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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입맛대로 골라 먹는 소주, 취향대로 골라 먹는 막걸리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을 갑갑하게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된 만큼, 이번 연말에 성사될 여러 소모임에 대한 설렘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각종 모임과 만남들이 다시 이루어지는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최근 하락세의 주류시장을 되살리고자 다양한 술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주류업계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가 만나면서 한국의 전통 술인 소주와 막걸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가 몰랐던 소주와 막걸리의 특징들에 대해 살펴보고, 과거 쓴 술로만 여겨졌던 소주와 ‘올드하다’는 편견으로 바라봤던 막걸리가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소주, 넌 누구니?


‘소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이 특유의 초록 병과 알싸한 끝맛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이 소주는 소주라는 큰 주제에 속하는 하나의 목차라고 보는 것이 알맞다.
구체적으로 볼 때, 소주는 제조 방법에 따라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로 나뉜다. 현재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초록색 병’은 희석식 소주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한민국의 서민 술로 자리 잡은 이 희석식 소주는 미디어에도 꾸준히 노출되면서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시장의 규모는 2021년 출고액 기준 3조5450억원으로 전체 주류 출고액 8조8345억원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국내 주류시장 점유율 1위인 맥주(41%)와도 근접한 수치이다. 그러나 증류식 소주 시장은 646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0.7%에 불과하다. 전체 소주 시장에서 증류식 소주의 점유율은 1~2%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통 소주’인 증류식 소주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좋은 술을 찾은 이들이 늘어나고, 기존의 쓴 소주와는 달리 원료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2018년 1,651㎘ 수준이었던 국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019년 1,714㎘, 2020년 1,929㎘로 매년 조금씩 몸집을 키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8.5% 증가한 2,480㎘를 기록했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이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5.5% 줄어든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우리 곁에 ‘초록색 병’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


한국의 ‘전통’ 소주는 증류식 소주이다. 증류식 소주는 고려시대 때 원나라를 통해 들어온 증류 기법에서 기원을 찾기도 할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쩌다 지금의 초록색 병, 희석식 소주가 증류식 소주를 밀어내고 한국에서 굳건한 우위를 자랑하게 된 것일까.
우선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제조 과정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물을 발효한 밑술을 가열한 뒤 받아낸 술이다. 밑술을 끓일 때, 알코올의 끓는 점(78도)은 물의 끓는 점(100도)보다 낮기 때문에 알코올이 먼저 증발한다. 이렇게 기화된 알코올을 모아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로 변하면서 밑술보다 알코올 농도가 높은 ‘소주 원액’을 얻게 된다.
증류식 소주는 이 소주 원액을 단식 증류기로 1~2회만 증류해 만든다. 증류 횟수가 적은 만큼, 원료인 쌀·보리·고구마의 풍미가 술에 그대로 스며들게 된다. 그렇기에 증류식 소주는 원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쌀소주’, ‘보리소주’, ‘고구마소주’라고도 불린다. 또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을 내고자 1년 이상 숙성하기도 한다.
희석식 소주는 200번 넘는 연속식 증류로 알코올 농도 95% 이상의 주정을 만들어 물로 희석해 만든다. 증류를 반복하면 불순물, 메틸알코올 등이 철저하게 제거되지만, 원료의 향 성분도 사라지게 된다. 오로지 알코올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어떤 원료를 쓰더라도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에, 희석식 소주에는 쌀 외에도 비교적 저렴한 당밀, 타피오카 등을 쓰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초에 이르는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소주 제조 방법이었던 증류식 소주가 주류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1930년대 중반 일본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소주의 원료가 되는 쌀값이 오르고, 쌀이 전략물자로 통제되자 점차 일본에서 건너온 저렴한 희석식 소주에 밀려난다. 해방 후에도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국토가 상당수 파괴되고, 기술자들의 행방은 묘연해지면서 결국 증류식 소주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1965년 정부가 시행한 양곡관리법은 쌀을 이용한 술 제조를 금지하면서 증류식 소주의 하향세에 못을 박는다. 이로 인해 저렴한 대체제였던 희석식 소주는 확실한 대세로 올라섰고, 지금까지 그 우위를 유지해온 것이다.
초기 희석식 소주는 25도를 웃도는 높은 도수를 자랑했지만, 점차 순해졌다. 국내 최초 주류회사인 진로는 1924년 소주 ‘진로’를 35도로 첫 출시 했고, 1965년 30도, 1973년에는 25도까지 낮췄다. 25도의 벽은 1998년 ‘참이슬’이 23도를 출시하며 깨졌고, 2006년 ‘처음처럼’이 20도까지 도수를 낮췄다. 이후 소주 업계 1위·2위 브랜드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면서, 지금은 대체로 16도가 유지되고 있다.
도수가 낮아지는 이유는 음주 문화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먹고 죽자’는 식의 음주 문화가 주를 이뤘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볍게 한 잔 즐기자’는 소모임 문화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혼자 즐기는 혼술 문화가 발달하면서 ‘순한 술’이 대세가 됐다.
정부가 알코올 도수에 규정을 둔 것 역시 도수 하락을 이끌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알코올도수 17도 이상의 술은 방송광고가 제한되지만, 16.9도의 낮은 도수 소주를 취급하는 주류 기업들은 심야시간대에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TV 광고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주류회사가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고자 자사 소주의 도수를 16.9도로 낮추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 곁에는 16.9도의 희석식 소주가 자리 잡게 됐다.


