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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가치로운 삶을 살고 싶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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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많은 기준들로 점철된 채 살고 있다. 매순간 나 스스로에게 매기는 엄격한 기준들이 있다. 받은 것에 대해 반드시 감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 사과를 받았다면 반드시 괜찮다는 말로 상대방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수치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기준들. 사소한 것까지도 평가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늘 점심에 먹은 도시락마저도 맛있었고, 된장찌개는 매웠고, 먹다 보니 질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를 놓고 재는 것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누구든 마땅히 해야 해’라며 내가 가진 잣대로 누군가에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 기대가 어긋날 때면 실망하며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일쑤였다.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넌 왜 이렇게 안 해?’라는 질문을 속으로 수도 없이 던졌다. 이 또한, 상대가 하지 않은 행동이 나에게는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내가 정해둔 엄격한 기준을 누군가가 해소해 주기까지 바랄 자격은 없었다. 누군가 나를 놓고 이렇게나 조목조목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빴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내가 하고 있는 습관적 판단이 참 아이러니한 행동 같았다. 지금까지 누군가를 미워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건 죄다, 나에게만 맞는 틀을 가져다두고는 맞지 않는다며 늘어놓은 불평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미워하길 반복해왔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으니 내 가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라 생각하라’는 위로를 가장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미움을 받는 일에는 용기씩이나 필요하다는데, 미움 받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정작 나는 그렇게나 누군가가 미웠다. 이만한 모순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게 모순을 발견한 내가 고심한 끝에 깨달은 건,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내가 옳다 여기는 것은 나에게만 당연한 일인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모든 이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삶을 살아 보자는 것이다. 낯설었기에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개인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왜 남 생각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 때도 있었는데, 나를 미워하던 누군가를 떠올려 보니 나는 참 많은 감정을 소모했고, 두려워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에게 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미움 받는다는 것에 정말이지 하나도 무디지 않다.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사람으로서 미움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한다. 습관처럼 지녔던 내면의 기준들을 내려놓는 삶을 산다는 건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누군가를 습관적으로 자의적인 판단을 해왔던 것처럼, 기준이라는 벽을 허물어나가는 삶을 위해 연습하는 과정 중에 있다. 만일 당신 또한 이런 순간이 온다면, ‘너라면 그랬을지 몰라’ 하고 대충 넘겨짚으려 하는 건 어떨까. 나와 다른 무언가를 하나둘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그 순간부터가 사랑하며 사는 가치로운 삶의 시작일 것이다. 


정예은
학술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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