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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경제학의 창으로 바라본 우리나라 최저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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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22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확정됨으로써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 하에서 최저임금액 결정은 모두 종료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정책이기에 우리 모두 주의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제 효과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자●

최저임금제 도입 배경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제는 뉴질랜드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뉴질랜드는 해운근로자가 중심이 된 대규모 파업을 계기로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중재재판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법률로 따로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심각했던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저임금의 제도적인 해소와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의 도입이 요구됐고, 결국 정부는 1986년 법률 제정과 함께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최저임금제를 실시했다. 헌법 제32조 1항에도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에 의거한 최저임금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마련해 운영되고 있다.


최저임금제 의의


근로자의 생활 보장
최저임금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생활보장이 주요 목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일정한 재화가 필요한데,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하한을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근로자가 의식주를 비롯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한다. 단,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이 적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액은 생계비와 물가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 유인
최저임금제는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면’ 일정한 임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노동을 할 유인을 제공한다. 노동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은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급받을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설정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증대
최저임금제는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킨다. 높은 임금을 받을수록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이로 인해 근로자는 가처분 소득의 일부를 교육과 자기계발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낮은 임금만이 지급된다면 근로자는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영위하기 위하여 초과근로를 하게되며, 이는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능력개발에 투자할 시간과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
최저임금제는 사용자들 간의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한다. 근로를 제공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용자는,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사용자들과 불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과도한 저임금에 기초한 부당한 경쟁을 지양하고, 사용자들로 하여금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 경영의 합리화 등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신고전학파 그리고 포스트 케인지언


최저임금제를 바라보는 학파들의 관점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신고전학파와 포스트 케인지언이 있다.
신고전학파는 19세기 후반 발생한 영국의 자본주의 모순과 병폐를 극복하려 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옹호했지만 동시에 체제의 문제점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재화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합치되는 지점으로, 이는 정부 개입이 아닌 시장 원리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보았다. 또한,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얻어지는 효용은 재화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수록 이전에 비해 감소하며(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이는 시장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신고전학파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마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쟁과 균형 속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정한 지위를 가진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자유롭게 경쟁을 거쳐 결과물이 산출되는 곳이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여겼다. 이상적인 시장은 수요·공급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포스트 케인지언은 이상적인 시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현실에서의 시장은 사실상 독점기업(혹은 소수의 과점기업)이 지배하는 곳이며, 시장가격 역시 기업들의 암묵적인 협의를 통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본교 나원준 교수(경상대 경제통상)은 “신고전학파에서 주장하는 시장 역할(완전 고용 상태)은 대공황 시기 대량 실업으로 인해 도전받았다”고 말했다. 포스트 케인지언은 시장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개입을 강조했는데, 대표적인 개입 수단이 바로 최저임금제이다. 이는 정부 개입의 최소화(규제완화,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하는 신고전학파 의견과 배치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영향력을 바라보는 학파들의 관점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의 최저생활 보장의 의미도 있지만, 소득증대라는 측면에서 국민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률
최저임금제는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한 가격정책이지만, 신고전학파는 최저임금제의 도입은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여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완전경쟁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높아지면 고용 감소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그림 1 참조).
그러나 포스트 케인지언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면서 소득이 보다 평등하게 분배된다고 본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득만을 기반으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재화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수요의 기반이 확대되면 기업의 공급 역시 증가할 것이다. 결국 이는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가
신고전학파에 의하면, 최저임금의 인상은 기업의 생산비 증가를 초래한다. 이로 인해 기업은 생산품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포스트 케인지언 역시 최저임금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물가가 오르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데, 적절한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유발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기대 심리로 인해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늘리게 될 것이다”며, “이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디플레이션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위험성이 입증됐다. 

소득 재분배
최저임금이 상승한 만큼 기업들의 수익은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근거로 최저임금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한다는 점은 학파와 관계없이 경제학에서 대부분 동의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신고전학파도 고용감소라는 부작용과는 별개로 최저임금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불평등을 축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재분배의 효용성을 인정한다. 나 교수는 “실제 ILO에서도 최저임금의 소득 재분배 효과는 명확하게 인정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 쟁점


인상률과 산입범위 조정
2018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액은 전년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이는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다. 이듬해 적용된 최저임금액 역시 전년보다 10.9% 인상된 시간급 8,350원이다. 최저임금액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은 고용과 폐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크게 주목했는데, 최저임금의 급상승이 사용자의 폐업과 인력감축, 근로시간 단축 및 기계로의 대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ILO와 같이 저명한 기관들의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최저임금이 고용률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다수의 논문들을 보면 최저임금제가 고용률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들이 많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력 내에 있는 노동자들도 많기 때문에, 다소 고용률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임금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기본급 비중이 작고 상여금 비중이 커 상여금의 실질적인 기능이 기본급과 차이가 없기에 이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형성됐다. 또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을 합해 최저임금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 대상이 돼 임금 양극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법은 같은해 5월 개정이 이뤄졌고, 이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이한 임금체계를 가진 직종 근로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2018년 법률 개정 이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은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 뿐이었다. 상여금이나 연장·야간·휴일수당, 복리후생 임금 등은 산입범위에 제외됐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 임금(식비·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 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을 더 많이 받는 직종의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미달분 만큼의 기본급이 그대로 인상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부가 기본급에 포함되면서 예전처럼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기본급이 오르지 않게 됐다. 이는 비록 임금 삭감은 아니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임금상승폭이 작다는 점에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노동계는 산입범위의 확대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켰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는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불만이 심화됐고, 정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산입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애초에 산업범위를 조정하지 않았거나, 확대된 산입범위에 비례해 최저임금도 더 올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저임금근로자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한다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는 어긋난다고도 강조했다. 2018년 당시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강경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최저임금의 차등화
최저임금의 연이은 상승으로 인해 최저임금의 차등화도 논의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연령과 지역, 업종과 사업장의 규모를 막론하고 일률적인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제와 대비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공정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연방최저임금 외에 각 주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연령대별로 상이한 최저임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전국 47개 행정구역별로 지역별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업종별 최저임금(특정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비용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생존권 확보가 취지인 최저임금 또한 지역마다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역시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하여 정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만(제4조 제1항), 최저임금법 시행 첫 해 제조업을 2개 업종으로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달리 정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단일한 최저임금액을 정하여 고시했다. 그런데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인상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더해 각 지역의 물가나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종 ▲사업장 규모 ▲근로자의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업종별로 임금지급능력이나 근로조건, 생산성에 큰 차이가 있으며,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 간의 경제력 격차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다소 생산성이 낮은 청년과 고령자의 최저임금액을 구분하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이들의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저임금 차등화에 비판적인 의견들도 존재한다. 만약 저임금부문이 갈수록 확대되는 현실에서 업종과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설정하면,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취약근로자집단의 저임금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된 업종이나 지역 등에 저임업종, 저임지역 등의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별 차등적용은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고령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면 일반근로자가 고령근로자로 대체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 또한 업종별 구분적용과 지역별 구분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며, 25세 이하 청년이나 고령자에 대한 감액적용도 도입하지 않도록 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최저임금, 모두가 만족하려면?


최저임금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최저임금 상승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닌,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일부 근로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임금 최저수준을 보장하고 그들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이라 운영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마련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대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나 교수는 “중소기업은 변화되는 인건비의 경우 대기업의 보조를 받지 못한다”며, “기업들의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윤 기자 ldy19@knu.ac.kr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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