소주의 변신은 무죄!

과거 소주는 ‘아재 술’, ‘맛없는 술’이라는 굳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소주 시장은 이러한 이미지를 벗어나 MZ세대의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소주의 다채로운 변신
‘순한 소주’가 인기를 끌자 국내 주류회사들은 과일소주부터 타사와의 콜라보를 통한 다양한 퓨전 소주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과일소주란 과일 향이나 과일 농축액을 첨가한 소주로, 정확히는 알코올에 설탕이나 향료 등을 넣어 만든 혼성주를 칭하는 ‘리큐르’로 분류된다. 2015년 과일 리큐르는 알코올 향이 강한 일반적인 소주에 비해 달달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곧 ‘원래 소주’가 낫다는 여론이 생겨나면서 리큐르 시장은 시들해지나 싶었지만, 최근 특색있는 독특한 맛으로 MZ세대를 사로잡으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 하이트진로는 광동제약의 비타민 음료 ‘비타500’과 협업한 ‘비타500에 이슬’을 선보였다.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인 MZ세대를 타깃으로 한정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증류식 소주의 부상
박재범의 ‘원소주’부터 금복주의 ‘제로투’까지. 소주 시장을 향한 증류식 소주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원소주는 100% 강원도 원주산 쌀을 활용하고, 제로투는 국내 최초로 찹쌀과 쌀을 이용한 두 가지 증류 원액을 섞어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원조’ 소주의 도전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 ‘제2차 전통주산업 발전 기본계획(2018~2022)’를 발표하고, 전통주 산업의 내실화와 질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세정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지난 2020년부터 맥주·탁주의 주세 부과 기준을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했지만, 전통주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해 일정 규모 이하로 출고될 때는 기본세율의 50%를 감면해준다. 제조자가 직접 전통주를 판매하는 것에 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거래도 허용한다.
새로운 주종에 대한 도전을 추구하고, 술을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닌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마시자고 하는 MZ세대는 이러한 증류식 소주의 부상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원소주는 입점 일주일 만에 전체 상품 랭킹 3위, 식품 부문 랭킹 1위에 올랐다.

‘제로 슈가’ 소주의 등장
최근 국내 주류회사는 건강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에 발맞춰 '제로 슈가' 소주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제로 슈가 소주는 설탕을 넣지 않아 당류는 0%이지만, 대체 감미료인 ‘효소처리 스테비아’와 ‘에리트리톨’ 등을 활용해 맛을 낸다. 이러한 무과당 소주는 일반 소주에 비해 낮은 칼로리를 자랑한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한 병 408kcal이지만, 지난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는 한 병 360kcal이다. 롯데주류는 이 점을 적극 홍보해 MZ세대의 호응을 얻어내면서, ‘처음처럼 새로’는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690만 병을 기록했다. 금복주의 증류식 소주인 ‘제로투’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가세한다. 금복주는 ‘과당은 ZERO, 증류 원액은 TWO’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MZ세대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과일 리큐르 시리즈.
(출처: 하이트진로 공식 홈페이지)


▲광주요에서 개발한 증류식 소주 ‘화요’.
(출처: 화요 공식 홈페이지)


소주 6문6답!

