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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소리 없이 다가온 암살자, 오존(O₃)

여름이 한 발짝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을 갑갑하게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면서, 다가올 여름 바캉스에 대한 설렘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여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긴 하나, 기승을 부릴 더위가 두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더위에 한눈팔려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내리쬐는 자외선과 함께하는 불청객, 오존(O₃)이다●

1. 오존, 넌 누구니?
오존(O₃)이란 산소원자 3개로 구성된 물질로, 무색·무미의 기체이다. 공기보다는 약간 무겁고 물에는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오존은 어떻게 대기 중에 형성되는 것일까? 오존은 산소원자(O)와 산소 분자(O₂)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산소 분자는 본래 대기 중 많이 존재하는 반면, 산소원자는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생성돼야만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이산화질소(NO₂)이다. 이것이 자외선을 만나 분해되면 일산화질소(NO)와 산소원자(O)를 생성해 오존을 형성하는 것이다.
오존은 크게 이로운 오존과 해로운 오존으로 나뉜다. 먼저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오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성층권 내의 오존층(Ozone layer)이 대표적인 이로운 오존이다.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을 대부분 흡수해 피부암 발병이나 피부노화 등을 막아 지구상의 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지표면 부근에 존재하는 나머지 10%의 오존 역시 잘 활용하면 이롭게 사용할 수 있다. 오존이 지닌 강력한 산화력은 하수를 살균하고 악취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농약 분해 ▲세균 사멸 ▲면역 반응 증진 등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오존은 한순간에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오존 농도가 0.1ppm인 환경에 30분만 노출되더라도 두통 및 눈의 따가움을 느끼게 되고, 1시간 노출되면 경미한 시각장애와 폐활량 저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도별로 영향력이 천차만별 달라지는 오존을 관리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전자기기의 오존 발생량 규제, 오존경보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공기정화기 등 전자기기의 오존 발생은 1시간 이내 사용의 경우 0.1ppm, 그 이상의 경우 0.05ppm 이하를 따르도록 한다. 또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 0.5ppm 이상이면 중대경보를 발령하는 오존경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와 일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국의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60번, 발령 일수는 20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9년에는 발령 횟수 498번, 일수 60일로 대폭 증가한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미국폐협회에서 발표한 ‘2022 전국 대기 오염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인 LA 대도심 권역은 연중 오존 고농도 일수가 179일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구촌의 많은 국가는 고농도 오존으로 인한 대기오염에 꽤 골머리를 앓고 있다.

