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6 (화)

  • 맑음동두천 -6.4℃
  • 맑음강릉 0.2℃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5.2℃
  • 맑음대구 -0.8℃
  • 맑음울산 -1.2℃
  • 맑음광주 -1.4℃
  • 맑음부산 1.1℃
  • 구름조금고창 -5.4℃
  • 맑음제주 4.9℃
  • 구름조금강화 -5.2℃
  • 맑음보은 -8.4℃
  • 맑음금산 -8.1℃
  • 맑음강진군 -0.6℃
  • 맑음경주시 -0.7℃
  • 맑음거제 1.5℃
기상청 제공

문화기획

트렌드가 된 향수(鄕愁), 트렌드에 스며든 옛것의 향수(香水)

과거의 기억을 오늘날 향유하는 레트로 문화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레트로 문화는 그 범위 또한 음악, 패션, 취미생활 등 다양하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한다. 포켓몬빵, LP와 턴테이블, 그리고 필름카메라 등 레트로 문화의 흔적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이 되는 레트로 문화, 걱정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나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지친 일상에 위안을 주는 레트로 문화. 이러한 레트로 문화의 정체는 뭘까? 또 이러한 문화가 오늘날 다시금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레트로 문화의 A to Z를 파헤쳐보자●

레트로 문화, 그 정체를 알아보자
레트로(Retro)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복고주의, 복고풍이라고도 불리는 레트로는 과거를 추억하고 회고한다는 뜻 ‘Retrospective’의 약어다. 현대에는 레트로가 과거로 돌아간 듯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레트로 문화는 나아가 직접적으로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 흘러간 시간은 과거가 되고, 누군가에게 과거는 추억이 된다. 그리고 그 추억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신선함이 된다. 이렇듯, 레트로를 통해 기성세대는 또 한 번 과거의 향수에 잠기며 MZ세대는 그것에 트렌디함을 느끼고 과거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레트로 문화는 계속해서 세대 간 경험을 공유하게끔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세대를 비롯해, 세대 간 소통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으로 레트로 문화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

● 플랫폼의 발전
스스로 아무리 과거를 그리워한다 하더라도 찾을 수가 없으면 느낄 수 없다. 과거에는 플랫폼이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충분히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내가 이렇게 힙하다’라고 자랑하는 SNS가 인스타그램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의 힙스터들을 팔로우해 그들의 문화를 흡수하는 동시에 나의 힙함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필한다. 2015년 가을부터 인스타그램에 언급된 ‘레트로’ 키워드는 서서히 블로그와 트위터, 커뮤니티 등 다른 매체들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10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로 지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한번 업로드된 레트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이다. 이렇듯 플랫폼이 접근성도 쉬워지고 내가 찾고 싶은 걸 접하는 게 굉장히 쉬워졌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여러 문화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소비하게 되는 길이 열렸다. 

● 취향의 분화
 과거에는 불특정 문화가 주류가 되면 그것을 다 따라가야 하는 심리가 강했던 반면 현재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자신 있게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에 취향도 분화되어 본인이 즐기고 싶거나 좀 더 관심 있는 콘텐츠에 대해 탐구하는 일이 굉장히 쉬워졌다. 본인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에 과거의 콘텐츠를 향유하는 세대들이 그때의 문화를 오늘날에 즐기는 게 어색해지지 않는다. 또한 젊은 세대에겐 과거 문화의 특이 코드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세대에서 향유하지 않았던 문화를 참신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코로나19의 영향   
코로나19라는 변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 산업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트렌드를 선도할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기존의 문화를 재활용하는 ‘레트로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경기 역시 레트로 열풍의 원인으로 해석된다. 한국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에 따르면,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좋지 않을 때 현실에서 별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경우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지금의 레트로 열풍은 젊은 세대가 선도하고 있지만, 기성세대 역시 이 흐름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 디지털에서의 해방을 바라는 MZ세대
한국마케팅연구원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각종 디지털 기기와 전자 제품 속에서 살아온 1020세대가 레트로를 접함으로써 ‘디지털 피로감’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낀다. 이들은 느껴보지 못한 옛것에 대해 긍정적이고 이색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새로운 놀이로 정의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1020세대가 기술의 편의성과 반비례하게 자기 통제권을 잃어가고 무력감을 느끼고 있으며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레트로를 찾고 있다고 보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레트로 문화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
우리가 오늘날 향유하는 레트로 문화는 한편으로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가치 창조로 이어간다는 것이지만 과거 숭배주의나 퇴행, 상업주의 등으로 흐르면 부작용이 더 많아진다. 『레트로 마니아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 에 따르면, 레트로 문화는 최근에 주목받는 복고풍이 그저 상업적인 문화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화가 우리 시대의 독창성과 독자성에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레트로 문화는 일시적으로는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줄지 몰라도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레트로 스타일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익살스러운 아이디어 속에는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고심도 숨어 있다.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우려 속에서 젊은 세대는 레트로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지혜와 위로를 추구한다. 그래서 레트로 열풍의 생명력은 곧 젊은 세대의 불안함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레트로 문화의 유행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레트로 문화의 전망
레트로 열풍은 환경 이슈에 민감한 미래 세대의 전략적 선택이다. 오래된 건물, 낡은 소품, 진부한 생활 스타일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유산을 재활용하고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9년 결산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5대 핵심 주제를 ▲변화 ▲대세 ▲확장 ▲글로벌 ▲진흥으로 뽑았다. 그중 ‘대세’는 밀레니얼이 제작하는 90년대 소재의 콘텐츠, 소비자가 주도하는 능동적인 복고 붐 등을 조명한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레트로 열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레트로는 과거를 추억하기만 하는 장치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로 대두하고 있다. 현대로 소환된 과거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선함까지 주고 있다. 시간의 간극을 넘어 소환된 과거의 향기는 지금도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레트로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 
최근 기업들이 레트로 문화를 겨냥해 만들어낸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레트로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들을 오늘날에 출시하는 일련의 기업들의 전략은 MZ세대에 맞춰 상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에 대상이 되는 소비자들은 이들뿐만은 아니다. 옛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적 공유했던 문화의 재등장에 자연스레 소비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최근 소비시장의 대표적인 레트로 상품을 알아보자.