1. 소주는 유통기한이 없다?
A. 소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소주 원액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될 뿐만 아니라 희석식 소주의 경우에는 증류 과정 중 알코올의 도수가 95%까지 높아져 세균이 번식하기 어렵고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2. 지금의 ‘소주(燒酎)’는 ‘소주(燒酒)’가 아니다?
A. 소주의 한문 표기는 왜 소주(燒酒)가 아닌 소주(燒酎)일까?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소주가 등장한 <고려사> 우왕 원년(1375)의 기록에 따르면, 소주는 소주(燒酒)였다. 조선 후기까지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소주 역시 소주(燒酒)였다.
그런데 1909년에 일본 제국의 주도로 주세법이 만들어지면서, 소주(燒酎)라는 표기가 등장했다. 일본인이 법을 만들면서, 일본식 표기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전통의 증류식 소주를 아우르는 개념이었지만 차츰 일본식인 희석식 소주가 주류가 되면서, 표기법 역시 일본식 소주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주(燒酒)라는 개념은 희미해져 결국 그 자리를 일본식 표현인 소주(燒酎)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3. 수출용 소주와 내수용 소주의 맛이 같을까?
A. 내수용과 수출용은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다르다. 각국 주세법의 규정에 따라 첨가제와 투입량을 다르게 조정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주에는 설탕 성분을 많이 넣고, 미국 소주에는 저칼로리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를 넣지 않는다.

4. 소주를 마시면 맥주·와인보다 쉽게 취할까?
A. 취기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성분은 ‘아세트알데하이드’이다. 알코올보다 10~30배 더 독성이 강한 이 성분은 체내에 흡수되면 얼굴을 붉히고 속을 메스껍게 하는 등 숙취를 유발한다. 놀랍게도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소주보다 맥주와 와인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맥주나 와인을 마실 때, 더 쉽게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숙취 과정에는 사람마다 다른 유전적인 특성도 작용하기에 모든 사람이 ‘맥주·와인에 더 쉽게 취한다’에 해당한다고 보긴 힘들다.

5. 소주병은 왜 초록색일까?
A. 국내 10대 소주 업체는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판매된 제품의 빈병을 수거, 세척한 후 재활용하는 '공병보증금제도'를 통해 병을 공유하고 있다. 이때 초록색의 참이슬 병이 표준용기로 선정되면서, 현재 유통되는 모든 소주병이 초록색 병이 됐다.

6. 지역별 대표 소주는?
A. 서울·경기=참이슬(하이트진로), 강원=처음처럼(롯데주류), 대전·충남=이제우린(맥키스컴퍼니), 충북=시원한 청풍(충북소주), 대구·경북=맛있는참(금복주), 울산·경남=화이트, 좋은데이(무학), 부산=C1(대선주조), 전북=하이트(보배), 광주·전남=잎새주(보해양조), 제주=한라산(한라산)이 대표격이다. 1976년 정부는 과열된 소주 업체 간 경쟁을 식히기 위해 ‘1도1사 원칙’을 법으로 마련해 실시했다. 시·도별로 1개의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생산량의 50%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각 지역별 ‘대표’ 소주가 생겼다. 하지만 최근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서울·수도권을 넘어 전국구 입지를 다지면서 이러한 소주 시장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참고문헌>
김승호, 『응답하라 우리 술』, 깊은샘, 2022.
남원상, 『우리가 사랑하는 쓰고도 단 술, 소주』, 서해문집, 2021.


▲각 시·도별 대표 소주를 표시한 지도.



막걸리, 넌 누구니?

막걸리의 사전적 정의는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술’이다. 그러나 양조업체가 제조하는 막걸리는 법에 따라 규정돼 있는데, 주세법에 따르면 “막걸리는 곡류 등의 전분질(녹말) 원료와 국(麴) 또는 누룩 및 물을 원료로 해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아니하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한다. 이어, “쌀 탁주(막걸리)는 쌀의 사용량이 전분질(녹말) 원료 및 원료 당분의 합계 중량을 기준으로 80(w/w%)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막걸리는 법률상으로는 전통주가 아니다. 전통주는 ▲무형문화재 면허 보유자가 제조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농민 또는 농업회사법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을 말하는데, 막걸리는 주원료에 수입한 쌀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월 28일 강원도 횡성의 한 양조업체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내에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막걸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주’로 온전한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 막걸리 빚는 법>
4kg 쌀 씻기(세미)→2~4시간 쌀 불리기(침미)→30분간 물 빼기(탈수)→1시간 고두밥 찌기(중미)→20~25℃로 고두밥 식히기(냉각)→(400~800g의 누룩 사용)물 4~6L 넣고 치대기(혼합)→7~14일 삭히기(발효)→거름망으로 거르기(제성)→냉장 보관(숙성)→도수 조절하여 마시기
* 쌀 4kg, 누룩 1장(800g) 기준


