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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서사를 소비하는 현대인 공략법, 내러티브(Narrative) 전략

‘스타벅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질문을 받은 대다수는 초록색 배경 속 하얀 인어가 그려진 로고를 생각해낼 것이다. 이처럼 친숙한 이름과 로고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인 일등 항해사 스타벅과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 잡아먹는 인어 세이렌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로고 속 세이렌처럼 커피로 사람들을 홀려 꾸준히 발걸음 하게 만들겠다는 브랜드 스토리로 자신들의 고유한 감성과 목표를 성공적으로 전달했고,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오랜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브랜드 스토리처럼 자신만의 서사와 감성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인 내러티브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떠오르고 있는 마케팅 전략인 내러티브에 대해 샅샅이 파헤쳐보자●

사람들은 잘 짜인 ‘서사’에 매료된다
최근 TV나 인쇄, OOH(Out of Home·옥외) 광고 효과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각 기업은 고민에 빠졌다. 제품의 성능이나 브랜드명을 단순히 반복·강조하는 광고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미디어 환경이 더욱 파편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주류가 되면서 광고를 전달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졌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기업은 자신만의 매력적인 ‘서사’를 만드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서사를 활용한 마케팅은 더욱 각광받았다. 봉쇄 조치로 인한 사회적 소통의 부재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광고가 하나의 영상물로서 이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신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데 열의를 쏟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업이 자신의 비전을 담아낸 서사를 구축해 마케팅하는 방식을 내러티브 전략이라고 한다.

대체 내러티브가 뭔데?
내러티브(Narrative)는 ‘자세히 말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narrare’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구조화해 표현하는 담화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이용되는 형식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즉, 특정 브랜드의 로고, 정치인의 슬로건, 언론사의 기획 기사 등 무엇이든 내러티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에는 단순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전·세계관과 같은 특정 관점이나 가치관도 녹아들어 있다.
언뜻 느끼기에 내러티브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스토리텔링은 단편적인 사건 자체를 단순히 시간 흐름대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또 오로지 개인적 관심을 위한 담화이며, 텍스트를 통한 완결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내러티브는 구조적 담화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며 청중을 통한 완결 구조를 취한다.
예를 살펴보자. 지난여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광야(KWANGYA)’행 티켓을 선보였다. 이때 ‘광야’란 SM이 만들어낸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 SM 소속 아티스트가 모이는 무한한 가상의 공간을 말한다. 한마디로 광야행 티켓은 SM 소속 아티스트가 모여 공연하는 콘서트의 티켓인 것이다. SM은 평범한 콘서트 초대 티켓을 ‘SMCU(SM Culture Universe) 익스프레스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판매해, 팬들에게 자신들이 구축해둔 세계관인 ‘광야’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SM이 추구하는 세계관과 서사가 담긴 이 콘서트 티켓은 고유한 내러티브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업가의 전략, 내러티브 마케팅
지난 2년 동안 주가수익률(PER)*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은 거의 1,000배에 달한다. 대한민국 코스피의 주가수익률은 대략 11배 정도이며 통상 12배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테슬라가 이처럼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는 이유는 테슬라만의 내러티브 마케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여타 전기차 회사처럼 단순히 세계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만 내놓지 않았다. 단순 전기차를 넘어 AI가 적용된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현할 것이라는 비전은 물론, 사람의 뇌에 전자칩을 삽입해 사람이 직접 자동차와 소통하고 조종하는 뉴럴링크(Neuralink)와 같은 획기적인 시도 역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테슬라의 목표 의식과 세계관이 담긴 일련의 내러티브에 사람들은 감명받는 것이다.
숫자와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의 꿈과 잠재력에 따라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평가에 기업이 선보이는 내러티브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커지고 있다.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 Ratio)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지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기업 이익에 비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4가지 방법
그렇다면 내러티브 마케팅을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자신들이 내러티브에 브랜드만의 감성과 철학을 눌러 담아 대체 불가능한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할지라도 사람들에게 큰 흥미를 주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감성에 젖어 들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미국의 IT 회사 애플이 있다. 애플은 인간의 창의성과 그들만의 감성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구축했다. ‘Think different’를 구호로 내세우며 독창적인 창의성을 강조했고, TV 광고에서는 휴대전화의 기술적 장점을 부각하기보다는 감각적인 영상과 센스있는 선곡으로 애플의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애플은 소비자가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에 사랑에 빠지게 하는 로맨스 내러티브 역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기반한 것으로, 사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친밀감 ▲열정 ▲책임감이 균형 있게 충족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애플만이 가지는 감성이 불러일으키는 애착, 창의적인 생각을 지향한다는 일관된 슬로건은 소비자에게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사랑에 빠지도록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신제품이 공개될 때면 자신의 전자기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애플 스토어 앞에 줄을 서는 열성적인 팬층을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세계관적 접근을 극대화해야 한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SM의 정교한 내러티브 유니버스를 살필 수 있다. SM은 소속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속 찾을 수 있는 ‘광야’ 세계관 떡밥부터 콘서트장의 티켓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일관된 내러티브를 구축했다. 이처럼 잘 짜인 세계관은 대중들의 흥미를 끌 뿐만 아니라 팬층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내러티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비단 특정 콘텐츠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책, 게임,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소비자 공동체와 함께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개 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소비와 직결되는 힘을 가진다. 특정 온라인 패션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작성하는 리뷰나 옷 매칭 추천 등이 구매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원리와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만드는 콘텐츠가 수북이 쌓이면 그것으로 브랜드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게 된다.