1. 찰칵찰칵! 즉석카메라

▲필름카메라 (출처 : 코닥)

즉석카메라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매년 신제품을 출시해온 인스탁스가 실상 독보적이었던 시장에 최근 경쟁사들도 참여했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인스픽’ 시리즈를 2018년부터 매년 1종씩 출시했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1.8% 성장했다. 필름으로 경쟁하던 코닥도 ‘미니샷’ 마케팅에 한창이다. 즉석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여러 불편함이 존재한다. 사진의 정확한 구도·색감 등을 출력 전까지 확인할 수 없다. 똑같은 사진을 여러 장 출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포토프린터나 셀피 기능을 추가해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도 하지만 즉석카메라 자체 아날로그 감성과 희소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즉석카메라 애호가 권민지(융합 21) 씨는 “휴대폰 카메라와 즉석카메라의 가장 큰 차이는추억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의 깊이라고 생각한다”며 “휴대폰 카메라는 즉석카메라보다 더 쉽게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면, 즉석카메라는 따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간직하고 싶은 시간을 더 소중히 남길 수 있어 즉석카메라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2. 음악계에 다시 부는 레트로 문화

▲LP로 발매된 빈지노의 정규 1집 ‘12’의 커버    

음악에 있어서도 레트로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이다. 레트로 문화가 MZ세대에 인기를 끌면서 가수들 사이에서도 음반의 테마를 레트로풍으로 설정하거나 옛 명곡을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LP판을 제작하는 경우도 늘었다. 국내 유일 LP 생산업체인 마장뮤직앤픽처스에 따르면, 오래된 음반뿐만 아니라 2030이 선호하는 아티스트의 새 음반 LP 주문 문의가 많이 들어와, 젊은 세대 사이에 LP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턴테이블을 구매한 이경빈(인문대 철학 20) 씨는 “과거의 시대를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는데 그때의 감성이 좋았고 디지털기기에 둘러싸인 오늘날에 지치기도 했다”며 “모든 게 빠르게 지나치는 일상에 아날로그가 주는 그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이나 노트북은 정말 간편하고 익숙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LP와 턴테이블은 사용 방법이 굉장히 번거로워도 귀찮은 과정들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3. 과거 차량의 역사를 활용하는 자동차 회사들!

 ▲폭스바겐의 신차 ID.버즈 

과거 시대를 주름잡았던 옛날 차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한 신차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기존 완성차 업체가 가진 유산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이 많다. 폭스바겐의 신차 ID.버즈가 대표적인 예시다. 
ID.버즈는 1950년 폭스바겐이 출시한 마이크로버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다. 70년 전 디자인이 그대로 전기차에 이식됐다. 또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포니의 디자인 유산을 반영한 작품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사업의 시작이었던 포니의 디자인을 EV컨셉트카에 적용했는데, 이 컨셉을 그대로 아이오닉5에 가져왔다.

포드는 최근 SUV 브롱코를 시장에 내놨다. 브롱코는 포드의 상징적인 오프로드 SUV인데, 1996년 생산이 중단됐다가 포드가 25년만에 부활시켰다. 브롱코의 디자인은 1세대 모델의 레트로 감성을 그대로 살림과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미니 코리아가 지난달 국내에 공식 출시한미니 일렉트릭 역시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허창영 기자 heocy227@knu.ac.kr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