막걸리 속에 담긴 오랜 역사

‘막걸리’는 언제부터 만들었을까? 12세기 고려 초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서 “서민들이 좋은 술을 얻기 어려워서 맛이 박하고, 빛깔이 짙으며, 사람이 마셔도 별로 취하지 않는 술을 마신다”라고 하며 “멥쌀에 누룩을 넣어 술을 하고 색깔이 짙다”라고 기록돼 있다. 게다가 인류 최초의 술이 쌀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보아 막걸리의 최초 제조 시기는 고려시대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어진 조선시대 주막에서 주로 팔던 술이 막걸리였으며, 양반과 상인을 구분하지 않고 막걸리를 즐겼다.
막걸리는 일제강점기에 위기를 맞이했다. 1909년 주세법과 이어지는 주세령으로 양조장에서 일괄적으로 술을 제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제가 술에 세금을 거두기 위해 시행했지만, 이로 인해 집집마다 빚던 막걸리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막걸리는 정부에서 관리했다. 1949년에 만들어진 주세법에 의해 막걸리의 도수는 6%로 제한다. 1965년의 양곡관리법의 ‘순곡주 제조 금지령’에 따라 쌀 대신 수입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었으며, 1990년대 돼서야 쌀 막걸리가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2003년이 돼서야 주세법 개정으로 도수 제한이 풀리게 되면서 4도부터 17도까지 다양한 도수의 막걸리가 등장하게 된다. 


막걸리, 제2의 전성기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회식 문화나 음주 문화가 위축되면서, 혼자 술을 즐기는 문화가 생겨났다. 혼술을 포함해 ‘자신의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2%가 과하게 마시는 것보다 집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술이 더 좋다고 응답했으며 홈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연령에 따른 차이 없이 공통적이었다. 또한 10명 중 9명이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먹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마시고 죽자’식의 음주를 즐기는 문화보다는 소수의 사람이 모여 깔끔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좋은 술, 좋은 음식을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음주 문화의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프리미엄 막걸리가 새롭게 부상했다.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건강에 관한 관심은 막걸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곡물을 원재료로 삼은 막걸리가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지난 5월 CNN은 ‘막걸리: 한국의 쌀 와인이 소주 그늘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가장 멋진 수출품은 K-pop 아닌 막걸리”라며 막걸리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막걸리가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막걸리는 시장에서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전까지 3,000억 원대에 그쳤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9년 4,500억 원대로 급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계 역시 ‘뜨는 해’인 막걸리를 연이어 조명하고 있다.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백 스피릿>은 매회 다른 우리나라 술을 주제로 미처 몰랐던 전통주에 대한 모든 것과 인생에 대해 다룬다. 술과 인생을 나누는 로드 다큐멘터리인 <한국인의 술상>도 한국의 술에 대해 다루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제공되고 쉽게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MZ세대도 막걸리를 주목한다. CU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령대별 막걸리 매출 비중을 집계한 결과, 2022년 상반기 20대 비중은 2021년 상반기 6.1%에서 9.1%로 늘었고, 30대 역시 9.5%에서 14.7%로 증가했다. 두 세대의 비중이 10%p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입맛에 맞는 차별화 된 달달하고 깔끔한 막걸리를 찾고,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젊은 창업자들은 다양한 막걸리를 내놓고 있다.


다양한 막걸리의 등장

최근 MZ세대의 입맛을 저격하기 위한 새로운 맛의 막걸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교 앞 술집에서도 딸기 막걸리, 고구마크림막걸리 등 다양한 수제 막걸리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막걸리의 등장은 새로운 소비자를 막걸리 소비층으로 끌어들이고, 이는 또 다른 새로운 막걸리가 등장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막구르트>

(출처: 술담화 공식 홈페이지)
국내 최초 술 정기 구독 서비스 쇼핑몰 ‘술담화’에서 출시한 요구르트와 막걸리의 조합인 ‘막구르트’는 주문량이 많아 인당 2병 제한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허니버터아몬드주>

(출처: 서울장수 공식 홈페이지)
익숙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이색적인 맛의 막걸리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서울장수는 견과류 브랜드 ‘바프’와 협업해 ‘허니버터아몬드주’를 출시했다. ‘허니버터아몬드주’는 허니버터 아몬드가 막걸리에 빠진 듯한 맛을 구현했다.

<종의의 집 누룩막걸리>

(출처: 이천미 공식 홈페이지)
막걸리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술로 떠오르면서 백화점까지 막걸리 판매에 합세했다. 롯데백화점은 넷플릭스와 협업한 ‘종이의 집 막걸리’를 판매했다. ‘종이의 집 누룩막걸리 6도’와 ‘종이의 집 누룩막걸리 프리미엄 14도’ 등 두 가지 제품으로, 강남점에는 ‘이천미 누룩막걸리×종이의 집’ 팝업스토어까지 열었다.


