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6 (화)

  • 구름많음동두천 4.3℃
  • 구름조금강릉 6.7℃
  • 구름조금서울 5.3℃
  • 구름많음대전 3.0℃
  • 흐림대구 6.8℃
  • 맑음울산 7.9℃
  • 맑음광주 8.4℃
  • 맑음부산 8.4℃
  • 구름조금고창 7.9℃
  • 구름많음제주 12.1℃
  • 맑음강화 4.6℃
  • 흐림보은 1.9℃
  • 흐림금산 3.4℃
  • 구름많음강진군 10.0℃
  • 구름많음경주시 8.3℃
  • 맑음거제 7.6℃
기상청 제공

사회기획

'미래를 위해 현재를 태우다' 파이어(FIRE)족이 나타났다!

'짠테크', '영끌', '빚투', ‘무지출 챌린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와 같은 신조어들의 등장은 MZ세대 사이에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파이어(FIRE)에 대한 관심을 대변한다. 당장의 소비보다는 내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파이어족. 이들은 젊을 때 경제적 자립을 쟁취하고 직장에서 조기 은퇴를 선언해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자 한다. 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대두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미래를 우려한 MZ세대의 고민을 보여준다. 이에 파이어족이 가지는 여러 특징들을 알아보고, 욜로족과 파이어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뜨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보자


“평생 직장에서 노동하며 자아를 잃길 원치 않았다"

파이어족이 되고픈 본교 재학생 A씨는 현재 문화콘텐츠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 내기보다는 일단 돈을 일찍 모아 미래에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 그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잘 풀려 내친김에 파이어족 트렌드에 합류하고자 했다”며 “프리랜서라 미래는 안정적이진 않지만, 내가 역량을 키우면 수입은 더 늘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최소 10억 원 정도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력이 단절되면 구직이 어려운 만큼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어떤 경기 국면이 닥치더라도 내가 쥐고 있는 자산을 유지하고 고정적 인 수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끝없는 불황, 폭등하는 물가, 늘어난 수명이 야기한 파이어족의 대두

파이어(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경제적 독립)’‘Retire Early (조기 은퇴)’의 줄임말로, 젊은 나이에 경제적 독립을 쟁취해 노동으로부터 조기에 은퇴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파이어족이 MZ세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3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NH투자증권 중 MZ세대 (25~39) 2,5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9%가 조기 은퇴를 꿈꾼다고 응답했다. 욜로족*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던 MZ세대의 생활 양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후유증으로 인한 길어진 경기 침체다.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노동시장이 경직돼 구직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반해,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MZ세대에게 취업과 앞으로 대비해야 할 노후에 대해 암울한 미래를 선사하고 있다. 월급만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늘어난 수명도 한몫했다. 신영증권 대구지점 박정훈 차장은 현재 MZ세대가 파이어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명이 길어지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시대적 환경의 결과물이라며 각종 자산 가격의 급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수 언급된 것 또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자신의 당장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


미국에서 유래된 파이어족, 조금 다른 K-파이어족?

밀레니엄 세대(millennium generation) 혹은 모바일세대(mobile generation)라고도 부르는 M세대는 미국 1980년대 초반 이후의 출생자를 주로 지칭한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경제금융 위기를 겪고 최초의 파이어족을 탄생시켰다. 파이어족이 된 미국의 M세대는 경제적 독립을 조기에 이루기 위해, 취직 이후의 20대부터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중고 거래를 주로하고 이동 수단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지출을 최소화한다. 이렇게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함으로써 30~40대의 매우 이른 나이에 은퇴 목표를 이루는 것이 미국 M세대 파이어족의 주된 특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위 ‘K - 파이어족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미국의 파이어족과 다르다고 한다. K - 파이어족은 빠른 시기에 경제적 독립을 쟁취하길 원한다는 점은 미국의 파이어족과 궤를 같이하지만,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는 데 집중한다. 최근에는 파이어족을 지출과 소득에 대한 비중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현재의 생활수준을 지키며 투자하는 풍족한 파이어(Fat FIRE)’, 각종 부수입을 통해 은퇴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 제한된 소비만 하는 검소한 파이어(Lean FIRE)’, 은퇴 후에도 은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염두에 두는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가 그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파이어족은 풍족한 파이어(43%)와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사이드 파이어(42%)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검소한 파이어(7.3%)와 바리스타 파이어(8.3%)보다 월등히 높았다

희망 은퇴 연령과 목표 은퇴자산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파이어족은 총 137,000만 원의 자금을 모아 평균 51세에 은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은퇴 희망 연령이 미국보다 10세 이상 높다

또한 K-파이어족은 주식, 펀드와 같은 투자형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자하고 예·적금 등 저축 같은 안정형 상품에는 적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현재 투자하고 있는 상품을 복수 선택하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주식(92.8%)을 꼽았다. 차순위는 ·적금 등 저축(63.9%) 부동산(43.2%) 펀드(38.5%) 가상화폐 (19.3%)이다.


