가>를 새긴 판목이다. 어부가는 고려가요 어부사를 이은 것으로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잇는 작품이다.


▲홍충편공사적고
이자겸의 난 때 인종을 호위하다가 순절한 충평공 홍관의 사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시설의 자취)을 기술한 『홍충편공사적고』의 책판


▲시전지판
계선(경계를 나타내는 선)이 그어진 시전지판, 시나 편지를 쓸 종이에 장식용 무늬를 찍어 만든 판


선현의 정신을 새기다, 한국의 편액

‘한국의 편액’은 건물의 처마와 문 사이에 글씨를 새겨 걸어둔 표지판이다. 이러한 편액은 건물의 기능과 의미, 건물주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3~5자로 함축해 반영하고 있다.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편액은 보통 ~정, ~루, ~당, ~재, ~헌, ~사, ~각, ~전 등의 호칭으로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으나,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구별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된 550점 편액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목적에 따라 주거공간(137점), 교육공간(231점), 수양공간(118점), 추모공간(64점)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편액’을 살펴보면 당시에 유행하던 글씨체를 비롯해 시대사조와 시대 정신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삶의 가치를 편액을 통해 드러내고, 평생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유학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좌측은 도산서당의 유생들이 기숙하던 농운정사의 편액이다. ‘농운’은 양나라 은사 도홍경의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언덕 위엔 흰 구름이 많지/ 다만 내 스스로 기뻐할 뿐/가져다 그대에게 줄 수는 없네”라는 시에서 인용한 것으로, 현실의 이욕을 멀리하고 자연을 벗하며 학문에 침잠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퇴계의 친필이다.

▲우측은 도산서당의 편액으로, 퇴계가 61세 때 도산서당을 창건하고 직접 글씨를 썼다. ‘도산’ 의 명칭에는 성군인 순임금과 진나라 도연명의 인품을 흠모한 퇴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편안한 기분을 주지만 정통성을 벗어난 상당히 독창적인 글씨다.


박은겸 기자 peg19@knu.ac.kr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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