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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덕질 전성시대 - 우리가 K-아이돌의 존재에 위로받는 이유

어느새 BTS는 아이돌의 대명사가 됐다. 공부 안 하는 애들이나 아이돌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거라며 싫은 내색을 하시던 부모님 세대조차 BTS라는 이름만은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국제적 성공은 한국 아이돌 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고, 이제는 주요 소비층을 10대와 20대 여성에 한정 지어 말할 수도 없게 됐다. 남녀노소와 국적을 불문하고 케이팝 산업을 골자로 한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그들이 생산하는 커버 콘텐츠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시대와 문화를 공부하는 학자들 역시 이런 흐름에 유의미한 눈길을 준다.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덕질은 역시 돈을 써야 즐길 수 있는 영역이다. 저작권과 초상권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아이돌을 통해 돈을 버는 팬은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사고, 포토 카드를 모으고, 온갖 굿즈를 소장하기 위해 돈을 쓴다. 팬들은 왜 실제로 만나 인간적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자신에게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도 않는 아이돌에게 이토록 거리낌 없이 돈과 마음과 시간을 투자할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시 BTS의 성공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실 내게는 BTS라는 이름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하다. 2013년, 방탄소년단의 데뷔 당시 나는 열네 살이었고 우리 중학생들에게 아이돌이란 세상의 전부였다. 당시엔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대기업이 시장의 흐름을 쥐고 흔들듯 연예계 또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방탄소년단은 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하고많은 아이돌 중 하나였던 방탄소년단이 급격히 주목받은 것은 2015년 I NEED U라는 곡으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노래 가사는 흔한 사랑 노래였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일곱 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삶에 지치고 사랑에 무뎌지고 가정에 상처받은 일곱 캐릭터가 함께 모여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에게 위로받지만 결국 깊은 물 속에 몸을 던지고 만다는 스토리 - 물론 더 복잡한 해석이 있었겠지만, 당시 우리는 아주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 는 당시 십 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감정적 동요와 공감을 끌어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RUN,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등 I NEED U와 같은 세계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발매하다, ‘IDOL앨범으로 인기의 절정을 찍으며 BTS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한류의 주역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열아홉이었고, 대한민국의 열아홉이 흔히 그렇듯 가벼운 우울을 앓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집어 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그러니까 아이돌의 어떤 커다란 성공은 예술의 목적의식적 측면과 깊은 연관이 있고, 또한 치유와 공감의 힘에 있다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생산자의 시선으로 시장을 한 번 들여다보자. 누가 여기에 돈을 쓸 것인가? 이것은 대중문화 산업의 생산자들에게 있어서는 필수적인 고민이다. 따라서 아이돌이 들고나오는 노래와 춤, 스타일, 메시지에조차도 어떠한 타깃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메시지다. 방탄소년단은 십 대, 이십 대 청년들을 그 타깃층으로 삼았고 그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보편적으로 느낄 만한 아픔과 고민을 노래로 녹여 냈다. 또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알리려는 시도 또한 했다. ‘love myself는 방탄소년단의 슬로건이라 해도 될 만큼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진 문장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과 청년들의 아픔까지를 아울렀던 ‘화양연화 시리즈’의 마지막 정점이었던 ‘IDOL 활동 당시에 처음 등장한 이 문장은, 방탄소년단이 해 오는 음악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를 공고히 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지만, 그래서 가끔은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허무하고 힘이 들지만, 그런데도 자신을 사랑하자고.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당신 역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아껴야 한다고. 실제로 리더 RM은 유엔 연설에서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던 바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 역시 메시지의 중요성이다. 가수, 특히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아이돌 가수에게 있어 단순히 ‘노래가 좋다’거나 ‘춤을 잘 춘다’ 같은 장점들은 순간순간의 반향밖에 일으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든 아이돌이 그러하니까.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고 예쁘고 잘생겼기 때문에 아이돌이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나의 메시지, 어떤 진심을 가지고 꾸준히 세상에 소리치듯 작업물을 내어놓는다면 그 마음은 소비자들에게 가닿을 수밖에 없다. 나는 한창 불안정하던 열아홉 살 때, 기숙사 침대에 구겨져 앉은 채 방탄소년단의 ‘Answer : love myself’라는 곡을 질리도록 들었다. ‘저 수많은 별을 맞기 위해 난 떨어졌던가 / 저 수천 개 찬란한 화살의 과녁은 나 하나’라는 가사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원망으로 얼룩졌던 나를 구제했다. 나는 아주 힘들었던 날 저녁에 그 가사를 여러 번 돌려 들으며 오래 울었고, 그다음 날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노래를 다시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련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내 아픔의 시간이, 치유의 순간이 묻혀 있다. 
사실 나는 방탄소년단이 아닌 다른 아이돌의 팬이다. 물론 ‘덕질’도 하고 있다. 컴백하면 앨범을 사고 새로운 화보가 공개되면 SNS에서 사진을 찾아 저장한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역시 그들이 나에게 던진 메시지가 있다. 나를 노리고 던져졌고 그대로 나를 매료시킨 이야기들이 있다. 힘들 때, 울고 싶거나 웃고 싶을 때, 내가 간직해 왔던 어떤 소중한 마음을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고 싶을 때 찾아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고, 그 주인공인 아이돌은 당연히 나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된다. 팬들은 자신의 구원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를 응원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덕질에 돈을 쓴다. 투자하는 돈과 마음과 시간은 공감과 사랑과 치유가 되어 소비자들에게 돌아온다. 이것이 아이돌 산업이 굴러가는 방식이다. 물론 그 점을 이용해 졸렬하고 치사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기획사들도 하고많지만, 원동력이 사랑이라는 것은 물질 중심주의로 물든 아이돌 산업의 놀랍도록 순수하고 고결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은 아주 작은 계기로, 그러나 아주 깊숙하고 날카로운 잔상을 남기며 한 청춘의 구원자가 된다. 구원받는 사람이 꼭 십 대나 이십 대일 필요도 없다. 털어놓을 길 없는 청춘의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누군가가 그 마음을 노린 뭇 아이돌들의 노래와 거기 담긴 메시지를 접하고, 그 가사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 그들이 무대 위에 쏟아붓는 청춘의 시간을 이해한다면, 그들에게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 내 위로를 사랑하라. 나를 기쁘게, 슬프게, 때론 벅차게 하는 이들에게 열광하라. 바야흐로 덕질 전성시대다.


김진솔(인문대 국어국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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