<참고문헌>
이종호, 『막걸리를 탐하다:한국 막걸리의 맛과 멋을 찾아서』, 북카라반, 2016
정혜경,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무엇인가』, 교문사, 2012


양조업계 전문가를 만나다

최근 양조업계에서는 MZ세대를 끌어모으기 위해 어떤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막걸리 산업 일선에 있는 국순당 혁신사업본부 기업마케팅팀 박민서 팀장과 서울탁주 영업본부 유병창 사장을 인터뷰했다.   
Q. 막걸리 시장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상당한 성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순당 박민서 팀장(이하 국): 2010년대 중반부터 홈술, 혼술의 주류 음용 문화가 확산됐다. 업소보다 가정에서 음용 시, 타인을 고려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술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자신의 건강을 고려해 음용하는 고객들의 상당수는 막걸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막걸리 업계에서 ▲주질 개선 ▲디자인 경쟁력 강화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판매 경로 개척도 이루어졌던 요인도 있다.
 
Q. 당 회사에서 MZ세대를 겨냥한 광고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국: 기존의 대중 매체와 달리 소통형 매체에 더 공감하는 고객층이 MZ세대이다. 막걸리 제품의 일방적 전달의 광고 형태보다 막걸리의 가치와 속성을 스토리로 전달하는 콘텐츠가 효과적이며, 콘텐츠도 공유할 수 있고 또 공감되는 것이 호응이 좋다. 국순당도 MZ세대를 고려한 SNS 콘텐츠 소통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서울장수 유병창 사장(이하 서): 최근에는 ‘흥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19의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흥을 통한 응원으로 막걸리와 함께 지친 국민을 응원할 수 있는 홍보를 진행해 국민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시대상을 반영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홍보를 하나, MZ세대가 접근하기 쉬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홍보를 한다.

Q. 이미지가 중요하다 보니 제품 디자인도 중요할 것 같다. MZ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을 준비 중인지 혹은 어떤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 화려한 포장의 디자인보다 가치 중심적인 직관의 디자인에 더 호응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적 가치와 함께 환경도 생각한 ‘공생’의 가치도 중요해졌다. 미니멀리즘 기반의 직관적 전달력 높은 디자인으로 국순당 막걸리를 리뉴얼해서 기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신규 디자인 적용 시 분리수거가 용이한 기능을 추가해 환경친화적인 포장이 되도록 노력했다.
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처럼 전통을 계승해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려 노력한다. 당사 대표 제품인 장수막걸리의 경우 22년 제품 리뉴얼을 시행해 새로운 라벨은 깔끔한 흰색 배경에 서울장수의 시그니처 색상인 ‘초록색’을 포인트로 한 심벌과 제품명을 전면에 배치해 시각적으로도 청량함과 깔끔한 인상을 주고자 했다. 이 밖에 ‘인생 막걸리’, ‘달빛 유자’ 등 MZ세대와 여성 고객을 위한 다양한 제품에서도 늘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을 계획 추구한다.

Q. 막걸리 소비자의 구매동기 중에서 ‘건강’이란 요소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당사에서는 건강을 고려한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 국순당 막걸리는 유산균 강화를 통해 더 건강한 음주문화가 되도록 제품화해 출시했다. 막걸리는 유산균이 풍부한 주류로 모두가 알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좋은 기대를 제품으로 구현했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 ‘1000억 프리 바이오 막걸리’가 해당 제품으로 요구르트 수준의 유산균 수치를 한 병에 담아 맛과 건강도 고려했다. 
서: 건강은 항상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제품 가치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식품연구원의 46종 전통 누룩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보울라디’는 장 내 염증 개선 및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가 있는 효모균으로, 장수 막걸리는 막걸리 업계에서 최초로 보울라디 효모를 적용해 음용 시 생균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막걸리와 관련해서 MZ세대에게 한 마디 한다면?
국: 전통과 전통문화는 멈춰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와 가치와 만나 발전하며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술과 막걸리도 본질적인 가치는 지키되, 시대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더해지며 지금 우리가 즐기는 술로 발전했다. 우리의 술이 더 좋은 술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한다.
서: 막걸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며, 즐거울 때 마시는 술로는 막걸리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막걸리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타사의 약 3분의 1인 ‘10일’의 짧은 유효기간을 고집한다. 막걸리를 많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권규인 수습기자
신정윤 수습기자
조현진 편집기자 jhj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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