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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우리는 미세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그런데 플라스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변신해서 우리 몸에 침투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문제들을 야기하는지 알아보고, 이를 감축하기 위해 전 세계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학계에서는 대체로 미세플라스틱을 ‘크기가 100nm(나노미터) 이상, 5㎜ 미만인 플라스틱’으로 정의한다. 100nm는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정도 길이다. 건국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지렁이 섭취 활동으로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이 더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100nm 미만의 나노플라스틱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으로 치약, 세안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표적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과 파편이 풍화·마모되며 생긴 것이다. 즉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소비자용품 ▲합성섬유 의류 ▲어업 및 양식업 도구 ▲농업용품 ▲각종 산업용품 등이 물리화학적 풍화 또는 인위적인 마모를 거쳐 자연으로 배출된다. 자연환경에 있는 2차 미세플라스틱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는 미세섬유이다. 유럽연합(이하 EU)은 환경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35%는 폴리에스터나 아크릴 소재 의복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약 1,900개 이상의 미세섬유 조각이 방출되며 그중 일부는 세탁기에서 여과되기에 너무 작아 배수구로 배출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115만 톤에서 241만 톤의 플라스틱이 강을 통해 유출되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2025년에는 해양 플라스틱의 양은 약 2억 5,000만 톤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 축적된다. 지난달 국제환경저널에 발표된 암스테르담자유대학팀의 연구에 따르면, 네덜란드 성인 기증자 22명에게서 체취한 혈액에서 ㎖당 평균 1.6㎍ 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물 1,000ℓ당 1개의 플라스틱 티스푼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이하 환경연)은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피해 저감 연구 보고서를 통해 ▲만성 노출 ▲공기 오염 ▲섬유 독성 ▲임플란트 잔해 ▲음식물 포장재 노출 등이 향후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앓는 바다와 우리들

▲해변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쌓인 모습

‘물 반, 플라스틱 반’ 바다는 웁니다
전 세계 바다가 플라스틱의 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양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플라스틱수프’가 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매년 해양생태계에 주는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억 달러(14조3,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방에 내리는 눈, 미국의 국립공원 지역에 내리는 비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은 당장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절감하지 못하면 많은 지역이 환경적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WF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종의 88%가 이미 플라스틱에 의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플라스틱을 먹어 위장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그대로 유지될 시 2050년까지 바다 플라스틱 오염은 4배에 달하고, 2100년에는 50배까지 증가하고 미세플라스틱 농도가생태적 위험 한계선을 넘으리라 전망했다. 학계는 대체로 1㎢당 플라스틱이 6,650~1만 개를 넘으면 심각한 것으로 보는데 유럽 지중해 동남부, 동중국해와 서해를 아우르는 지역은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벗어났다.

체내에 모인 미세플라스틱, 암을 유발한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3월 22일 국제 저널Exposure and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장기 침투와 인체 내 축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논문에 따르면, 150㎛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장에서 흡수될 수 있고, 1.5㎛보다도 작은 것은 장기 깊숙이 유입될 수 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과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등 유해성 물질이 복합체를 형성하거나 폐의 섬유에 공기 중 부유하던 초미세플라스틱이 박히면 암을 유발하는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이다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초미세플라스틱(1~5㎛)이 뇌 조직 등 자손의 여러 장기에 축적되고, 자손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을 발견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모체에서 태어난 자손에게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줄기세포의 수가 감소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본교 김웅 교수(공과대 건설에너지환경공학)는 “인체가 미세플라스틱을 독성물질로 인식하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각종 장기로 유입되어 축적된다”며 “특히 간으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인체로 들어온 뒤 훨씬 오랜 시간 머물며, 불과 수 시간 만에 체내 각 기관에 퍼져나가 생식기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를 표했다.
육지에 서식하는 세균이나 기생충이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바다로 이동하여 해양생물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을 바다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 환경, 야생동물, 인간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기업들이 주도하는 친환경 트렌드

▲디저트 브랜드 나뚜루는 지난해부터 ‘Greens come tru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친환경 포장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의 전환
기업들은 재활용과 재생에 모두 용이한 종이의 활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디저트 브랜드 나뚜루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파인트 용기의 플라스틱 뚜껑도 전량 종이로 변경하는 중이고, 올해 전반기까지 전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뚜루는 기존에 사용하던 연간 50여 톤의 플라스틱을 감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나뚜루는 지난해 ‘2023년 플라스틱 사용 제로화’를 목표로 수립하고,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Reduce) ▲재활용 쉬운 포장재 사용(Recycle) ▲포장재에 남는 화학물질 제거(Remove)의 첫 글자를 딴 ‘3R’을 실천 방향으로 설정했다.

석유화학업계가 주도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이 탄소제로 및 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석유화학업계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455억 달러(약 55조 원)에서 2026년 650억 달러(79조 원)로 연평균 7.5%씩 성장할 전망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도시유전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열분해 ▲해중합 ▲폴리프로필렌(PP) 추출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 LG화학은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에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짓는다. 국내 최초로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해 다시 생산공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중합: 중합의 역반응, 중합체가 분해해 단위체를 생성하는 일(출처: 두산백과)

해양수산부가 제시하는 해양 플라스틱 제로를 위한 마스터플랜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올해 초 발표한 '제5차 해양환경 종합계획'에서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바다라는 비전과 ▲보전 ▲이용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세워 10년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해수부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2030년까지 50% 저감하고 2050년에는 제로화할 방침이다. ‘보전’과 ‘이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해양 쓰레기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 해안가 쓰레기에만 적용되던 모니터링을 부유쓰레기, 미세플라스틱, 침적쓰레기 등으로 확대, 어구 보증금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바다환경지킴이 등을 증원해 수거도 확대하며 범부처 해양폐기물위원회 설립, 반려 해변 제도를 도입해 국민·기업 등과의 협력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또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국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유입·발생원이나 이동 특성, 국내 서식 해양생물에 대한 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나 이를 규정하는 기준 등은 미흡한 실정이다. 화장품에 대한 식약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환경부의 '화학제품안전법' 등이 사실상 전부다. 환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검출을 위한 표준절차 마련, 표준화된 독성 시험 방법 마련, 위해성 평가를 위한 방법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교 박창민 교수(공과대 환경공학)는 “원료가 되는 고분자 플라스틱의 특성, 미세플라스틱의 생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현재 환경에 퍼져있는 미세플라스틱이 퍼지는 경로에 대한 추적과 다양한 생물체 내에서 어떤 유해성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약체결에 앞장서는 국제기구
UN은 지난달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협약은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전 주기(full life cycle)를 관리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EU는 3월 30일에 자라, H&M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대해 규제 의지를 내비쳤다.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팔리지 않고 남은 많은 재고품의 폐기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을 제안한 것이다. 또한 EU는 올해 중 '제품 내 의도적으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제한' 규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국제표준 마련
해외에서는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세플라스틱 국제표준 마련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제표준이 자국 주력 산업에 유리한 쪽으로 개발돼야 향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법'을 제정해 2025년 1월 1일부터 자국 내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 장착을 의무화했다. 영국도 2025년까지 모든 신규 가정용·상업용 세탁기에 미세섬유 필터를 도입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섬유 오염 감소를 위한 법안이 제출됐다.


허창영 기자  heocy227@knu.ac.kr
고은진 수습기자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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