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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독립영화 나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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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학교 단체 관람으로 <코리아>라는 영화를 보러 가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영화의 주연은 명실상부 대스타인 하지원과 배두나였는데, 이상하게도 내겐 조연으로 잠깐 출연한 어느 배우의 연기가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지금껏 영화를 보면서 이랬던 적이 있었나? 놀란 마음으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서 알아낸 그 배우의 이름은 바로 한예리였다.
그 이름을 꼭 기억하고 있다가 대학교에 오고 나니, 마침 한예리가 <최악의 하루>라는 독립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두근대는 마음으로 영화 시간표를 찾아보던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영관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곧 그 영화를 상영한다는 대구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길로 <최악의 하루>를 보러 가서 이제껏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독립영화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었다니! 이렇게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있었다니! 이렇게 소중한 영화관이 있었다니!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내가 독립영화에 폭 빠져버리게 된 순간은 이렇듯 의외와 놀람의 감정으로 가득하다.
‘독립영화’는 감독의 사비, 영화제작 지원사업 혹은 펀딩 등을 통해 제작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만들어지는 영화다. 그래서 투자사와 제작사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독립영화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제작되는 영화’인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상업영화에 비해 제작비의 규모도 훨씬 작고 상업성도 담보하기 힘들다. 그런 만큼 상업영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이야기가 다뤄지고, 우리가 잘 모르는 배우가 등장하며, 소규모 독립영화 전용극장에서 주로 상영된다. 내가 보러 갔던 영화의 상영관이 적었던 이유도, 잘 몰랐던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했던 이유도 ‘독립영화’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독립영화가 돈이 없는 아마추어들의 미숙한 습작일 뿐이라든가,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한다면 매우 큰 오산이다. 바로 그런 특수한 상황 속에서 독립영화만의 놀랍고도 미묘한 매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령, 제작사나 투자사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상업영화에서 차마 시도하기 힘들었던 민감한 주제, 특이한 이야기,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독립영화를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독립영화의 근본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다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창작자의 의도를 온전히 표현하는 과정에서만 발현되는 영화적 순간을 마법처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독립 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처럼 ‘나만의 스타’를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희열도 느낄 수 있다. 한예리를 비롯한 박소담, 박정민, 이제훈과 같은 유명 배우들도 독립영화에서 그 반짝이는 재능을 일찍이 선보인 바 있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구교환, 이주영, 전여빈, 조현철과 같은 배우들도 그간 독립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꾸준히 펼쳐 왔다. 배우뿐만 아니라 윤가은, 윤단비, 이옥섭과 같은 영화감독들도 최근 몇 년간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증명하는 독립영화를 만들어 왔음은 물론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배역과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지 기대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독립영화 상영관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갈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배우 혹은 감독과 면대면으로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는 단연코 독립영화 상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극장 저 극장을 옮겨 다니며 얼굴을 비추는 무대인사도 물론 좋지만, 창작자와 배우들에게 직접 제작 비화와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관객과의 대화(GV)는 영화에 대한 감상과 극장 경험을 더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훨씬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유의 매력을 지닌 독립영화의 생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상업영화의 생태도 존재할 수 있다. 앞으로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가 서로의 영역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건강한 영화 생태계가 되기 위해선 관객의 관심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가까운 오오극장과 동성아트홀을 한번 찾아보는 게 어떨까. 독립 장편 영화들은 각종 영화제나 전국 25개의 독립영화 전용극장 혹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볼 수 있고, 독립 단편 영화들은 여러 편을 한 섹션으로 묶어 상영하는 대구단편영화제나 기획전을 통해 볼 수 있다. 혹시 모르잖는가. 우연히 찾은 독립영화관에서 운명적인 나의 스타를 만나게 될지!



성광제
(사범대 국어교육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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