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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초보 기자의 넋두리

경북대신문 정다은 기자. 내 이름 뒤에 붙는 ‘기자’라는 수식어가 정기자가 된 지금도 어색하다. 왜 그리 민망하게 느껴질까. 아마도 내 스스로 나의 글의 ‘기자의 것’이라고 보기엔 투박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기자라는 멋들어진 칭호를 입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인터뷰를 부탁드리기 위해 교수님이나 교직원분들에게 내 소개를 할 때면 마치 영화 ‘캐치미 이프 유 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희대의 사기꾼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기획 회의 후 내가 쓸 기사를 배정받고 나면 며칠 동안 지루한 고뇌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고뇌’란 말로 포장한 소득 없는 멍 때리기라고 보는 게 맞다. 그저 빈 화면을 띄운 채 머리 속에서 뒤섞인 단어와 문장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막연히 고민한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 어떤 표현을 활용하는 게 매력적일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써 내려간 몇 가닥의 문장들은 대체로 참 볼품없다. 고장 난 제면기가 뱉어낸 못생긴 반죽덩이 같다. 그래도 제 자식이라며 나름대로 잘 다듬어 본다. 하지만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읽어보면 그 문장들은 역시 못 쓸 문장 같다. 결국 갈아엎기로 마음 먹는다.
신문사에서 마감하는 날 직전까지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결국에는 최종 마감 시간에 쫓겨 손이 가는 대로 얼렁뚱땅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의 고뇌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지, 결과물은 제법 기사 구색은 갖추고 있다. 이후 몇 번의 교열을 거친 뒤에 최종적으로 내 이름과 글이 정갈하게 새겨진 신문이 발간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글이 늘상 몇 퍼센트 부족한 상태인 것 같아 펼쳐서 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늘 한 부씩 꼭 챙겨두고 있다.
흔히 말하기를 중국 송나라의 문장가 구양수(歐陽脩)가 제시한 ‘삼다법(三多法)’을 실천하면 보다 훌륭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다독, 다작, 다상량’을 가리키는 말로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많이 하며, 많이 사유해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이 삼다법의 중요성에 대해 듣고, 배워왔다. 그 덕에 독서, 글쓰기의 연습과 중요성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 삼다법 실천이란 쉽지 않았다. 학교생활과 대외활동, 친구와의 만남 등을 우선시하며 독서는 늘 뒷전으로 미뤘고, ‘많이 쓰기’는 많이 읽기가 우선된 후에 하는 게 의미 있으리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애써 외면해 왔다. 
결국 큰코다친 건 나였다.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알 수 없으니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고, 확신이 서질 않으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결국 좋다는 문체들을 참고하고 글을 쓰게 되더란다. 이대로라면 나는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의 문체를 짬뽕시킨 사람’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B급 기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경북대신문 기자로서 활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 기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의 글솜씨를 키우는 것은 물론 나의 문체도 찾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적어도 이번 한 해는 게으름이 아닌 실천의 발걸음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


정다은
학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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