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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누구를 위한 어떤 공정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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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알듯이 문재인 정부는 촛불 항쟁을 통해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집권했다. 문재인 정부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을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집권한 첫 번째 정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내 지금까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충돌하는 다차원적인 공정성 이슈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필요한 원칙과 기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정권의 핵심과제로 제시되었던 공정성은 누구를 위한 어떤 공정성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여러 수준에서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다차원 성격을 가진 공정성이 매우 협소하게 정의된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머물러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당한 몫을 주장하기 위해서 공정성 논의가 동원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집단)의 (정당한) 주장을 공격하기 위해서 무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히 공정성의 역습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이다. 
공정성과 관련하여 많은 여론 조사는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기회의 평등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공정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이슈다. 문재인 정부의 감성적인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기회가 공평하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회가 공평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고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는가? 기회가 공평하다는 것은 출발선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출발선이 같다고 하더라고 같은 출발선에 출발하는 개인의 능력이 다르다면 같은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의 능력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면 말이다. 일타 강사로부터 고액의 사교육을 받은 수험생과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수험생이 동일한 조건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개인의 사회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자질과 능력은 우연적이라는 것이다. 롤스(Rawls)가 정의론(1971)에서 주장한 것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자의적인 운(luck)이 분배의 몫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서 롤스는 공정성의 두 번째 원칙으로서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을 제시했다. 즉 “자연적·사회적 운이 없는 집단, 그 가족 및 계급적 기원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리하며 (실현된) 천부적 재능으로도 유리한 형편에 있지 못하며 살아가면서 운이나 행운 역시 보잘것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인 최소 수혜자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적 처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제기되었던 공정성 논쟁은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었다. 두 번째 사례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리는 조국 장관 지명자의 자녀입시를 둘러싼 교육공정성 논란이었다. 세 번째 사례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네 번째 사례는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의대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도입)을 반대하여 의사협회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의대생들도 국가고시 거부로 동참했다. 국가고시 거부 의대생에게 시험 기회를 다시 부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제기되었다. 다섯 번째는 젠더 갈등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과 할당제 논쟁이다. 
대표적인 다섯 가지 사례는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기표로 함께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차원의 이슈를 포괄한다. 이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누적되어 온 복합적 균열 구조의 표징이다. 교육 공정성이 대학 입시를 둘러싼 정시와 수시의 비율의 문제로 환원될 때 대학 입시 제도 밖에 있는 다양한 청년들은 비가시화된다. 
기회가 공평하기 위해서는 차별적인 출발선의 불평등한 효과를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또한, 결과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출발선에 외부 영향이 미치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결정한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한국 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공정성의 역습은 갈등 해결 기제로서 민주주의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환기한다. 공정성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 중층적 수준에서 다양하게 충돌하는 갈등을 민주적 과정으로 이끌어 해결을 모색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후보가 공정성의 내용을 채우며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느냐는 것이다. 


강우진 교수
(사회대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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