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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여름의 전령 매미, 기다림의 미학

날씨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왔다는 증거입니다. 1학기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여름에만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벌레 중에서, 대중들도 다 아는 벌레가 있습니다. 이 소리는 여름의 상징입니다. 매미입니다.
매미는 만지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노린재목에 속한 벌레입니다. 노린재와는 달라서 만져도 지독한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특유의 바늘처럼 뾰족한 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입을 나무나 식물에 꽂아 수액을 빨아먹고 살면서, 짝을 찾기 위해 우리가 아는 것처럼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이 매미의 인생 전부입니다. 매미는 몸을 잘라보면 안이 텅 비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옆에 몸 위와 아래를 꽉 잡아주는 것 같은 근육 두 갈래가 있습니다. 
이것을 발음근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부르르 떨면 텅 빈 몸속에서 공명하며 소리가 커지고, 우리가 아는 매미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발음근은 오직 수컷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수컷 매미만 울 수 있습니다. 암컷은 울지 못합니다. 그러니 밖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모든 매미는 수컷입니다. 암컷은 노랫소리가 가장 우렁찬 수컷에 이끌려 교미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매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적습니다. 길게 살아봤자 한 달, 평균 2주 정도 살다가 탈진으로 죽기 때문입니다. 죽기 전에 빨리 짝을 만나 번식을 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2주밖에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 사람이어도 열과 성의를 다해 짝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짧은 수명도 방해 요소지만, 매미는 무기가 한 개도 없는 주제에 속이 꽉 찬 고영양의 먹이입니다. 온 천지에 매미 천적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새나 사마귀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포식자들은 매미 소리를 추적해 매미를 잡아먹을 정도라고 합니다. 가뜩이나 짧게 살아서 번식하기 힘든 마당에 도처에 널린 천적들의 눈도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천적이 무섭다고 울지 않는 매미는 단 한 마리도 없습니다. 모든 매미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열심히 짝을 찾습니다. 번식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입니다. 그러니 매미의 울음소리를 조금은 이해해 줍시다.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공해가 따로 없습니다. 한국에 서식하는 매미들도 울음소리가 꽤 큰 편으로 70dB 정도입니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의 소음이 60dB 정도인데, 자동차 소리보다도 시끄러운 것이 매미 울음소리입니다. 이런 소리를 한 마리가 내는 것도 아니고, 수십 수백 마리가 내고 있으니,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짜증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외국에 서식하는 몇몇 매미는 비행기 소음과도 맞먹는 소리를 낸다고 하니, 훨씬 심각한 문제겠죠?
매미가 어릴 적, 약충일 때는 성충이 되어 2주~1달밖에 살지 못하는 것과 전혀 대비되는 삶을 삽니다. 매미 약충은 땅속에 살면서 식물의 뿌리에 입을 꽂아 수액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앞다리는 땅을 잘 팔 수 있게 사마귀처럼 낫 모양을 갖췄습니다. 
이런 지루한 시간을 기본 몇 년을 보냅니다.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은 평균 5년입니다. 이 정도라면, 땅 밖으로 나온 성충 매미들이 그렇게 극성으로 우는 것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5년도 굉장히 짧은 시간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주기매미는 성충이 되기까지 무려 17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 한날한시에 땅 밖으로 기어 올라와 수만~수억 마리의 주기매미 약충이 성충으로 우화합니다. 이 매미가 우화 쇼를 벌이는 날은 17년에 한 번 돌아오는 귀중한 기회라서 다음 우화 날은 언제인지 계산하는 사이트도 존재할 정도입니다. 2021년에 주기매미 우화 쇼가 발생했으니, 다음 쇼는 17년 후인 2038년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작년에 이 매미 표본을 수십 마리 구매해 두었는데, 다시 구하고 싶거든 17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한 벌레입니다.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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