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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획

관봉에 우뚝 서 세상을 관망하는 갓바위 를 찾다

팔공산 여행 기획 ①

▲ 팔공산 관봉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의 모습이다. 불상은 오른발은 왼쪽 허벅지 위에, 왼발은 허벅지 위에 얹어 앉는 가부좌(跏趺坐) 자세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룰 때 취했던 손 모양인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자세를 취하고 있다


풍부한 자연 경관과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사찰을 품고 있는 팔공산 도립공원은 언제나 대구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팔공산은 본교에서도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팔공산의 진면모를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우면서도 먼 팔공산의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팔공산 도립공원에 위치한 주요 명소들에 대해 연속 기획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1. 갓바위로 이어지는 세 갈래 길

팔공산의 대표 명소로 여겨지는 ‘갓바위’는 해발 850m의 관봉 꼭대기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석조 불상은 일반적인 불상과 달리 머리 윗부분에 갓 모양의 모자가 얹힌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외형을 본 사람들은 이를 ‘갓바위 불상’이라 부르기 시작해 지금의 별칭으로 자리 잡게 됐다.

팔공산 갓바위로 향하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갓바위 관리를 맡은 사찰인 선본사(禪本寺)를 끼고 가는 길 ▲와촌 약사암을 끼고 가는 길 ▲관암사(冠巖寺)를 끼고 가는 길이 그것이다. 이 중 대구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길은 관암사를 끼고 가는 등산로로, 초입부터 2km가량 걸으면 갓바위에 도착한다.

대구 시내버스 401번, 팔공2번, 팔공3번을 이용하면 관암사 등산로의 초입인 갓바위 집단시설지구로 곧장 갈 수 있다. 401번 버스의 경우, 본교 정문 인근에 위치한 ‘대구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버스 정류장을 지난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용이한 관암사 등산로를 선택했다. 전날 저녁 얼려둔 생수 500ml 한 병과 카메라를 챙겨 들고 길을 나섰다. 버스가 종착점인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 향하는 동안, 창밖 풍경은 서서히 바뀌었다. 빽빽한 건물 숲은 어느새 모습을 감췄고, 다가오는 가을을 서둘러 맞이하고 있는 가로수의 모습만이 눈에 담겼다. 그렇게 5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팔공산은 지금껏 알아 온 대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2. 고즈넉한 관암사도 살피고 가세요

신발 끈을 고쳐 묶고 본격적으로 산길을 올랐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에 산행이 꽤 어려울 것 같아 지레 걱정했던 스스로가 무색할 정도로 등산길은 선선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나 큰 잎을 피워낸 울창한 나무들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가려준 덕이다. 산길을 따라 곳곳에 설치된 벤치들은 싱그러운 풀 내음과 푸른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스듬한 경사길을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소원 돌탑을 발견할 수 있다. 남들처럼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는 돌 한 조각 속 조그마한 바람을 담아 돌탑에 쌓은 뒤, 조금 더 올라가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수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사찰을 만나게 된다. 관암사이다.

관암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이나,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불교를 탄압하는 억불정책의 시행으로 폐사돼 누가 언제 창건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우연히 사찰의 터를 발견한 백암스님이 1962년 재창건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암사의 이름도 사찰이 팔공산 관봉의 석조여래좌상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 그 명칭이 관암(冠巖)이 됐다.

관암사에 들어서면 사찰 중앙에서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있는 대웅전과 한 단 아래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관음전(觀音殿)과 지장전(地藏殿)을 볼 수 있다. 이외에 대웅전 뒤쪽의 약사전(藥師殿), 아치교 다리 아래의 용왕당(龍王堂) 등 10여 동 전각들도 살필 수 있다.

숲속에 파묻혀있는 사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한 고요와 아늑함을 느끼며 잠시 숨을 돌렸다. 정직하고 반듯한 네모 모양으로 정형화된 아파트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우아하게 뻗은 전각의 지붕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관음전 처마 아래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이목을 끈다. 유심히 살펴보면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도 찾아볼 수 있다.


3. 갓바위를 가득히 메운 간절한 염원

관암사부터 최종 목적지인 갓바위까지는 1,365개의 돌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초반에는 경사가 완만해 곧잘 올라갈 수 있지만, 중반부터는 꽤 높고 가팔라져 올라가기가 만만찮다. 그런데도 많은 관광객이 갓바위를 꾸준히 찾고 오른다. 그 이유는 갓바위에 담긴 유명한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영험한 부처로 알려졌었다. 그렇기에 불상 앞에서 정성껏 기도한다면, 부처가 누구든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민담이 전해진다. 특히 불상의 머리 윗부분에 있는 갓 모양의 모자가 학사모와 비슷해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이 수험생에게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시간가량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출중한 경치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불상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상과 전망대 옆으로는 커다란 스피커도 달려 있다. 일정 금액과 함께 바람을 적어서 제출하면 부처님께 바라는 방문객들의 바람을 읊어주는 용도이다.

오랜 고심 끝에 결정한 단 한 가지의 바람을 마음속에 품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불상에 간절한 기도를 올려봤다. 평소 설화를 믿지 않는 편이지만, 비현실적인 전경과 단단하고 웅장한 불상이 주는 압도감 덕분인지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교 성적 관리부터 취직 준비까지, 뭐 하나 쉽지 않은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더욱 갈망하게 되는 요즘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가깝고도 낯선 팔공산 갓바위를 방문해 메마른 일상을 자연이 주는 담백한 감동으로 적셔보는 건 어떨까.



▲관봉을 오르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관암사의 전경이다.



▲ 갓바위 돌계단을 오르는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의 모습이다.



▲시민들이 갓바위 부처 앞 마련된 공간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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