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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영화 <그가 돌아왔다>와 현대사회

어느 날 갑자기 히틀러가 현 시대로 오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히틀러는 그가 살던 당시와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사회에 적응도 잘 못하고 전쟁, 나치, 유대인 학살 같은 말들을 떠들어대는 그를 사람들은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2015년 개봉한 다비드 브넨트 감독의 <그가 돌아왔다>이다. 
과거 총통벙커가 있던 자리에서 전쟁 중이던 히틀러는 70년 후의 독일에서 깨어난다. 본인이 있는 곳이 2014년의 독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히틀러는 당황하여 기절하지만 신문 가판대 주인의 도움을 받아 2014년의 독일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프리랜서 영상제작자인 사바츠키를 만나 ‘히틀러가 현대 독일에 온다면’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 
코미디 장르 영화인 이 영화는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키며 코미디 장르 관객의 영화에 대한 기대를 충실히 만족시킨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히틀러는 자신이 2014년에 와있다는 것을 눈치 챘음에도 독일 총통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부분의 대화에서 자신의 국가관과 정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이러한 히틀러의 태도와 그를 둘러싼 ‘현대 독일’이라는 공간은 부합하지 않고 둘 사이의 간극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적군’이나 ‘총통관저’ 등에 대해 말하는 히틀러와, 무슨 소리냐며 어리둥절해 하거나 그를 코미디 배우로 인식하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는 관객에게 유쾌함을 준다. 에너지바의 포장을 벗기는 법을 알지 못해 쩔쩔매고, 세탁소가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다가 겨우 옷을 맡기고 나치 군복 대신 귀여운 파스텔 노란색의 상의를 입는 히틀러의 모자라고 엉뚱한 행동들은 실제 히틀러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통쾌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전개될수록 관객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웃을 수만은 없는데, 이는 이 영화가 갖는 블랙코미디적 성격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현대 독일의 모습에 실망한 히틀러는 독일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꿈을 갖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독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사람들은 이민자에 대한 불만, 혼혈에 대한 편견, 외국인에 대한 혐오 등이 담긴 답변을 내놓는데, 이는 실제 독일 사회에서 관찰되는 혐오감정과 꼭 닮아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히틀러는 “내가 없는 동안 민주주의는 별 효과가 없었다.”라고 생각한다. 여러 대립과 혐오가 깃들어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러던 중 히틀러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며 알게 된 여론과 정보를 토대로 사회를 비판하며 화제를 끌게 된다. 이후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위대한 독일’, ‘독일 국민’, ‘게르만 생존자’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주목할 점은 그의 뛰어난 언변술에 점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히틀러라는 캐릭터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가치관과 자세를 유지하지만, 역사 속 히틀러를 비난하고 풍자하던 이들은 다시 히틀러의 인종차별에 동조하게 된 셈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타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시선이 만연한 우리 사회는 제2의 히틀러가 등장했을 때 또다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히틀러를 TV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방송사는 나치인종주의를 주장한 악랄한 독재자를 겉모습부터 목소리, 사상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자를 대중에게 노출시켜도 되는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고민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결국 화제성과 시청률 앞에 좌절하는 장면은, 자본주의의 영향력 하에 다양한 가치들이 주변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후 사바츠키는 히틀러가 코미디 재연 배우가 아닌, 정말 과거에서 온 인물임을 깨닫게 되고, 갈등을 겪다 총을 들고 히틀러와 대치하게 된다. 이때 히틀러는 ‘독일인이 투표로 날 뽑았고 다들 본질적으로 나와 닮아 있다’고 말하며, ‘나는 너의 일부이고 전부이다’라고 말하는데, 이건 결국 이 영화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고 혐오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히틀러가 될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바츠키가 히틀러를 죽이지만 히틀러는 죽지 않는데, 사실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은 ‘히틀러 역’을 맡은 히틀러와 ‘사바츠키 역’을 맡은 배우의 영화 촬영 장면이었다는 반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진짜 히틀러’임을 눈치 채고 히틀러와 다툼을 벌였던 ‘진짜 사바츠키’는 이미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감된 상태이다. 
<그가 돌아왔다> 역시 코미디 장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히틀러는 영화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자신의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다. 분명 ‘주인공이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엔딩인데, 관객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해피엔딩에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없다. 이는 주인공이 선량한 인물로, 적대자가 악의를 지닌 인물로 설정되는 보편적인 코미디 장르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히틀러가 저지당해야 할 인물이고 그에 맞서고자 한 사바츠키가 해피엔딩을 맞이해야 할 인물이라는 것을 관객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찜찜한 여운을 남기고, 영화는 “독일과 유럽, 전 세계의 상황은 내게 유리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라는 히틀러의 독백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가 돌아왔다>는 코미디 장르의 오락성 속에 역사와 현대의 문제를 잘 반영한 영화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을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으로 기억하지만 과도한 국수주의, 난민 차별 등의 잘못을 반복해왔다. 히틀러와 같은 사람에게 유리해진, 반이민 정서와 근거 없는 혐오로 뒤덮인 전 세계는 언제든 또 다른 히틀러가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역사 속 히틀러를 비웃을 수 있는가.


조수민(사회대 사회 18)
영화 동아리 KOMO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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