정치인의 전략, 내러티브 선전
내러티브 전략은 정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어떤 슬로건으로 어떻게 유세하느냐,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느냐가 권력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히틀러 같은 극악무도한 독재자부터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존경받는 지도자까지, 모두 내러티브를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정치 내러티브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내러티브 슬로건이다. 이는 정치적 주장을 드러내는 슬로건을 단순히 보여주기식 문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호 속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내러티브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실현한 인물로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평생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자신의 내러티브를 대중에게 전파해왔다.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들어서면서는 퇴보하는 미국을 자신만이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나아가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종종 윤리에 어긋나는 사생활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위기는 능구렁이처럼 포장하고 넘어가는 한편, 이런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해 정책이나 외교에서도 뻔뻔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삶부터 자신이 표방하는 정치적 슬로건까지 하나의 담화적 서사로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냈다.
또 하나는 이항대립적 네거티브 전략이다. 선거철이면 자주 볼 수 있는 전략으로 ‘유능 대 무능’, ‘정의 대 불의’와 같이 양자택일적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이항대립적 구도로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내러티브는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동시에 상대의 부조리나 악에 대한 대중의 이목을 끌기를 원할 때 주로 활용된다. 물론 효과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려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내러티브 역시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러티브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내러티브 전략은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보의 고도화는 다양한 정보의 유입을 가능하게 만들겠지만, 자칫 잘못된 정보의 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겠지만, 함께 늘어날 ‘가짜 내러티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러티브는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정보인 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자극적인 가짜 내러티브의 경우, 그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열린 시각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게 해준다고 여기기 쉽지만, 오히려 편향적 이념을 형성할 위험도 높은 것이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내러티브의 바다를 안전하게 헤엄치기 위해서 가짜 내러티브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폴 잭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 연구센터 창립 이사는 “신경과학적으로 사람의 뇌는 필터링된 정상적인 자각(consciousness)을 할 때 무의식 과정을 거친다”며 “새로운 정보를 마주했을 때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보다 뇌가 이를 분류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말했다. 무의식 과정이 발현되는 수면 중에 혹은 샤워하거나 산책하는 등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정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삼자로부터 진실한 조언을 구하는 것 역시 가짜 내러티브를 걸러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SM타운 라이브 공연 안내 포스터. 가운데에 찍혀있는 SMCU 익스프레스 티켓 도장이 눈길을 끈다. (출처: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애플이 에어팟 2세대 출시와 함께 선보인 광고. 재즈풍의 BGM과 감각적인 흑백 영상으로 애플만의 감성을 표현해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출처: 애플 공식 유튜브 채널)

참고자료  
김난도 외 9명, 『트렌드 코리아 2022』, 미래의창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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