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4 (일)

  • 구름많음동두천 28.3℃
  • 구름많음강릉 30.5℃
  • 구름많음서울 30.4℃
  • 흐림대전 28.9℃
  • 구름많음대구 34.0℃
  • 구름조금울산 33.0℃
  • 구름많음광주 32.7℃
  • 구름조금부산 32.1℃
  • 구름많음고창 31.8℃
  • 구름조금제주 34.6℃
  • 구름많음강화 29.6℃
  • 흐림보은 27.4℃
  • 구름많음금산 30.7℃
  • 구름많음강진군 32.3℃
  • 흐림경주시 34.5℃
  • 구름조금거제 30.5℃
기상청 제공

복현메아리

전달하는 것까지가 과학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돈 룩 업’이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는 ‘빅쇼트’, ‘바이스’ 등 블랙코미디를 전문으로 만든 아담 맥케이의 작품으로 그 특유의 연출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인류 전체’를 풍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NS와 각종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오늘날 발생하는 다양한 분열을 담고 있다. 관람자인 우리까지도 풍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했다.
영화 속 인물 중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렌달 민디 교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과학자 또한 이 영화의 풍자 대상임을 단번에 알아채도록 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렌달 민디 교수가 백악관에 가서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는 장면은 과학자도 풍자 대상임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렌달 교수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일반인이 알아 듣기 힘든 모든 이론적 근거들을 끝도 없이 나열하기 ― ‘가우스 소거법을 이용하여 ’, ‘상대위치가 0이 나와서 ’ ― 때문이다. 
‘No Math!’ 극 중 국무총리가 렌달 교수에게 말한다. 그러나 렌달 교수는 안타깝게도 이론적 설명 없이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전달하지 못한다. 단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합니다’라는 쉬운 말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이 장면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폭소했던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로지 과학‘만’하는 과학자를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과학은 다분히 사회적임을 나타내고자 한 듯하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집단은 사회를 이룬다. 이러한 사회는 추구하는 방향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한 방향을 추구하는 사회 속 구성원이 연구하는 과학은 이러한 사회의 방향과 독립적일 수 없다. 하물며 과학계 내에서도 ‘패러다임’이 존재하지 않는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주장들은 한동안 소외되기 일쑤다. 태양이 지구주위를 돌았던 시대가 있었듯 말이다. 과학은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사회적이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이다. 밝히고자 하는 것을 관찰하고, 실험하여 나타난 결과들을 정리하고 해석하여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이 과정이 과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연구에 가장 깊게 관여하는 것은 ‘자본’이다. 자본 없이 연구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연구를 위해서는 여유로운 자본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는 행위를 ‘투자’라고 한다. 따라서 연구를 하기 위해선 이 연구가 얼마나 필요한 연구인지를 투자자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는 대부분 ‘비과학인’이다. 과학 또한 수많은 투자의 대상 중 하나에 불과할 뿐으로 연구를 위해서는 과학자는 경영인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기에 과학은 사회와 독립적일 수 없다. 자본의 흐름은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늘날 전기차, 스마트폰 등의 시장이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응용과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단위로 크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이러한 응용과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을 만드는 ‘기초과학’의 시장은, 국내에서 매우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응용과학의 발전은 기초과학의 발전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더불어 ‘노벨상’은 기초과학 분야의 성과를 인정해주는 상이다.
우리나라의 소극적인 기초과학의 투자에 관해선, 이미 많은 비관적인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또한 결국 자본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기초과학의 가장 큰 투자자는 ‘국가’이다. 그리고 국가가 투자하는 자본은 ‘납세자’로부터 기원한다. 그렇기에 과학자가 설득해야 하는 투자자는 바로 ‘국민’이다. 그렇기에 과학자는 연구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서 과학의 ‘대중화’에도 관여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은 사회적임과 동시에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칼 세이건, 리처드 파인만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김상욱 교수의 경우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서 과학을 쉽게 전달하고 여러 책을 집필하며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과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 따라서 과학계 또한 이러한 대외적인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뇌과학자 장동선은 ‘전달하는 것까지가 과학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에 과학도는 학문뿐만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모든 과학인은 연구와 더불어 과학의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이를 전달하지 못하여 마침내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되듯 말이다.

김동환
(자연대 생명과학 21)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