파이어족,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해?

박정훈 차장은 자녀 유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퇴를 40세에 한다고 가정한다면, 300만 원 정도의 고정 수입이 나오도록 재산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정기예금금리를 3%로 가정한다면, 원금 기준 최소 12~15억 정도 자산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가진 돈이 몇십 년 후에도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투자나 재테크를 통한 은퇴자금 관리가 꼭 필요하다.

본교 재학생 B씨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상황과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례에 끌려 파이어족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직장을 그만두고 투자로만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위험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반드시 위험한 투자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위험성이 큰 투자 수익에만 의존할 경우, 향후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은퇴 생활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과거 주식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수익률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박 차장은 목돈마련에 더 주안점을 두고, 내가 목표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여 거기에 적합한 요구수익률을 계산해서 어떤 포트폴리오(주식. 채권. 펀드, 가상화폐. 부동산 등)를 구성하면 되는지 전문가와 상담해서 자금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어족 대두로 비춰본 MZ세대의 불안한 심리; ‘작아지는 내 집 마련의 꿈,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 

KB국민은행이 PIR* 집계를 시작한 200812월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기준 3분위 가구 연 소득의 11.9배였지만, 작년 3월 기준으로는 17.8배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모노리서치가 전국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의 근로 의욕을 저하하는 뉴스 1위로 부동산값 폭등이 꼽혔다. BNK 경남은행 제종원 강남지점장은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기존 자산(부동산, 주식 등)보유자에 대한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더욱 위험부담이 높은 주식, 코인, 등에 투자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파이어족에 대한 관심 증가는 단순히 직장에서 일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젊은 세대의 요구라고 분석했다. MZ세대는 최근에는 심지어 내 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영끌도 마다하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3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마련 목적의 금융기관 차입 증가로 인한 MZ세대 연령대의 2018년 기준 총부채는 2000년 동일 연령대의 총부채 대비 4.3배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2018X세대(2.4), BB세대(1.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손태랑(사범대 국어교육 21) 씨는 파이어족이 대두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매체가 다양하고 정보가 풍족해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부에 대한 지식이 상향 평준화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행복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MZ세대가 파이어족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좌절한 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빚투’, ‘영끌등 단기 고수익을 바라는 위험한 투자방식의 선호는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MZ세대의 불안한 심리가 내포돼 있다.

*PIR : 주택 가격의 거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추산 방법으로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뜻함.


이 시국에 파이어족은 일장춘몽?

파이어족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평범한 사람이 40세 이전에 10억에 달하는 돈을 모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투자하다 재무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건강 문제에 따른 비용 등의 변수로 노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 사이에서는 소위 ‘4% 법칙을 기본 원칙을 삼았다. 4% 법칙은 1990년대 미국의 재무관리사 윌리엄 벤젠이 연구한 자산 관리 법칙인데,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모은 후 매년 약 4%를 지출하면 일하지 않고 투자 수익만으로 여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인상되며 4% 법칙에만 의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빚투를 한 경우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 한미 금리 역전 등의 이유로 지난달 25일 기준 기준금리를 2.50%까지 인상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담보로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연 10%에 육박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거래


자신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MZ세대

욜로족이나 파이어족 등 여러 라이프스타일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겉으로 드러나는 개인의 행동 및 생활 양식뿐만 아니라 내면의 사고방식과 가치관까지 나타내는 개념이다.자신을 최우선시하는 MZ세대는 라이프스타일에 녹아있는 이 모든 측면을 선도한다. 예를 들어, MZ세대는특정 제품이 자신의 소신이나 가치관과 일치한다면 구매하고 제품 사용과정에서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를 충분히 감수한다. 이렇듯 MZ세대는 자신이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온라인상의 많은 이들과 함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구현한다.

하지만 여러 라이프스타일이 사회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한 첫 단추는 단순하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파이어족이 온다의 저자 스콧 리킨스는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기 이전에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은퇴 이후의인생에 대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파이어족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맞는지파악할 수 있고, 파이어족의 삶을 결정한 경우 필요한목표 은퇴자산과 해당 목표 은퇴자산을 달성하기 위한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욜로족, 파이어족 등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이 됐든자신만의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개취’‘취존이란 말이 있듯이, 타인에게 간섭받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 가장 명쾌한 해답일 것이다.



<참고자료>

-김은혜. (2021). K-파이어(FIRE)족, 조기은퇴 가 능할까?.(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허브 PIR 

-한국경제연구원. (2021).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 조사 

-최영준. (2022).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BOK 이 슈노트 제2022-13호. (한국은행)



허창영 기자 heocy227@knu.ac.kr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