2. 오존 농도가 ‘이 지경’인 이유
오존 농도는 왜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영희 교수(자연대 지구시스템과학)는 “오존 대신 다른 물질이 일산화질소(NO)를 이산화질소(NO₂)로 산화시켜, 오존이 파괴되지 않으면서 계속 오존 생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산화질소는 자외선을 만나 분해되면 일산화질소와 산소원자를 생성해낸다. 이후 산소원자는 대기 중 산소 분자와 만나 오존이 되는 동안, 남겨진 일산화질소는 대개 오존과 다시 반응해 이산화질소와 산소 분자가 된다. 즉, 과거에는 남겨진 일산화질소가 다시 오존과 산화해 고농도 오존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 VOC)이 일산화질소 산화에 관여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산소원자와 반응해 과산화기(RO₂)를 생성한다. 이 과산화기는 일산화질소(NO)와 반응해 이산화질소로 빠르게 산화된다. 따라서 일산화질소를 이산화질소로 산화시키는데 소모되는 오존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대기 중 오존 농도는 증가한다.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농도 증가가 오존 농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농도는 인위적인 배출뿐만 아니라 단순 기온 상승만으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은 인위적인 배출뿐만 아니라 자연적으로 식물에 의해서도 배출되는데, 이러한 식물에 의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은 온도가 높을수록 증가한다”라고 말했고, 덧붙여 “오염지역에 존재하는 PAN(Peroxyacetylnitrate)이라는 오염물질은 낮은 온도에선 이산화질소의 저장고 역할을 하나, 기온이 높아지면 분해돼 이산화질소를 내놓는다”며 기온 상승은 결국 오존 농도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오존의 농도가 여름에 증가하는 이유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존 농도를 대폭 상승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인위적 배출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해당 질문에 대해 대구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부 한영진 주무관은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한 대다수의 시·도에서 이산화질소 배출원 기여율 1순위는 자동차 등 도로이동오염원이며,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원의 기여율 1순위는 유기용제 사용이다”고 답했다. 여기서 유기용제란 도장시설, 세탁시설 등에서 물질을 녹이는 액체인 휘발유나 아세톤 등의 화학물질로 기계가 정밀화됨에 따라 기계를 보존하기 위한 세척제로도 사용된다.
오존 농도가 ‘이 지경’인 이유는 결국 편의를 추구하던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더욱 편리하게 다니고 싶은 욕심, 공장을 조금이라도 더 운영하고 싶은 욕심, 전자제품을 조금 더 쉽고 깨끗하게 세척하고 싶은 욕심들이 똘똘 뭉쳐 오존이라는 강력한 공동의 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3. 오존의 치명적인 영향력
오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치명적인가? 평소 대기오염, 특히 오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오존의 영향력이 상당히 미량하거나, 노인과 어린이 등 약자에게만 치명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이는 편견이다. 오존은 상대를 봐가며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어린이 및 노약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로운 오존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일반적으로 활동기의 어린이는 성인보다도 더 많은 호흡이 필요하지만, 호흡기는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오존의 위험에 더욱 민감한 탓이다. 또 노약자의 경우에는 폐 기능이 이미 노화돼 그만큼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병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고 해서 오존을 방어할 수 있는 튼튼한 보호구를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한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존은 강력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는 기체이다. 그렇기에 오존를 들이마신 사람은 호흡기와 폐에 직접적인 해를 입게 된다. 이는 가슴의 통증과 기침,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고, 혹은 천식을 악화시키거나 폐활량을 많이 감소하게 만들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데, 이처럼 오존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 사람들의 수는 ‘오존에 따른 초과 사망자 수’라고 칭한다.
지난 3월 22일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오존 농도 상승으로 인한 만성 호흡기질환과 폐질환 악화 등의 초과 사망자는 총 2만 1,085명으로,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인 미세먼지에 따른 초과 사망자 수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연구진은 미세먼지 농도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 외출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으로 피해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해석해본다면, 오존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과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존에 따른 사망자 수가 증가한 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해양대기국(NOAA) 등에 소속된 연구팀이 발표한 ‘환경 연구 회보’에 따르면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는 전 세계 오존 사망의 68%가 일어나는 암울한 상황이며, 북미 지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3.8명, 서유럽은 2.9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인류에 오존의 해로운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40만 명 이상이 오존 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 마스크로도 못 막는 오존, 어떻게 예방하나요?
오존은 작은 입자인 미세먼지와 달리 온전한 기체이기에 생성되고 나면 마스크로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오존 발생 원인 자체를 줄이고자는 노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국가적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자. 현재 정부는 전국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홈페이지인 ‘에어코리아’에서 오존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같이 ▲좋음(0~0.03ppm) ▲보통(0.031~0.09ppm) ▲나쁨(0.091~0.15ppm) ▲매우 나쁨(0.151ppm 이상) 4등급으로 나누어 예보하고 있으며, 0.12ppm 이상 넘어간다면 오존주의보 역시 발령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현재 오염농도의 심각함을 알리고, 적절한 수칙 준수를 권고한다.
또한 오존에 큰 영향을 주는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 규제이다. 자동차 배출가스도 과속 단속 카메라처럼 원격 측정이 가능하다. 도로 위에 설치된 측정기를 이용해 매연을 실시간 단속하는 것이다. 원격 측정 결과, 배출가스가 허용 기준을 넘어서면 개선명령서를 보내고, 이를 받은 차주는 15일 내로 자동차 정비와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다. 단속 기준은 사용연료마다 다른데, 경유차는 이산화질소와 일산화질소, 탄화수소를 합한 값이 0.560g/km 이상일 경우, 휘발유·LPG차는 이산화질소와 일산화질소, 탄화수소를 합한 값이 5.30g/km 이상일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주요 배출원인 유기용제의 사용과 관련해서도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주유소 ▲세탁소 ▲인쇄소 ▲페인트 제조업소 등을 휘발성 유기화합물 규제 시설으로 정해 관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쇄소의 경우, 인쇄기를 순환하거나 잉크 등 화학물질 제거 과정에서 공업용 알콜, 벤젠 등 유기용제가 사용된다. 이렇게 사용된 유기용제는 활성탄으로 흡착시키는 등 필터링 과정을 통해 농도를 낮춰 배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세탁소의 경우에는 합성 섬유의 기름때를 쉽게 제거하고자 드라이클리닝 과정 중 유기용제를 사용한다. 이때 사용하는 유기용제가 총 30kg 이상으로 큰 영업장이라면, 세탁물 건조 과정에서 용제를 회수할 수 있는 세탁용 기계를 설치할 것을 규제하고 있다.
오존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 간 저감 협력도 중요하다.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인지한 유엔은 1979년 대기오염 장거리 이동 협약(LRTAP)을 출범해 대기오염에 공통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인접국가인 중국, 일본과 기상적 영향을 주고 받는 만큼, 1999년부터 매년 한·중·일 3국이 교대로 환경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대책은 결국 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더욱 효과적이다. 많은 개인들이 오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천을 수행해야 노력들이 비로소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주무관은 “오존이 높은 날이나 주의보 발령 시, 환경부에서 제시하는 오존 대응 6대 수칙을 준수한다면, 대기의 오존 농도를 줄이면서 건강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이외에도 자동차 운행 시 연료 낭비와 대기오염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고, 유기용제가 원료인 유성페인트 및 스프레이 대신 수성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오존 줄이기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 오존 생성 과정 ©환경부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고은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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