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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본 다케오 도서관을 경북대학교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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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대세이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치면 문학 디자인, 영화 디자인, 인생 디자인 등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내세운 수많은 책이 검색된다. 이처럼 최근 들어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패션과 미술에 한정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갖다 붙여서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흔히 말하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디자인’이라는 용어에 붙어서 사용된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유행어를 굳이 풀어 설명하자면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생각의 기획.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이달 14일 경북대학교 교육혁신본부 글쓰기 교과 개최 심포지엄 〈시민과 도서관의 아름다운 동행〉에는 일본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참가한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일본에서 삶을 디자인하는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명성이 높은 곳이다. ‘도서관에서 삶을 디자인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도서관이 새로운 문화와 소통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해가고 있기에 이 명제가 더 이상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십여 년 전에도 도서관이 문화를 향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었을까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경험은 문화와 소통이 핵심적 삶의 요소가 되어가는 현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은 제안 덩어리다. 그런 제안 덩어리를 모아 놓은 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적자본을 사회에 확장해 정착시킬 수 있는 거점에 해당하는 시설이다. 나는 늘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공공시설은 도서관(과 병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마스다 무네아키,『지적자본론』, 민음사, 2015, 79쪽)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위치한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시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이다. 다케오시가 위치한 사가현은 일본 규슈의 현 중에서 가장 작은 현으로 한적한 시골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다케오시 역시 시라고 이름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도시라기보다는 시골에 가까운 곳이다. 온천이 있고 중요문화재가 있지만, 관광객이 쉴 새 없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여느 시처럼 공공 도서관이 있었지만, 도서관 이용자는 겨우 시민의 20%, 말하자면 80%의 시민들은 도서관과는 무관하게, 아웃사이더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시민의 상당수가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 현실은 비단 다케오 시립 도서관만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더 이상 ‘책’에서 지식을 찾거나 삶의 의미를 구하지 않게 된 현대사회에서 도서관은 점점 더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관광객,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등 현 시대 소도시의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던 다케오시가, 연평균 관광객 100만이 넘는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하게 된 중심에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있었다.

다케오시의 공공도서관인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도서관과 다케오시 역사자료관으로 구성되어 2000년 현재의 멋진 외관으로 개관한다. 멋진 외관에 눈이 팔려서 위키피디아에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검색해보면 독특한 사항이 발견된다. 분명히 공공도서관인데도 관리 운영자가 다케오시와 컬쳐 · 컨비니언스 · 클럽(CCC, Culture Convenience Club), 소위 ‘문화편의클럽’의 공동관리로 되어 있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문화편의클럽가 지정관리자로 나와 있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경북대학교 도서관이나 대구 시립 중앙 도서관의 관리자가 경북대학교나 대구시가 아니라 민간회사로 지정되어있는 것과 같은 일로서 한국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면서 운영은 민간회사가 맡아서 하는 민(民)과 관(官)의 콜라보네이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일본 내에서 그 첫 사례를 이루고 있다. 보수적 공공기관과 이익산출을 위한 무한경쟁의 자율성을 내세운 민간회사가 손을 잡을 때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대중 감성 추적에 민감한 민간회사의 감각이 기존 도서관의 매뉴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던 다케오 시립 도서관에 적용되었을 때 변화는 당연한 일이었다. ‘CCC’가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지정관리자가 되어 도서관을 위탁 운영한 이후 곧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방문자 수가 급증한 것은 물론, 방문자 수의 급증이 관광산업으로까지 연결되어 관광객이 4배나 급증하면서 다케오시는 백만 관광객의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이처럼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위탁경영회사, CCC의 혁신적 아이디어란 어떤 것일까. 도서관을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핵심이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대중문화 강연도 진행되고, 아이와 엄마의 놀이도 마련되는 요즘 도서관을 떠올리고는 ‘아, 그것, 별것 아니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재탄생한 2015년에는 그런 형태의 도서관은 희귀했다. 대학 도서관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 학생들은 단지 책을 빌리고, 시험공부를 하는 용도로 도서관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도서관은 일종의 ‘문화편의시설’이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문화를 느끼고, 편안함을 즐기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안락하게 배치된 의자에서 비스듬히 누워서 잠을 자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들과 모여서 토론을 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서가에서 자유롭게 뽑아 읽기도 한다. 도서관은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 거대한 ‘지적 자본’의 저장고이면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하며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공간인 것이다.

요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도서관 풍경,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이처럼 편안하면서 자유롭고도 창의적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이와 같은 혁신적 발상은 도서관의 실질적 이용자인 다케오 시민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끝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문화편의클럽(CCC)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도서관 개관 15년 후인 2015년이다. 그들은 먼저 다케오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바람을 운영에 반영한다. CCC와 시민들과 끊임없는 소통이 변화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점에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재탄생시킨 것은 바로 다케오 시민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사전에 다케오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욕구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컨셉과 서비스를 계획해서 이런 모습으로 된 것입니다. (다카하시 사토루(CCC도서관부분 대표 및 다케오 도서관 기획자)인터뷰에서)

(『주간동양경제』 5호, 2015. 7. )


일단 기존 도서관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 시설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리뉴얼 과정에 도입된다. 스타벅스 커피숍과 독특한 디자인의 문구류를 파는 기념품 가게에서부터 전통적 도서 배열법을 탈피한 새로운 도서 배열, 전면적 개가식(열람자가 도서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열람할 수 있는 방식)의 채택 등은 2015년 당시의 일본에서는 획기적이며 혁신적 발상이었다. 대부분 시민들의 바람을 반영한 결과였다. 특히 도서관에 카페를 들이는 것을 두고 여타 공공기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시민들의 요구에 기반한 것인 만큼 이 역시 그대로 진행한다. 자유로운 운영, 소통하는 운영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북대학교 교육혁신본부 글쓰기 교과 측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비롯한 한국의 도서관들의 경험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쓰기 교육의 최종적 지향점은 ‘소통’에 있는 만큼 시민과 끊임없는 소통을 모색해온 여러 도서관의 경험에서 ‘소통’의 또 다른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참가 도서관,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포함하여 통영의 꿈이랑 도서관, 서울 동대문 도서관, 대구 고산 도서관 네 곳은 시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고, 그 요구를 운영에 반영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통영의 꿈이랑 도서관은 올해 개관한 한국 최초의 어린이 미각 전문도서관이며, 동대문 도서관은 철학과 관련한 브랜드화된 강좌 개발로 명성을 지니고 있고, 대구의 고산 도서관은 인문 대중 강연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곳이다.

입학자원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많은 대학들이 대학의 담장을 넘어 시민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색은 대학의 생존을 넘어, 대학 담장 안에 가두어놓고 있던 지식을 시민들에게 환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교육혁신본부 글쓰기 교과 측 역시, 심포지엄의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글쓰기 동영상 강좌를 만들어 도서관과 지자체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그 글쓰기 영상에는 여행기, 리뷰 쓰기, 자서전 등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내용이 담겨질 것이라고 한다. 대학이 ‘상아탑’의 완고한 외투를 벗고 시민을 향하여 발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보이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풍경 (출처: 다케오 시립도서관 홈페이지) 



▲한국 최초의 어린이 미각 전문 도서관, 통영 ‘꿈이랑 도서관’ (자료 제공: 통영 꿈이랑 도서관)



정혜영 초빙교수 (교육혁신본부 글쓰기 교과)

편집 진수별 기자 jsb19@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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